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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초徒然草 번역 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9. 17:36
이케자와 나쓰키池澤夏樹 씨가 전 30권을 개인 편집했을 적에 의 현대어 번역을 맡았다. 사카이 준코酒井順子 씨가 , 다카하시 겐이치로 씨가 , 필자가 인 기묘한 편성 중 한 권이었다. 그것이 2016년에 초판으로 나왔는데, 6년 째에 이르러 4쇄를 찍게 되었다. 기쁜 일이다. 기념으로 초판에 실었던 ‘번역 후기’를 채록해 둔다. 현대어 번역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현대어 번역’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학교 참고서에 딸려 나오는 번역문은 ‘현대어 번역’이 아니다. 말뜻은 정확하지만, 원문의 ‘감촉’이나 저자의 ‘호흡’이 전해져오지 않는다. 이번 작업에서 필자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텍스트에 내재한 살아 숨쉬는 신체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제멋대로) 결심하고서, 번역을 시작했다. 는 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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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자 여러분께: <우치다 다쓰루의 레비나스 시간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6. 21:04
한국에 계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금번 을 구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께도 책을 손에 들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모처럼 고르셨으니까, 잠시나마 이 ‘들어가는 글’ 만큼만은 읽어주십시오. ‘들어가는 글’을 읽어보기만 해도 ‘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와 인연이 있는 듯한 책’인지 ‘아예 상관이 없는 책’인지는 직감적으로 식별해낼 수 있습니다. ‘인연이 있다’는 것은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다’든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술술 이해된다’ 혹은 ‘애초에 이 주제에 흥미가 있었다’같은 것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반대입니다. 이 책을 예로 들자면, ‘레비나스가 대체 누구야?’ 하는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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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허상론 —헌법은 원래 그런 것—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4. 22:43
‘주간 금요일’의 헌법 특집에 조금 긴 글을 기고했다. 헌법기념일이므로 다시금 블로그에 수록한다. 이번 호는 헌법 특집이라고 하기에, 헌법에 대해 갖고 있는 사적 의견을 쓴다. 똑같은 내용을 이미 여러 군데 써왔으므로 ‘이미 알고 있다구’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 필자가 하는 말과 비스무레한 언동을 하는 사람조차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끈질기게 똑같은 내용을 말하겠다. 헌법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정의란 ‘헌법은 허상이다’는 것이다. ‘허상인 게 당연하다’인데, 조금 위악적으로 말한다면 ‘허상이다 뭐 어쩔건데?’ 가 되겠다. 여러가지 유형의 ‘선언’의 맥락에서 보면, 헌법도 빈말에 불과하다. 단, 그것은 ‘채워야 할 공백을 가시화해나가기 위한 빈말’, ‘비전이 있는 빈말’, ‘현실을 창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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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일본, 쇠망의 패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2. 21:49
오사카의 어떤 시민집회로부터 ’우크라이나와 카지노(오사카 유치를 추진하고 있음 - 옮긴이)’라는 괴이한 주제로 강연을 요청받았다. 하이고, 어떻게 이 ‘양대 주제’를 다뤄야 하나 고민한 끝에 ‘러시아와 일본의 쇠망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지 않을까?’ 라는 가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애저녁에 경제 대국이 아니다. GDP 순위는 세계 11위로, 이탈리아와 캐나다, 한국보다 낮다. 미국의 7%, 일본의 3분지 1이다. 1인당 GDP 순위는 세계 66위다.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와 같은 옛 위성국들보다 낮다. 구소련은 물리학계에서 세계적 발군이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 노벨상 수상자는 5명이다. 평화상을 한 명이 받았는데 드미트리 무라토프라는 정권 비판 언론인이고, 4명의 물리학상 수상자 가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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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러분께: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2. 19:33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를 손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점에서 막 집었는데 살까 말까 고민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이 ‘서문’만큼은 꼭 읽어주십시오. ‘서문’을 읽고 나서 ‘아, 이건 나랑은 상관 없는 책이다’라고 느낀다면 책꽂이에 슬쩍 다시 갖다놓아주세요. 다른 기회에, 다른 책으로 만나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이 책은 제 일생을 바친 작품인 ‘레비나스 삼부작’ 중 제 2부에 해당합니다. 제 1부가 (2001년)이고, 제 3부가 (2022년)입니다. 모두 박동섭 선생의 번역으로 한국 독자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 선생의 수고에 우선 깊이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정말 언제나 고맙습니다. 제 3부 으로 말씀드리면, 이 책의 후기에도 ‘곧 쓰겠습니다’라고 예고하였는데요,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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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제국의 속주 신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는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7. 23:45
‘월간 일본’ 5월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의 세계’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거기에 필자의 긴 인터뷰가 실리게 되어, 전재해둔다. —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의 존재양상을 뒤바꿔놓았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일단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우치다 님은 이 전쟁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다고 보십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민국가의 저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냉전 이후, 국민국가는 그 역사적 역할을 끝내고서 서서히 소멸해간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국민국가는 기초적 정치 단위를 자임하기를 끝마치고, 세계는 다시 여러 제국으로 분할됩니다. 새뮤얼 헌팅턴은 (1996년)에서 앞으로 세계는 7개 내지 8개의 문명권으로 분할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요, 많은 지식인이 거기에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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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 사건과 반유대주의 음모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 20:13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작품 (J’accuse, 2019)의 공식 팸플릿에 짧은 글을 싣게 되었다. 이 영화의 일본 배급 과정에서 필자가 자막 검수 작업을 통해 협력하였다. 곧 개봉하므로 부디 봐주셨으면 한다. 그 전에 우선 드레퓌스 사건이 어떠한 역사적 문맥 상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설명해본다. 로만 폴란스키는 소년 시절 나치 점령 하의 폴란드와 프랑스에서 ‘유대인 사냥’과 조우하게 된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모친은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당했다.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영화는 1895년 1월 5일에 있었던 드레퓌스 대위의 군적(軍籍) 박탈식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날 있었던 일로 인해, 50년에 걸친,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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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론』서문 —우리 공동체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30. 22:40
이번에는 ‘후퇴’와 관련한 주제로, 제가 신뢰를 보내고 있는 저자 분들에게 기고를 부탁드렸고, 이 논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기고 의뢰문을 아래에 싣습니다. 읽어보시고 나면, 이 논집의 간행 의도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쇼분샤의 안도 아키라 씨를 통해 저한테서 편지를 받으신 여러분은 ‘아아, 또 기고의뢰구나’ 하고 곧장 떠올리셨을 겁니다. 이번 기고의뢰는 ‘후퇴에 관하여’라는 주제입니다. 우선은 편집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나라 현립 대학 주최로 ‘후퇴학’을 둘러싼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주최자측을 대표하여 대학의 호리타 신고로 선생의 ‘지금 후퇴적 지성의 필요성을 묻는다’라는 발제에 이어서 저와 미즈노 가즈오 선생이 강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