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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예술론> 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5. 9. 12:24
곧 있으면 세이겐샤라는 출판사에서 이라는 컴필레이션 책이 나온다. 이 책의 '프롤로그' 를 채록해 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이번에는 입니다. '있던 것' 을 편집해 놓은 책입니다. '예술론' 이라는 카테고리를 정해놓고 이제까지 써 놓은 것들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자는 아이디어는 편집자 요시다 유스케 씨가 제안했습니다. 이제까지 문학론, 영화론 등의 장르로는 책을 몇 권 냈습니다만, '예술' 이라는 주제로 책을 만든 것은 처음입니다. '이런 종류의 원고 더 없을까요' 라는 요청을 받고서 나도 컴퓨터 밑바닥을 열심히 찾아 헤매, 몇 개나마 옛날 원고들을 그러모아 보냈습니다만 이 책은 대체로 요시다 씨가 자신의 감각을 발휘해 꾸며 놓은 것입니다. 덕분에, 이제껏 단행본으로 발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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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이야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5. 8. 15:16
아래 인용하는 글은, 2007년 제헌절(일본어로 憲法記念日 -옮긴이)에 마이니치신분에 기고한 문장이다. 쓰고 나서 14년이 지났지만, 헌법을 둘러싼 정치와 언론의 환경이 1밀리미터도 개선되지 않은 점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개헌이 추진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퍼센트가 개헌에 찬성한다고 한다. 대학 내에서도 마치 '이제 곧 있으면 헌법이 개정되는 거죠?' 식의 기정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학생이 있어서 놀랐다. 일본국 헌법 제 9조 2항(육해공군 등을 보유하지 아니하며 교전권을 인정하지 아니함 -옮긴이) 의 정치사적 의미를 음미해보기도 전에, '개헌 없이는 북한이 쳐들어왔을 때 속수무책이다' 등의 감정적 호소만이 선행되고 있다. 본인으로서는 개헌과 호헌을 놓고 벌이는 옳고 그름의 논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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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섭 저 우치다 타츠루 연구서에 대한 추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5. 1. 19:17
【감사의 말씀】 박동섭 선생이 나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일종의 '연구서' 가 출판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문필계에 있었던 인간으로서는, '연구대상' 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격스럽고 또한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러한 작업을 위해 애써주신 박 선생의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나의 책은 박 선생을 필두로 하는 번역자들 덕분에, 상당히 많은 한국어 번역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마 30권을 넘었지 않았나 합니다. 10년하고도 조금 더 되는 동안 30권이라는 것은, 작금의 한일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제법 예외적인 숫자라고 봅니다. 더욱이, 내 책을 이렇게나 번역해준 곳은 한국 뿐입니다. 중국과 대만에서 몇 권이나마 중국어 번역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단지 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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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데라코야 세미나 개강 인사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5. 1. 14:23
금년도 데라코야 세미나 개강 메시지를 쓰는 데 참고하기 위해 컴퓨터에 저장된 옛날 글들을 살펴보다가, 4년 전인 2017년 것을 찾았습니다. 읽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우선 그것을 옮겨볼게요. "2016년은 격동의 한해였습니다. 파리에서의 동시다발적 테러가 2015년 12월. 그 이후 브렉시트, 터키의 쿠데타 미수, 파나마 페이퍼즈 유출, 시리아 내전 격화, 트럼프의 승리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정치, 경제, 언론, 학계 등의 각 분야에서 제도피로와 엘리트의 질적 열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리토모학원 사건에 의해 권력의 장기집권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이익분배 시스템' 이 완성되었는지가 백일하에 밝혀졌습니다. 제도가 짊어진 하중은 이제 내구 한계를 넘었는데도 불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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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로서의 <1984>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4. 30. 17:57
(2021년 5월호)에 와 관련한 긴 인터뷰가 게재된 것을 옮겨 적어둔다. — 우치다 님은 이번에 새로 번역 출간된 조지 오웰의 해설을 쓰셨습니다. 이미 고전이 된 작품입니다만, 코로나 이후에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는 1948년에 발표된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아시다시피 스탈린 시절 소련이 모델입니다. '빅 브라더' 라는 독재자가 군림하는 관리국가•감시사회에 살면서 체제에 의문을 품은 주인공이 경험하게 되는 위기와 몰락을 그린 것입니다. 나는 반세기 전쯤,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습니다. 당시에는 솔직히 말해, 그다지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미 스탈린 비판이 이루어진 후이고, 전 세계에서 학생운동이 일어났던 시대였으므로, 이 판국에 선진국이 독재화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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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디엇크러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4. 22. 19:00
로마법 격언 중에 "법에 대한 무지를 변명으로 삼을 수 없다" 가 있다. 어떤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은 죄를 면피할 도리가 될 수 있으나, 그 행위를 벌하는 법률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그 행위를 한 자에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의미이다. 국회에서 행해지는 장관이나 공무원들의 답변을 듣자면, 그들이 이 법격언을 숙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이 의혹을 품을만한 행위에 대해 '그런 일이 있었다' 고 말하면 그 책임을 져야만 한다. '없었다' 고 하면, 훗날 사실이 판명되었을 적에 허위답변을 한 것이 밝혀진다. 이러한 가운데 그들이 궁여지책으로 채택한 것이 '국민이 의혹을 품을 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라는 '사실의 무지' 로 하여금 변론의 여지를 만드는 것이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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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는 게 당연, 이해받는 게 당연, 지원받는 게 당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4. 20. 18:57
미사고 치즈루(三砂ちづる) 선생과 편지 교환을 시작했습니다. 테마는 '남성 육아' 입니다. 2주 정도 전에 미사고 선생으로부터 첫 편지를 받은 뒤, 이제 막 답장을 보냈습니다. 현대의 가족이란 무엇이냐 하는 비교적 근원적인 문제를 다루게 될 듯합니다. 다음 인터뷰도 비슷한 테마입니다. 가족한테는 그다지 기대를 하지 말 것. 될 수 있는 한 가족에 대한 기대를 억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한 게 당연, 이해받는 게 당연, 지원받는 게 당연' 하다고 생각하면 상처받습니다. 물론, 가족을 사랑하고,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러한 여력을 모든 사람이 갖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 가족에 대해서는 사랑보다 경의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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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럴 말할 자격이 있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4. 20. 18:55
신자유주의와 함께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언설 형식을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어떤 자가 말할 권리를 갖고 있는가 언설'(rights-scolding) 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의 우익 버전은 사회 복지의 수혜자를 '무임승차자' 로 매도하는 것입니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먼저 똑바로 살아라, 이겁니다. 좌익 버전도 있습니다. 그건 '세상에서 가장 억압받는 인간' 앞에서도 자신의 권리를 소리높여 주장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속 편히 살고 있는 부르주아 주제에 '인권' 을 도외시하다니 참으로 부끄럽지도 않는가, 입니다. '국정에 불만이 있으면 알아서 국회의원이 되라' 가 우익판. '우리나라의 인권탄압은 서방의 노예제나 식민지배가 자행한 인권억압에 비하면 오십보 백보' 라며 소련이 애용한 Whataboutism 이 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