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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으로부터 온 편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19. 16:35
옛 친구이자 프랑스인인 M***으로부터 오랜만에 메일이 왔다. 미스테리한 내용의 의뢰였다. 우리들은 예전에 어느 대학에서 함께 프랑스어를 가르쳤던 동료다. 우리 딸과 동갑내기인 따님이 있어서, 아이들끼리 서로 금방 친해졌다. 그런 것도 있고 해서 그 뒤로도 가족 단위로 사귀게 되었다. 내가 고베로 옮겨가게 된 해에는 ‘프랑스에 놀러오시게나’ 하며 초청을 해와 여름 내내 그의 고향 근처인 프랑스 남쪽 해안에서 보냈다. 그는 일본을 무대로 한 라는 단편집을 써뒀는데 그것을 일본에서 출판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번역을 해 준 적이 있다. 그때 여름동안 해안가에서 둘이 초고를 살피며 ‘이 대목을 일본어로 어떻게 옮기면 좋을까’ 하는 식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는 웰메이드 단편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명의 프랑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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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이 유튜버인 친구들에게 (요로 다케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6. 15. 13:59
학교에도 못 가고, 친구들과 만날 수도 없이 혼자서 방 안에 갇혀 외로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란 게 친구나 학교밖에 없을까요. 세상은 보는 방식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세상’과 ‘사물을 대하는 세상’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혼자라서 외롭다’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세상’에서의 얘기입니다. 이를테면 ‘장래 희망은 유튜버’라는 친구가 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는 친구들이 아마 ‘사람을 대하는 세상’에서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게 아닐까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사람들과 어떻게 사귈까 하는 흥미와 관심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는 어렸을 적에 곤충을 좋아했습니다. ‘사물을 대하는 세상’입니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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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성장에 따르는 달콤한 대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15. 12:10
에서 고도성장기에 행정비용이 가장 불어났음을 논했다. 다스리기에 까다로운 상태가 되면 경제가 성장하고 문화적 영향력도 높아진다. 한편 지금 일본처럼 ‘통치하기 쉬운 상태’가 되면 경기는 침체되고 문화도 힘을 잃는다. 그 ‘요점’을 조금이나마 써둔다. 지난 30년 동안 중산층의 몰락과 노동자 계급의 빈곤화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건 당연합니다. 행정비용의 삭감은 반드시 ‘중산층의 도넛화 현상’을 의도로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세계 각국의 사례에 비추어 보아도 타당합니다. 근대사를 종단적으로 찬찬히 뜯어보면 알 수 있는데, 중산계급이 발흥하면 민주화투쟁이 일어납니다. 시민들이 어느정도 경제적으로 풍족해지면 권리의식이 싹트게 됩니다. 언론의 자유, 사상과 종교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게 됩니다. 결국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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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분들께 (우치다 타츠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14. 20:19
강상중 교수와의 세 번째 대담집()이 곧 일본에서 발간된다. ‘에필로그’를 올려 둔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강상중 교수와 슈에이샤 신서로 낸 대담 시리즈가 이로써 세 책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강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내게 참으로 즐겁기도 하거니와 또한 유익함이 많았던 귀중한 경험입니다. 내가 행하는 거의 모든 다른 분과의 대담에서도 그러합니다만, 대담 상대가 되어주시는 분은 주제가 되는 사안에 대한 전문가이고 나는 그 분야의 초심자입니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것을 정말로 좋아합니다. 요전번에 결혼식 피로연 석상에서 우연히 옆에 앉은 분이 하는 업계 얘기를 열심히 듣고 있으려니, 상대방이 갑자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런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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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 총영사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13. 12:15
주오사카 대한민국 오태규 총영사가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게 됐다. 오 총영사는 파격적인 외교관이었다. 리버럴한 논조의 한겨레신문 창간멤버로서 긴 시간 일본 특파원으로 일했는데, 이를 높게 산 문재인 대통령에게 외교관직을 제의받았다. “저널리스트는 현장에 발 벗고 나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기본입니다”를 신조로 삼았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직업적 외교관이 찾지 았았던 장소나 모임에도 기꺼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리고 격식을 요구하지 않은 채 곧장 사람들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재일 코리언 세계는 복잡하다. 남과 북 어느 한 쪽에만 귀속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둘 다 조국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으며, 어디에도 소속감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필자에게는 총영사가 모든 재일 코리언의 이해를 대표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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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 카즈토시 <읊어나가는 일본의 모습> 문고판 해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12. 11:25
한도 카즈토시 씨의 이 문고화된 것을 계기로 해설을 부탁받았다. 이 책이 애초에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의 담당 편집자로 말할 것 같으면 또한 내가 쓴 기획자와 같은 야나기 씨였기 때문에 연이 닿은 것이군, 하며 수락했다. 이 책은 한도 카즈토시 씨 최만년의 저술을 집성한 논집이다. 필자로서는 한도 씨와 만나본 적이 없다. 저서는 상당히 많이 읽어보았지만, 결국 존안을 뵙는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한도 씨는 불귀의 객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분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한도 씨처럼 동경 대공습을 경험했고, 전쟁이 끝나는 순간을 목도했으며, 편집자가 되어 옛 군인들의 구전을 채록했던 보기 드문 체험을 가진 이가 한 분씩 사라져간다. 그리고 전쟁을 직접 경험해본 세대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전쟁에 관한 기억은 흐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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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의 토대는 취약함이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11. 07:08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이야기 반쪽 라디오’를 녹음하며 이데올로기와 생활감각의 유착과 괴리에 관해 히라카와 가쓰미 군과 그의 자택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비망록에 남겨둔 문장이 에 재수록되었다. 조금 짧은 버전을 ‘예고편’으로써 여기에 올려둔다. 공리공론에 불과한 이데올로기는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제어하기 위해 신체와 일상생활이 있는 것이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말이다. 아무리 대의명분을 내걸고 잘난 듯이 말해도, 그것을 말하는 자기 자신의 신체가 발하고 있는 비언어적 표현을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말은 힘을 잃는다. 아무리 뛰어난 구변이라 할지라도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 라고 말했던 고향의 도발에는 대항할 수 없다*. ‘그렇게 잘났다면 여기서 보여줘봐라’ 하는 말에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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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해협의 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8. 08:37
야마가타 신문에 매월 연재하고 있는 칼럼 4월 기고분(2021년 4월 13일)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4월 7일에 12기의 전투기를 포함한 15기의 중국 공군기가 대만의 방공식별권에 침입했다. 미 해군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했다’고 논평했으며, 이어 대만의 외교부장은 중국에 의한 대만 침공 위기가 높아졌다는 미군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일어난다면 대만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발표했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침공의 가능성이 있을까? 미국의 외교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서히 ‘가능하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에 간행된 ‘포린 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