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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싹, 키보오노 마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30. 13:49
『주간금요일』 독자분이라면 기타큐슈에서 노숙인 및 빈곤가정을 지원하는 ‘호보쿠’라는 단체와 그 대표인 오쿠다 도모시 목사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줄로 안다. 호보쿠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키보오노 마치’라는 프로젝트가 있다. 기타큐슈시는 전날 쿠도파라는 조직폭력배가 접수했던 우범지대였다. ‘공포의 거리’였던 것이다. 쿠도파는 해산당했는데, 그 본거지가 해체되면서 그 자리는 유휴지로 남았다. 그 땅을 호보쿠 측이 사들여서, 지원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활짝 열린 ‘키보오노 마치’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오쿠다 목사가 시작하였다. 토지 매입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독지가들에게 기부를 요청했다. 금세 토지 매입에 필요한 차입금을 전액 상환할 수 있을 정도의 기부금이 모였다. 호보쿠 자체 재원 5억 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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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선과 곱셈기계 관리술인용 2024. 10. 30. 00:52
그리고 저 문을 열면 바로 세라의 연구실이 나온다. 세라! 이제 모든 것이 기억에서 되살아난다! 세라가 복도에서 들어와 자기 연구실로 가기 위해 지금 내가 있는 쪽을 지나가면서, 그러니까 물뿌리개를 들고 잰걸음으로 두 문 사이를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께서 학생들한테 ‘질(質)’을 교육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에요.” 이것이 은퇴하기 전 마지막 한 해를 보내고 있던 여교수가 자기 방에 있는 식물에 막 물을 주러 가면서 점잔 뺀 단조로운 어조로 그에게 던진 말이었다. 그때가 바로 모든 것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그때가 바로 결정체 형성을 위한 씨눈, 바로 그 씨눈에 해당하는 순간이었다. 결정체 형성을 위한 씨눈이라. 선명한 기억의 한 단편이 이제 되살아난다. 실험실에 대한 기억이다. 유기 화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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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슈퍼 선거의 해 리와인드인용 2024. 10. 28. 17:52
@nntaleb I woke up with a disturbing thought: with Kamala there is a near-certainty of more wars coupled with a lot of bullshit about “peace” initiatives. With Trump(rather, Trump-Vance) there is possibility of peace coupled with loud saber rattling. In politics, you don’t vote for a candidate that you “like”. Politicians are, by design, not likeable: propagandists & partisans not judges, n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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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Yours Truly, 2027인용 2024. 10. 27. 19:08
Where do you want to go today? … Is that what you really want? Ticket to the moon. @mas__yamazaki 인터넷/IT 산업에서 떼돈 번 백만장자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자기를 소개하며 미디어에 노출되는 인간들을 보며 놀라는 게 있다.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냉혹함이다. 성공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지위를 정당화하려면, 지금 존재하는 사회 시스템이 공정하다고 큰 소리로 떠들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그러자면 패배자는 곧 각자도생하라는 주장이 나온다.사실 ‘경쟁’에는 ‘경합의 결과에 의해 탈락할 공포’라는 안 좋은 측면이 있으며, 따라서 탈락하지 않고자 ‘강한 측에 속하려는’ 대세 영합적 심리가 발동하게 된다. 탈락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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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인생活着인용 2024. 10. 25. 23:04
‘나란 인간, 꽤 괜찮은 인간이군!’ 결혼하면 ‘이게 바로 나의 본모습이야’라고 믿고 있던 자신의 자기동일성이 상당히 깨지기 쉬운 것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결혼생활에서는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할 만한 ‘최후의 보루’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날마다 한집에서 같이 살아야 하므로 계속해서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엔 전부 양보하고 나서도 무언가 남는 게 있을 겁니다. 그것이 자기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남는 것이 꽤 ‘의외의 것’이라는 겁니다. ‘나만의 고집’이라거나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선’이라던 것들은 전부 양보하게 되고 오히려 ‘아, 내게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이야!’ 하는 부분에 자기 존재를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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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남자들이여인용 2024. 10. 25. 18:57
@hirakawamaru자기 인정 욕구는 ‘자기가 과소 평가받고 있다’는 피해자 의식과 결부되어 있다.이런 마인드에서, 이제는 어딘가에 있을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유일하고 확고부동한 ‘진짜 자기’ 같은 건 어디에도 없사옵니다.(자기 인정이라는, 파멸에 이르는 병일 뿐.)“무엇 하나 확실한 능력을 익히지 못한 채로 대학을 졸업해버린 당신은, 얄궂게도 희망에 넘치던 시절의 자신이 가장 경멸했던 직업에 취직합니다. 거기서 깔끔하게 상황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당신은 ‘예전에 특별했던 나 자신’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고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의식이 방해해서 좀처럼 직장 안에 녹아들지 못합니다. 매일매일 퀭하니 죽은 눈으로 집과 직장을 오가며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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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의 차이가 배움의 격차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5. 15:55
여러분은 이번 자민당 대표 경선 후보로 나선 9명 가운데 무려 6명의 최종 학력이 ‘미국 대학 또는 대학원 졸’이었다는 점을 눈치채셨을까요? 일본 정치 엘리트의 현실이란 바로 ‘최종 학력- 미국’이 최소 지원 요건으로 정해졌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경향이 단적으로 ‘몹쓸 일’이라고 봅니다. ‘어느 나라 대학에 가든 본인의 자유다. 글로벌 시대니까. 해외에 나가 배울 정도로 의욕적인 젊은이를 왜 괜히 타박하느냐?’ 하고 반론하는 사람이 혹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치 세계뿐만이 아닙니다. 재벌가나 교수 자제들도 중학교 때부터 국제학교에 다니거나, 해외로 유학 가는 게 요즘 트렌드입니다. 그렇게 해야 영어권 대학에 진학하는 데 유리하거든요.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도록 합시다. 하버드의 연간 수업료는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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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의 말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4. 17:58
효고현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가 쫓겨나기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는 현대 일본 대다수 조직을 특징짓는 일종의 왜곡 양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것은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가 여러 차례 환기해 온 개념이다. 세상의 다양한 조직은 어떠한 사명을 짊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조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사람들은 그 조직이 애초에 어떠한 ‘바람직함’을 일으키기 위해서, 혹은 어떠한 ‘나쁜 일’을 막아내기 위해서 창건되었는지에 대한 그 기원을 잊어버리게 된다. 반드시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샌가 조직의 존속 자체가 자기 목적화된다. 무엇을 위해 이 조직이 존재하는지 그 성찰의 목소리가 모습을 감추고, ‘이 판국에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