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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여름감귤의 행방불명인용 2025. 5. 28. 16:32
교환과 증여 야마나시 씨는 매년 5월 자신의 산에서 채취한 여름귤을 친구나 지인에게 배달하고 그 집에서 머물면서 교류해왔다. 여름귤은 그의 아버지가 심고 보살핀 것으로, 1993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야마나시 씨가 보살펴왔다. 직업을 가졌던 시기는 황금연휴에, 육십 대가 되어 은퇴하고 나서는 차가 붐비기 때문에 황금연휴 지나서 배달했다. 여름귤은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야마나시 씨가 만난 사람을 귤산의 '출장소장'이라고 정해, 그 사람에게 여름귤을 배달(증여), 그 대신에 하룻밤 잠자리와 한끼 신세를 지고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다. 내가 활동하는 복지농원에는 2008년에 와서 그때는 함께 캠핑을 하고 여름귤로 자낸 주스로 증류주를 희석해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농원에서 그와 교류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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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 장어구이집 아들 오길비인용 2025. 5. 28. 09:11
시바타 모토유키 선생과의 대담이 롯폰기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시바타 선생은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공저 『번역야화(翻訳夜話)』, 『샐린저 전기』 등에서 실로 깊이 있는 번역론과 문학론을 펼치고 있다. 그중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시바타 선생에게 무심결에 말한 ‘장어’설을 내가 몇 번이나 여기저기서 인용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다. 그 시바타 선생과 번역과 문학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 한다. 두근두근할밖에. 내가 ‘문학연구자’나 ‘철학연구자’라고 말하는 것은 거의 경력 사기인데 ‘번역가’라고 불리는 것에는 천하에 부끄러운 점이 없다(아무도 불러 주지 않겠지만). 번역을 너무 좋아해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히라카와 가쓰미와 번역회사를 차렸을 정도이다. 기술번역과 저렴한 추리극과 아동서를 콧노래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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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셀 남성과 질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27. 08:34
영국 정부는 조만간 과격한 여성혐오(misogyny)를 이슬람원리주의나 극우운동 급으로 격상시켜 ‘과격주의’ 유형의 한 형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인셀 범죄’라는 문자열이 있었다. ‘인셀’이란 Involuntary Celibate의 준말. ‘비자발적 독신자’, 뜻하지 않게 파트너를 얻지 못하는 사람을 이른다. 과격한 여성혐오의 주역*은 이러한 인셀 남성이다. 미국에서는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페미니즘 운동이 자신들의 진학과 취업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는 ‘서사’를 설정해놓고 자신들의 불운을 설명하는데, 이에 벌을 주기 위해 여성을 살해하며, 자신도 죽는다. 출구가 없다. ー(* 원문 担い手에는 가족을 먹여살리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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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을 왜 죽이면 안 되나요?인용 2025. 5. 26. 22:06
이 책에는 1941년 당시 레닌그라드의 상황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같은 해 6월, 불가침조약을 믿고 있던 소련을 습격한 독일군은 식량 창고를 파괴하고 레닌그라드를 봉쇄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남의 빵을 빼앗는 사람, 개나 고양이에게 손을 대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인간 연구에서는 누군가가 개나 고양이까지 먹었다는 사실보다 먹는 인간과 먹기를 거부하는 인간으로 나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문화적, 전통적으로 금기시되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 식생활이 평상(平常)에서 이상(異常)으로 전락하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지 않는 것 또한 생존에 유효한 방법이었다”고 말합니다. 어떤 어머니는 레닌그라드 봉쇄 기간 동안 자식들에게 양치질을 시켰다고 합니다. 봉쇄 중 칫솔과 치약이 없어서 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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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의 외부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26. 15:17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본떠서 기계와 제도를 만든다. 아마 그럴 것이다. 건물은 윗층에 지체 높은 사람이 머물며 명령을 내린다. 층수가 내려갈수록 신분이 낮아지며, 지하에는 주차장이나 보일러실이 있다. 어떤 독창적인 건축가라도 이 반대로 된 구조체(지하에 사장실이 있고, 가장 높은 층에 창고가 있는 건물)을 제안한 적은 없을 것이다(있다손 쳐도 의뢰인이 단칼에 기각한다). 이러한 이치는 두뇌와 그 이외 신체부위의 관계를 외부화한 데 있다. 사회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위에 ‘머리’가 있고, 아래에 ‘손발’과 ‘팔다리’가 놓여 있다. 인간의 야릇한 점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낸 제도와 기계의 그물에 스스로 걸려든 나머지 제도와 기계에 맞춰 신체를 놀린다는 점에 있다. 이건 무도 수련을 한번 해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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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봉건제』와 중세 퇴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25. 15:53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테크노퓨달리즘』(북이십일) 서평을 써야 하였다. 사실 서평이라기보다도 인터넷 상에서 편집자, 작가 등과 이야기 나눈 것을 활자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이게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으므로 한 시간 정도 말했다. 바루파키스는 2015년 그리스 정부가 재정위기를 맞았을 당시 장관으로 불려가 나라 살림 정상화에 진력했던 경제학자이다. 현장을 잘 알고 있으니만큼 그 분석에 설득력이 있었다. 바루파키스가 주장하기를, 인터넷 상의 플랫폼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기업(애플, 구글, 아마존 따위)이 급기야 ‘자본주의를 벗어던지고 완전히 새로운 지배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더이상 질 좋고 값싼 제품을 시장에 제공하여 경쟁사를 제치고 점유율을 높이는 재래식 비즈니스모델을 채용하지 않는다. 그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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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여러 문제 상담소인용 2025. 5. 25. 12:59
타인을 배려하는 심장 온도 알아보기 남자의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란 점이다. 이런 것은 일상생활에서 남자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간단한 것은 남자가 여닫이문을 열고 닫을 때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같은 큰 건물의 여닫이문은 손님이 문을 열고 가면 자동으로 닫힌다. 어떤 곳은 문이 닫히는 속도가 너무 빨라 위험한 곳도 있다. 이런 곳에서 문을 열고 나갈 때 뒤를 보지 않는 남자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인간들이다. 만일 뒤에서 오는 사람이 임산부거나 유모차를 밀고 오는 주부거나 어린 아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대에게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그 집안에 엄청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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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완벽한 몸매를 원하십니까?인용 2025. 5. 24. 10:04
영화 에서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배우로서 이름처럼 반짝이던 젊은 날을 뒤로하고 현재는 늙어 퇴물 취급받는 여성이다. 이렇게 엘리자베스가 더 이상 젊지도, 그래서 아름답지도 않다는 이유로 제작사의 수장 하비(데니스 퀘이드)는 엘리자베스를 TV 운동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킨다. 이 일련의 사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코랄리 파르쟈는 엘리자베스의 몸 그리고 하비의 표정과 행동을 매우 정교한 클로즈업 쇼트로 담는다. (...) 이때 감독은 큰 화면 안에 두 사람의 얼굴을 교차함으로써 하비와 엘리자베스 사이에 암묵적으로 형성된 '말하는 이의 역할'과 '듣는 이의 역할'을 대비시킨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상대적 강자의 폭력성과 상대적 약자의 무력감을 시각화하는 효과를 거둔다. 또한, 엘리자베스가 라운지바를 찾는 신에서 감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