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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와 우에다 아키나리上田秋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25. 22:32
2017년 4월에 대만 담강대학(淡江大学)의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 센터’의 초청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계보와 구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전문은 뒷날 에 수록되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의 요청으로 영화 (2021)에 관한 인터뷰에 응했을 때, 이 영화의 주제도 ‘상처받아야만 했을 때 충분히 상처입지 않은 인간이 끌어안기를 거부한 부(負)의 감정은 악령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신문지상의 한계가 있어 설명이 부족하리라고 생각해, 블로그에 담강대학 강의록의 관련부분을 다시금 올려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쓴다는 행위에 대해 거의 배타적으로 ‘굴을 파고 드는’ 비유를 든다는 것은 방금 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다른 비유도 이용합니다. 그것은 ‘이층 계단’ 혹은 ‘우물 바닥’에 내려간다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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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에 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14. 23:57
얼마 전에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청년이라고는 하지만 필자보다 30세 정도 연하이므로 중견의 위치에 가깝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하는 질문을 받았다. 조금 생각해본 뒤 ‘그건 용기 아닐까?’ 하고 답하였다. 말하고 나서 보니까 확실히 어렸을 적에 만화나 소설 같은 매체를 통해 ‘소년이여 용기를 가져라’ 하는 식의 주입식 교육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소년 탐정단 주제가” 역시 ‘우리는 늠름한 소년 탐정단 / 수정과 같은 확고한 용기’ 운운하는 대목으로 시작된다. 1950년대의 소년에게 요구되었던 자질은 무엇보다 용기였다. 용기라는 것은 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이 ‘틀리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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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관한 인터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13. 22:53
3월 31일에 어느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그것이 공개되었다. 원본을 올려둔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어디쯤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보십니까? 상상조차 못하겠네요. 푸틴은 정말로 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르고요. 그렇게 되면 전혀 알 수 없습니다. — 굉장한 수렁에 빠진 것이군요. 질질 끌게 되면 러시아에게 불리합니다. 이미 러시아의 통치 기구는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제압 작전은 아마 이틀 정도로 끝낼 속전속결 작전이었을 텐데요, 사태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은 러시아의 정보 수집 능력, 분석력이 상당히 보잘것 없다는 얘기기도 하겠거니와, 아마 병력 그 자체도 전 세계가 생각했던 것보다 약화되어 있습니다. 어찌 됐든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푸틴에게 플랜 B,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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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있어서의 산업적 메타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10. 22:36
후쿠시마 미즈호 씨와 온라인으로 대담하면서, ‘교육을 논할 때 사용되는 어휘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간 산업 분야의 어휘에서 전용(專用)된다’는 말을 했다. 농업이 기간산업이었던 시대에는 교육이 농업 용어로 거론되고, 공업의 시대에는 공업 용어로 거론된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교육이 금융 용어로 거론된다. 물론 무의식중에 행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교육 제도를 설계하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진 한정된 어휘와 한정된 사고를 국민적으로 강요하는 일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고 있다고 본다. 스트리밍을 시청한 박동섭 선생이 이 논건과 관련해 정리된 글을 읽고 싶다고 요청하여, 지금 퇴고 중에 있는 소다 가즈히로 감독과의 대담집에서 해당 부분을 발췌하여 보냈다. 그것을 여기에 기록한다. 애시당초 대학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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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서는 안된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7. 20:01
아사히 신문과 가진 인터뷰의 롱 버전이다. — 문장을 쓸 때 ‘상정 독자’로 염두에 두는 존재가 있을 법도 한데요. 글을 쓸 때 설정하는 상정 독자는 두 명인데, 한 명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는 히라카와 가쓰미 군(71)이고요. 다른 한 명은 두 살 위인 친형 도오루(徹)입니다. 형은 6년 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만, 지금도 변함 없이 형이 읽고 나서 납득해 줄 만한 것을 쓰자는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 형님은 어떤 존재였습니까. 어렸을 적에는 저를 심술궂게 대하니 ‘갑갑한 형’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중학생이 될 무렵부터는 점점 친해졌습니다. 특히 형이 기타를 치기 시작하며, 록 음악에 열중할 때부터였어요. 형이 싱글 음반을 사가지고 와서 저를 형의 방으로 불러놓고서는, ‘일단 한 번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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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5. 22:24
라는 잡지가 예전에 있었다. 어느새인가 극우적인 논조로 바뀌고 질 나쁜 기사를 게재하게 되더니 그새 폐간되었다. 아직 멀쩡한 잡지였던 시절에는 곧잘 긴 글을 써줬다. 아래 글도 그중 하나다. 2012년 2월에 쓴 것인데, 10년 전 얘기다. 박동섭 선생이 ‘읽고 싶습니다’ 하여 하드디스크를 샅샅이 뒤져 찾아냈다. 10년이 지나도 읽을 만하다는Readable 느낌이 들어서, 다시금 남겨둔다. 요전번에 철학자 와시다 기요카즈 선생과 ‘3.11 이래 일본의 위기적 상황’에 관해 대담을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자를 맡아 와시다 선생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취지의 모임이었으므로, 초반에 저는 “우리는 지금 포스트 글로벌화 세계라는, 전대 미문의 역사적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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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신앙과 수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1. 20:03
한국의 박동섭 선생이 ‘우치다 다쓰루 연구’를 위해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있다. 열람코자 하는 주제가 있는데, 한국의 도서관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하기에 서랍을 한참 뒤적거리다 보니 나왔다. 2013년 4월에 썼던 것이다. 다시 읽어보니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박 선생에게 보내는 김에 블로그에도 올리기로 한다. 23년간 고베 여학원 대학이라는 미션스쿨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그때까지 기독교와의 접촉은 거의 없었지만, 근무하면서 교목과 대화하고, 예배를 보며, 때로는 권유받아 성경을 논했다. 유대교 철학이 전문인지라 비 기독교인이지만, 은 학생 시절부터 계속 읽었다. 필자가 연구했던 것은 에마뉘엘 레비나스라는 프랑스의 유대계 철학자이다.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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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The Godfather>와 <북쪽 나라에서北の国か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4. 20. 22:34
‘KOTOBA’라는 잡지가 공개 50주년을 기념하여 특집호를 냈다. 거기서 기고를 의뢰받아 아래와 같이 썼다. 이상한 제목을 붙여버렸다. 허나 이 두 드라마를 서로 비교해 보면 시리즈의 예상치 못한 층위에 가닿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이 두 드라마를 함께 논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술자리에 동석한 젊은 벗의 불평을 듣고서부터였다. “직장 상사가 라는 드라마를 보라고 권하여 봐봤더니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솔직하게 밝혔더니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라는 힐난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유감이다. “도대체 이해가 안 갑니다. 어째서 남들은 이런 이야기에 감동하는 것인지요?” 하고 그가 물어서, 잠시 생각한 뒤에 이렇게 답했다. “로 말할라치면, 가족이라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