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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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농업, 그리고 자본주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4. 6. 22:23
이번에 새로 라는 책을 낸 츠츠미 미카 씨와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은 식량과 농업을 다루는 현장이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국제 정치 분야의 전문 용어로 가득차게 된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한 무시무시한 책이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애그리비지니스 등은 이 분야에 이미 깊고 넓게 진입해 있다. 빌 게이츠가 이제까지 사들인 농업 용지 면적이 홍콩의 전체 면적과 필적한다는 말을 들으면, 농업이 자본주의의 입장에서는 ‘넥스트 블루 오션’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허나, 식량과 농업이 목숨에 관련되어 있는 중대사인 이상, 식량과 농업은 결코 시장에 종속되어서는 안된다. 식문화의 기본은 기아(飢餓)의 회피이다. 그래서, 인류는 ‘주식(主食)을 엇갈려 두는’ 일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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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본공산당원에게 보내는 편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4. 3. 22:49
공산당원이면서, 필자의 책을 애독하기도 한다는 S라는 분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마쓰타케 노부유키 씨가 주도한 ‘공산당 당수 공천’을 둘러싼 논쟁에서 필자가 마쓰타케 씨의 행동을 지지하고 있는 점에 관한 내용이었다. 공산당의 당 규약에 하자는 없으며, 또한 공산당은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마쓰타케 씨를 향해 ‘의견이 있으면 당 내부에서 당당히 발언하시오’ 라고 주장하는 ‘신문 아카하타(赤旗)’의 독자 투서를 끌어들이고서는, 필자의 행동을 은근슬쩍 비판하는 글이었다. 이에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냈다. S님께 처음 뵙겠습니다.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편지와 투서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지적해 주신 점 감사합니다. 마쓰타케 씨와 관련해서, 사실 저도 곤혹스럽습니다. 저는 공산당원이 아니므로, 공산당의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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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적 시각에서 본 일본만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27. 22:29
튀르키예 대학에서 일본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야마모토 나오키 씨가 보낸 일본만화론을 받아보게 되었다. 전 세계에 만화는 존재하지만, 어째서 일본의 소년만화만이 예외적으로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가, 그 이유를 논한 것이다. 야마모토 씨의 가설은 ‘사제 관계가 주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필자도 이에 백 퍼센트 동의를 표하고자 한다. 물론 서양에도 사제관계를 둘러싼 설화가 존재한다. 허나, 그들의 영화나 코믹스를 보면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긴 시간을 들여 지혜나 기술을 배우는 ‘수행’ 프로세스에 대한 내용이 충분한 지면을 채우고 있지 않다. 제자는 대부분의 경우, 금세 경이적인 능력을 획득하여, 이후 히어로로서 활약한다. 영화 는 사제 관계를 다룬 이야기의 대표작인데, 스승 요다 아래에서 수행을 시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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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교훈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27. 20:44
3.11 당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는 노심 용융, 건물 폭발이 연속 발생하여, 사고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동일한 등급의 심각 사고로 인정되었다. 이후 재가동 없이 폐로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폐로 작업에 얼마만큼의 세월과 비용이 필요한지조차 아직 모른다. 경제산업성은 2016년에 22조 엔이라고 계산했지만, 2019년에 민간 싱크탱크에 의하면 최대 81조 엔의 추정치가 발표되었다. 정부가 행하는 이런 종류의 추산은 대체로 나중이 되면 대폭 상향 수정되는 것이 통례이므로, 언젠가 81조 엔을 넘더라도 필자는 놀라지 않는다. 일본 열도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매그니튜드 6 이상 지진의 20%가 주변에서 발생하는 세계 유수의 지진 다발 지대이다. 세계 표준을 뛰어넘는 레벨의 안전 기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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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미국 (<소프트 앤 콰이어트> 팜플렛)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20. 21:28
전 세계 어디에나 증오발언은 존재하지만, 미국에서의 ‘차별’과 ‘폭력’의 돌출만은 ‘병적’이라고 형용해도 좋을 것이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령 선언을 발령한 것은 남북전쟁 중인 1863년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북전쟁 후 한 시기에는, 남부의 주에서도 흑인 정치가가 속속 등장하고, 흑인 의원이 주 의회의 과반수를 점하는 주조차 있었지만, 나중에 무시무시한 백래시가 찾아왔다. 북군의 철수와 동시에 남부의 주에서는 공립 학교에서의 인종 분리, 공원, 레스토랑, 호텔 등 공공 시설의 사용 금지 및 제한, 식자(識者) 능력 시험 부과에 따른 투표권의 제한 등, 흑인을 배제하기 위한 여러 주법(州法)이 제정되었다 (‘짐 크로우 법’ 이라고 총칭된다). 우리는 노예 해방 선언 뒤, 완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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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것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6. 22:47
이라는 주제를 받았다. 잘 생각해 보면 수수께끼같은 논제다. 그런 건 ‘뻔한 일 아닌가’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구태여 주제로 놓고 논하고자 한다는 것은, ‘질의 좋고 나쁨’이 ‘뻔한 일’이 아니게 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아마 편집자 중 어떤 분이, 누군가의 언동에 대해 ‘질이 형편 없군’ 하는 인상을 말했을 때, ‘당신 지금 고 말했는데, 그건 대체 어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언명인데 그러세요. 을 판정하겠다면, 그 기준을 즉각 제시하시오’ 와 같은 주장을 듣고서 심란해졌던 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많다. 일일이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이라든가 ‘사진은 본 글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라든가 하는 조건을 달지 않으면 시끄럽게 트집 잡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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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방 이주자들에게 이야기한 것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5. 22:16
한국에 있는 지방 이주자들의 단체가 가이후칸을 찾았다. 인구 감소 사회 아래 지방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합계 특수 출생률 0.78이라는 초 저출산에 더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인구 일극(一極) 집중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 탓에 경제 활동이 약화되고, 학교나 병원의 통폐합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그 역풍 가운데 지방의 재생을 목표로 하는 활동가들은, 직감에 이끌려 선택한 지방 이주라는 삶의 방식에 어떤 역사적 필연성이나 도리가 있는가 하는 근거를 찾아, 멀리 일본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들을 맞으러, 나라 현 히가시 요시노무라로 이주하여 그곳에 사설 도서관을 열고 지방의 문화 발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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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후의 텔레비전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4. 22:34
‘70년 후의 티브이’ 라는 이상한 주제를 수락했다. NHK가 티브이 방송을 시작했던 게 70년 전이므로, 7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를 예측해 달라는 것이다. 아마 설문 답변자의 과반수는 ‘70년 후에 티브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문제는 언제쯤 티브이가 사라질까 하는 것이다. 5년 후일까, 10년 후일까, 아니면 좀 더 살아남을 것일까. 어찌됐든 ‘정도의 차이’이다. 물론, 업계 내부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필사적으로 중요한 ‘정도의 차이’겠지만, 머지 않아 티브이가 주요 매체의 일각으로부터 탈락한다는 점은 틀림이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티브이를 보는 습관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과거 수년 동안을 되짚어 봐도, 보고자 하는 프로를 보기 위해 티브이를 켜는 동작을 했던 것은 국정 선거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