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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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는 ... 즐거운 표정으로 아니라고 말한다.인용 2024. 4. 11. 21:28
방황을 하다 보니 그는 군대에 들어가게 되었고, 군대는 그를 한국으로 보냈다. 그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거기에는 단편적 영상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배의 뱃머리에서 보았던 성벽의 영상이다. 안개 낀 항구를 가로질러 보이던 성벽, 마치 천국으로 향하는 문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던 그 성벽의 영상이 그의 기억에 단편으로 남아 있다. 이 영상을 그는 소중하게 여기고 수도 없이 되풀이해서 머리에 떠올리곤 했던 것이 틀림없다. 비록 다른 어떤 것과도 연결이 되어 있지 않지만, 그 영상에 대한 기억은 너무도 강렬한 것이어서 나 자신도 수없이 이를 머릿속에 떠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나의 전환점을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보낸 그의 편지들을 보면,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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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손톱은 언제 봐도 참 아름답더라고요. (오카자키 교코)인용 2024. 4. 4. 20:53
note 이것은 도쿄라는 지루한 거리에서 나고 자라 평범하게 망가지고 만 여자(젤다 피츠제럴드처럼?)의 사랑과 자본주의를 둘러싼 모험과 일상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모든 일은 매춘이다."라고 말한 적 있죠. 동감합니다. 옳은 말이에요. 그걸 알고 하는 사람, 모르고 하는 사람,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사람… 기타 등등이 있지만 다시 말하겠습니다. "모든 일은 매춘이다." 그리고 모든 일은 사랑이기도 합니다. 네, 사랑이요. 사랑은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안락하고 따뜻한 것이 아니에요. 그건 분명합니다. 사랑은 힘겹고 매섭고 두려운 잔혹한 괴물입니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헤엄을 못 치는 아이가 수영장 앞에서 겁을 집어먹듯 그런 것들을 두려워하면 꼴사납겠죠. 두려워하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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知恩, 你知道吗? (지은 씨, 그거 알아요?)인용 2024. 2. 23. 18:23
지은, 그거 알아요. 촬영하면서 느낀 두 번의 감동적인 순간을 지은한테 말해주고 싶었어요. 촬영 때 감독님이 저한테 디렉팅 하실 때 아이유가 쓴 '그녀와 눈동자가 닮은 그녀의 엄마'라는 가사를 들은 순간 마음속에서 어떤 울림이 있었어요. 그동안 스스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어요.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면서부터 엄마들은 항상 내 아이의 눈이 나와 정말 닮았는지 골몰해도 내가 나의 엄마와 닮은 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순간 우리 엄마의 얼굴과 내 얼굴을 맞붙여 거울 앞에서 찬찬히 엄마의 얼굴을 들여다보거나 함께 사진을 찍어 오래오래 자세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간절히 들었어요. 오늘 마침 섣달그믐이라 좀 있으면 엄마를 만나게 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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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작은 브리콜라주인용 2024. 2. 22. 01:50
젊은이들은 이상하게 너무 날카로운 것 같다. '지나치게 잘 드는 칼'은 칼집 없이는 들고 다닐 수 없다. 그래서 저마다 '칼집'을 궁리하게 된다. '딱딱한 학술성'이 가장 정통적인 '칼집'으로 이 안에 칼이 들어 있으면 보통 사람은 그게 얼마나 날카로운지 알지 못한다. 자기 분야 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좀 더 공격적인 사람은 다른 '칼집'을 찾아낸다. 힘을 빼거나 웃는 것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웃음)'을 추가하면 아무리 이야기가 단정적이라 해도 일단 '칼집'에 들어간다. 베인 쪽도(비판당한 쪽도) 베인 것을 모르고 함께 웃기도 한다. 가장 좋은 칼집은 '사랑'이다. '학술성'이나 '웃음'으로 더 예리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사랑'은 그렇지 않다. 지성의 예리함이란 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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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 글을 가지고 말 글로 써먹자인용 2024. 2. 19. 23:42
(...) 지식인은 사회와 거리를 두고, 특정한 물질적 혜택을 포기하면서 국민을 위한 양심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지식인들은 진실을 추구하다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의 후예들이다. 그들은 더 높은 정의의 이름으로 통념을 거부하고 권위에 도전한 『나는 고발한다』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들은 러시아의 인텔리겐치아 개념에 영향받았다. 인텔리겐치아는 작가들과 사색가들을 속세에 사는 성직자로 정의하면서 그들이 보편적인 진리와 무관심의 공간 속에서 고고하게 살면서 지상에 사는 활동가들에게 도덕적인 판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국가에 참여한다고 말한다. 어느 사회든 신성함에 대한 이례적 감각, 우주의 속성과 사회를 지배하는 규칙들에 관한 비범한 통찰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사회든 일반적인 다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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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제이콥스, 메티스 그리고 보보스인용 2024. 2. 15. 20:47
그녀는 자신의 주장을 확대하여 이라는 책에 실었다. 그 책 가운데를 잠시 펼쳐 보자. 그녀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공동체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그리니치 빌리지 허드슨가의 작은 구역에서 펼쳐지는 삶을 묘사한 부분은 책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대목이다. 식품점 주인인 조 코나치아 씨, 양복점 주인인 쿠차지언 씨, 철물점 주인인 골드스타인 씨를 비롯한 가게 주인들 덕분에 그 거리에서 사는 삶은 그토록 특별해졌다. 나폴레옹은 영국을 '상점 주인들의 나라'라고 불렀을 때 드디어 부르주아들을 깔아뭉개는 궁극의 표현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이제까지 보헤미안의 저술들에서 소상공인들은 편협한 부르주아 가치를 대변했다. 하지만 제이콥스는 상인들이 추잡하고 물질주의적이라고 경멸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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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 정녕 칼보다 강하다면인용 2024. 2. 15. 14:10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이에 부드러운 털을 쪽 빨아서 아교에 붙여 붓이라는 뾰족한 물건을 만들어 냈으니, 그 모양은 대추씨 같고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이것을 오징어의 시커먼 물에 적셔서 종횡으로 치고 찔러 대는데,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예리한 것은 칼날 같고, 두 갈래 길이 진 것은 가시창 같고, 곧은 것은 화살 같고,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이 병기(兵器)를 한번 휘두르면 온갖 귀신이 밤에 곡(哭)을 한다. - 박연암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라 하여 가볍게 여길 수는 없습니다. 붓이 칼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문필가는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붓으로 이루어진 범죄가 칼로 이루어진 범죄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억울해 합니다. 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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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1984」: Revisited인용 2024. 2. 15. 13:36
성교는 관장을 하는 것처럼 약간은 혐오스럽고도 시시한 작업으로 간주되었다. 이것은 명백하게 성문화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각 당원에게 간접적인 방식으로 강조되어 왔다. 그 때문에 완전한 독신 생활을 고취시키기 위해 청소년 반성동맹(Junior Anti-sex League) 같은 조직이 있었다. 어린애는 전부 인공수정에 의해 낳고[신어로 '인수(人受)'라고 함] 공공시설에서 양육한다는 것이 기본방침이었다. 윈스턴은 이것이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의 일반적인 이데올로기와는 어느 정도 부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은 성본능을 말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그것을 왜곡시키거나 더러운 것으로 규정지으려고 했다. 그는 당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