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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보초의 자질인용 2025. 4. 9. 19:53
보초의 자질 마이니치신문사가 곤고부지에서 연 세미나에 다녀왔다. ‘공공성의 재구축’이라는 제목이었는데 3・11 대지진 전에 정한 것이라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사회제도를 새롭게 고치기’라는 주제로 70분간 이야기를 하였다. 최근에 반복해서 말하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존재하는 것’의 최전방에서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우주의 기원을 모르고 우주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또는 무엇이 없는지)도 모른다. 때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모르고 때가 언제 끝나는지 모른다. 「욥기」에서 하느님은 욥에게 이렇게 묻는다. 나는 너에게 묻는다. 나에게 말하라.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누가 그 도량을 정하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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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과 도의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4. 9. 12:45
효고 현 지방 정치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민 집회에 초청받아 연단에 섰다. 필자는 효고 현민이 된지 35년이 되었음에도, 지자체 정국에 관심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 정치의 질이 자신의 생활에 직접 관련되어 있었던 적이 예전에는 없었다. 몇년 전쯤에 현청에서 직원 연수회 강사로 지명된 적이 있기는 했으나, 무엇을 이야기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만큼 서먹서먹했다. 그러나, 금번 사이토 모토히코 지사의 실직과 재선을 둘러싼 혼란의 와중에는 세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사는 이에 관해 어떠한 법률적・도의적인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언명했거니와, 공직선거법이나 공익제보자 보호법 위반에 대해서도 설명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그밖에도 유신회 소속 현의회 의원이 민감내용을 누설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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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정직론인용 2025. 4. 9. 12:44
용기, 정직, 친절 가운데 어느 덕목이 가장 중요할까? 아마 ‘정직’일 것이다.스스로 세웠던 가설의 반증 사례를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말했던 게 ‘이상하다’ 싶으면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다. 미안합니다’ 하고 정정할 수 있는 게 바로 정직함이다. 무도가로서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신체가 아주 조그마한 위화감을 느꼈다거나 힘이 들어갔다거나, 혹은 뻣뻣함이나 힘풀림을 느낀다면 그것을 정직하게 시인하고, 그 자리에서 고쳐먹을 수 있어야 한다. (우치다 타츠루) 사회 이론은 본성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욕망한다. 그리고 확실히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대한 설명이 끝날 때, 그 사회 이론은 죽음을 시작한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 지금까지 누구로부터도 납득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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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진리교와 영적 스승 이야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4. 8. 10:08
옴진리교의 지하철 신경가스 살포 테러가 일어난 지 30년 지났다. 어느 방송국에서 이에 관한 특집을 제작하겠다 하여, 필자가 사는 고베까지 인터뷰하러 찾아왔다. 필자는 사건 몇 달 전, 큰 지진 피해가 닥쳤던지라, 살던 집을 잃고서 체육관에서 머물렀으며, 피해가 막심했던 재직 대학 토목 작업에 날마다 전념한 탓에 티브이는 물론이거니와 신문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따라서, 옴진리교 사건 보도를 접했건만 ‘연거푸 난리가 터지는구나. 말세로다’ 하는 정도의 막연한 반응밖에는 없었다. 다만, 옴진리교는 일본인의 종교적 미성숙이 낳은 산물이며, 일본 사회 그 자체를 배지(培地)로 하여 자라난 ‘귀태(鬼胎)’라는 점에는 확신이 있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텔레비전이나 출판계 미디어에서는 교주 아사하라 쇼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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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 ‘야키니쿠집’ 아들 오길비 군인용 2025. 4. 7. 19:58
히라카와: 요시모토의 키워드 중 하나로서 ‘대중의 원상(原像)’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에 관해서는 ‘뭐야 그게?’ 하고 딱히 와닿지 않는 사람도 많을 거야. 하지만 말이야 나는 바로 이해가 가거든. ‘안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로 공감할 수 있다는 의미야. 요시모토의 아버지는 배 만드는 목수였어. 목수이긴 했지만, 배를 제작하는 회사를 경영했지. 그런데 그 회사가 꽤 번창했어. 사람들도 고용하고 부르주아였지. 단, 한편으로 배 목수, 즉 장인이기도 했단 말이지. 그 장인의 아들이 대학은 도쿄공업대학을 갔어. 그런 요시모토의 체험이라든지 생활 같은 것이 내 자신의 것과 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 내 경우는, 아버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본가의 동네 공장에 일하고 있던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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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왜 그렇게 가증스럽게 변하는 것일까?인용 2025. 4. 7. 19:06
그 젊은이가 "저는 그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을 더 해야 되겠습니까?" 하고 다시 묻자 예수께서는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 나서 나를 따라오너라." 하셨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이 말씀을 듣고 풀이 죽어 떠나갔다. - 『마태 복음』 “Metallica의 노래 중 〈The Unforgiven〉에서 이런 가사가 나온다. …What I’ve felt 내가 느꼈던 모든 것들이 What I’ve known 내가 알았던 모든 것들이 never shined through in what I’ve shown 나의 행동 속에서는 전혀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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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엠지 세대는 죄다 응애에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5. 4. 6. 17:11
… und seine Augen hatten den Ausdruck der Erwachsenen — den die Kinder nie lieben — ein wenig traurig mit Blitzen von Spott darin. (2015년 이와사키 나쓰미. 「야간비행」 게재) 호리에 다카후미 씨가 만든 ‘755’라는 앱으로 호리에 다카후미 씨와 얘기했다. 오늘은 그 대담 자리에서 떠올렸던 것에 대해 써보겠다. 그 떠올렸던 것이라 함은, ‘어째서 대다수 일본인(특히 청년)들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었다. 이 의구심은 내가 진즉에 품고 있었기는 하나, 이번을 계기로 강화된 모양새가 되었다. 호리에 씨를 따라다니는 젊은 세대 팬들이 많은데, 똑부러지게 말해서 그들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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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무지의 괴로움인용 2025. 4. 6. 10:52
움베르토 에코는 박학다식하고 재기 발랄하면서 통찰력을 갖춘 몇 안 되는 학자의 반열에 든다. (3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큰 서재를 갖고 있는 그는 방문자를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한다. 첫째 부류는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와, 시뇨레 에코 박사님! 정말 대단한 서재군요. 그런데 이 중에서 몇 권이나 읽으셨나요?” 두 번째 부류는 매우 적은데, 개인 서재란 혼자 우쭐하는 장식물이 아니라 연구를 위한 도구임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맞다. 이미 읽은 책은 아직 읽지 않은 책보다 한참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다. 재력이 있든 없든, 장기 대출 이자율이 오르든 말든, 최근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든 말든, 서재에는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과 관련된 책을 채워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 지식이 쌓이고 읽은 책도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