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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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내성無意味耐性이 높은 사람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23. 07:45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있었던 위령식에서, 스가 총리가 연설의 일부를 잘못 읽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겐바쿠(原爆;원자 폭탄)’를 ‘겐파츠(原発;원자력 발전소)’, ‘히로시마’를 ‘히로마시’라고 읽는 등 7군데를 스가 수상이 잘못 읽었다. 허나, 문제는 핵폐기를 지향하는 일본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약 120자를 건너뛴 것이다. 거기에는 ‘우리나라는, 핵무기의 비인도성을 어느 나라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 ‘의 실현을 위해 노력을 착실히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 등의 문언이 포함되어 있다. 그 부분을 건너뛴 탓에, 수상의 연설은 ‘일본은 비핵 삼원칙을 견지해나가는 동시에 핵군축으로 나아가는 진행 방향과 관련해 각국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는 의미불명의 것이 되었다. 원고가 뒤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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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허이고주의란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20. 07:52
‘니시베 스스무도 격찬’이라는 띠지를 보고서 머뭇머뭇 미야자키 데쓰야의 (1996년 출간 - 역주) 이라는 평론집을 사고 말았다. 니시베 스스무가 내린 평가의 객관성을 딱히 내가 높게 사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믿지 않는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 도통 니시베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지 않으니 모른다. 옛날에 니시베의 책을 사고서 다 읽은 뒤 그 책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적이 있다. 읽은 뒤 그대로 책을 내버린 적은 이제까지 두 번밖에 없었는데, 그 가운데 한 번이니만큼 니시베와 나의 궁합은 좋지 않은 성싶다. 그런 것도 있어서, ‘무서운 걸 봤지 뭐야’라든가 ‘쓴 걸 삼켜버렸다’든가 하는 네거티브한 호기심을 간직한 채 미야자키 데쓰야의 책을 사와서 쭈뼛쭈뼛 읽어보았다. 읽어보니 문장도 빼어나고 젊음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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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0 커피우유 찬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17. 07:15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으면서도 그 사랑을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 있다. 카레소바가 그것들 중 하나다. 이렇게 비속한 음식에 대한 기호는 어쨌든간에 이데올로기적 정당화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론화하기가 곤란하다. ‘카레 소바’의 경우에는 역시 ‘카레’라는 외래식품과 ‘소바’라는 일식의 전율적인 만남, 이라는 부분에서 시작해, 로트레아몽 등을 적절히 인용하며 이것을 ‘쉬르리얼리스틱한 음식’이라는 식으로 과대평가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한 장난같은 익스큐즈를 생각해내지 않는 한, 예를들어 데이트 같은 때 실실 ‘카레소바’를 먹는 주제에 자신이 지적이고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인간이라는 인상을 여성에게 남기기란 어렵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용납되지 않는 음식’에 깊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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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쳐주세요! 우치다 선생님 -의대생들이 묻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14. 18:00
8월 11일에 ‘의대생 세미나’라는 곳에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연을 진행하였다. 제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상과 의료’. 90분 동안 발언한 후 30분 정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는데, 시간이 부족해 나머지 질문은 메일로 보내줬다. 이 대답들을 채록해둔다. Q: 현재 학부 2학년생인데, 장차 소립자 물리학 연구자로서 학술적인 세계에 입문하려는 뜻이 있습니다. 기초적인 학문 연구 과정에서 소요되는 국비를 정부에 요구함에 있어서, 기초 연구활동 지원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기초 연구활동 지원에 부정적인 사람들’이란 달리 말하면 ‘장기적 시간 간격을 통해 사고하는 것이 서툰 사람들’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현재의 과학 기술이 엄청난 역사적 풍설을 겪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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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30 기린의 목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14. 07:58
고이즈미 교코는 머리가 작다. 키는 크지 않지만, 머리가 작은 덕분에 전체 비율이 좋다. ‘고이즈미 교코’형 체형은 현대 젊은 여성들에게 가장 선호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 특징이 선호되기 시작한 것은 명백히 최근 일이다. 나의 고등학교 서클 동급생 중에 하시모토 군이라는 (훗날 판사가 된) 수재가 있다. 그의 고민은 ‘머리가 작다’는 것이었다. 같은 학년에는 아라이 군, 시오타니 군이라고 또한 전설적인 수재들이 있었지만, 이 두 사람은 모두 이스터 섬의 모아이 상과 같은 거대한 머리의 소유자였다. 우리 하시모토 군은, 그 두 사람이 거대한 머리의 무게를 받치며 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 교정을 가르지르는 모습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좋겠다, 이이들은 머리가 커서. 나는 아무리 공부해도 결국, 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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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지를 되찾자: 여자는 출산, 남자는 무도 (下)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8. 8. 07:56
(계속) ●적의를 훌훌 흘려보내다 우치다 기모노는 앞으로 자신이 움직일 거리,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움직일까를 양복보다도 훨씬 많이 가르쳐주는 게 아니겠어요. 그럴 적에 옷깃이 걸리면 안 되니 소맷자락을 조심스레 움직이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하니까 말이예요. 옛날 사람은 칼을 지니고 다녔으니까 허리 왼쪽 뒤로 60도 정도 돌출부가 있어요. 이것이 물건에 닿으면 ‘사야아테鞘当て’라고 해서 ‘무례한 자!’ 하며 베어버려도 좋을 정도가 되어버렸으니까요. 미사고 신체 감각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상당히 오컬트처럼 취급되는 면이 많습니다만, 차를 운전할 때 차폭 감각이란 게 있지요. 자신의 신체 감각을 거기까지 확장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치다 맹인은 스테이크에 스치는 물성의 온도, 색을 알 수 있습니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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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지를 되찾자: 여자는 출산, 남자는 무도 (上)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8. 8. 07:55
깜짝 대담 신체지(身體知) 를 되찾자: 여자는 출산, 남자는 무도 미사고 치즈루 국립보건의료과학원 응용역학실장 우치다 타츠루 고베여학원대학 교수 (2003년 11월 9일 ‘의학서원’ 회의실) -- 우치다 선생님은 라마즈 법 경험자이시지요. 우치다 전에 미사고 씨와 처음 만났을 때 별안간 ‘라마즈 법은 시대착오’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게 엄청난 쇼크였습니다. 라마즈 식 호흡법을 익히는 데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으니까요. 배우자가 라마즈 법대로 하라고 명령해서, 적십자사의 라마즈법 강연회에 자주 들락거렸습니다. 미사고 참 애 많이 쓰셨네요. 우치다 70년대 ‘뉴 패밀리’였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완전 망해버린 ‘뉴 패밀리’요(웃음). 미사고 라마즈 법이 의료관리라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모종의 관리에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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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30 평정심에 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5. 07:04
이 글은 고베 대지진 이후를 다루고 있으니, 적어도 1995년 이후에 쓴 것으로 확인된다. 그때는 상당히 ‘평정심 있는 사람’을 우러러보았던 것이리라. ‘평정심을 유지하고서’라는 말이 곧잘 들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교훈에는 때때로 터무니없는 함정이 존재한다. 고베 대지진 아침, 잔해 더미 가운데에서 양복과 가방을 갖추고서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가 향해 가는 역은 이미 무너졌고, 어떠한 교통수단도 기능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러한 ‘평정심’에는 관심이 없다. 그의 집 주변에는 무너진 주택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던 이웃도 있었을 것이고, 안전을 확보하지 못한 유아나 노인도 있었을 텐데, 이 ‘평정심을 갖고 있는 아저씨’에게는 그러한 사태에 대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