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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의 말로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4. 17:58

    효고현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가 쫓겨나기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는 현대 일본 대다수 조직을 특징짓는 일종의 왜곡 양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그것은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필자가 여러 차례 환기해 온 개념이다.

     

    세상의 다양한 조직은 어떠한 사명을 짊어지고 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조직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사람들은 그 조직이 애초에 어떠한 ‘바람직함’을 일으키기 위해서, 혹은 어떠한 ‘나쁜 일’을 막아내기 위해서 창건되었는지에 대한 그 기원을 잊어버리게 된다.

     

    반드시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어느샌가 조직의 존속 자체가 자기 목적화된다. 무엇을 위해 이 조직이 존재하는지 그 성찰의 목소리가 모습을 감추고, ‘이 판국에 앞으로 어떻게 조직을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만 비로소 골몰하게 된다.

     

    필자가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례로는 이런 사람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사회상이 변화할 때마다 그에 맞춰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상의하달적으로 짜여져야만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 따르면 거의 모든 조직은 최상위자의 지시가 말단까지 지체 없이 하달되어야만 한다. 완전히 중추적으로 제어되는 조직이야말로 가장 신속하게 주위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늘날 일본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조직론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중추적으로 통제되는 조직은, 그 중추가 무능하고 우둔할 경우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는커녕 파멸적인 사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는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가 조직 매니지먼트의 핵심을 다루어야 한다’는 동어반복적인 명제에 스스로 갇히게 된다. 원래는 ‘현명한 사람’이란 단어가 주어 자리에 놓여야 하는데 말이다.

     

    효고현 지사는 전형적인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였을 것이다. 따라서, 현청을 중추적으로 통제하는 일에는 지극히 열심이었고, 솔직하게 이 점에서만큼은 성공했다. 그 우직한 노력과 진지함은 솔직히 알아 주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밖에서 이르는 개념조차 그 자신은 ‘고강도 지시’ 그 이상의 어느 것도 아니리라 지금도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 자기가 그렇게 했었냐면, ‘경직적인 제도’에 말 그대로 ‘하이킥을 날리면서’ 그동안의 조직화 양상을 보다 가소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위 공무원에게 폭언을 내뱉고, 무의미한 업무를 강요한 것도 전부 ‘누가 네 보스인지’ 상기시키는 한편, 조직은 무릇 타성이나 전례를 따를 게 아니라 윗사람의 제멋대로에 따라야 마땅하다는 ‘새로운 규칙’을 주지시키기 위한 노력의 소산이었던 셈이다.

     

    아마도 그는 지사 초선 임기 4년에 걸쳐 휘하에 공포 정치의 포석을 놓고, 그 결과로 현청을 완연히 중추적인 상의하달 조직(독재라고 불러도 좋을)으로 갈아치운 뒤, 차기 당선 이래로는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현청 내부의 과감한 개혁을 실현할 작정이었을 것이다.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는 자신의 그런 생각이 완전무결하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그가 범한 가장 큰 실수는, 중추적인 조직의 상부에서 독재적인 권한을 휘두르는 게 허용되는 경우란 ‘그런 걸 기꺼워하는 사람’이 아닌, ‘현명한 사람’이어야만 된다는 ‘원리주의의 이전 차원’에서의 자명한 진리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 사회에는 이렇듯 사이토 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조직 매니지먼트 원리주의자’가 일약 제 세상인 듯 날뛰고 있다. 일본이 이렇게까지 몰락하게 된 이유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것 때문일 거라고 필자는 믿는다. (주니치 신문 926)

     

    (2024-10-11 10:3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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