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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체의 외부화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26. 15:17

    인간은 자신의 신체를 본떠서 기계와 제도를 만든다. 아마 그럴 것이다. 건물은 윗층에 지체 높은 사람이 머물며 명령을 내린다. 층수가 내려갈수록 신분이 낮아지며, 지하에는 주차장이나 보일러실이 있다. 어떤 독창적인 건축가라도 이 반대로 된 구조체(지하에 사장실이 있고, 가장 높은 층에 창고가 있는 건물)을 제안한 적은 없을 것이다(있다손 쳐도 의뢰인이 단칼에 기각한다). 이러한 이치는 두뇌와 그 이외 신체부위의 관계를 외부화한 데 있다. 사회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위에 ‘머리’가 있고, 아래에 ‘손발’과 ‘팔다리’가 놓여 있다.

     

    인간의 야릇한 점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낸 제도와 기계의 그물에 스스로 걸려든 나머지 제도와 기계에 맞춰 신체를 놀린다는 점에 있다. 이건 무도 수련을 한번 해보면 알 수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중년 이상 남성 가운데에는 ‘뇌가 운동을 중추적으로 지배하는’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많다. ‘현장에 권한위임하는’ 데에 강한 심리적 저항이 작동하는 것이리라.

     

    뇌지배가 과잉되면 손을 조작하는 데 자원이 우선적으로 분배된다. 손에 신경이 쓰이므로, 손이 시야 가운데 없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실제로 보면 손의 가동영역은 시야 바깥에까지 넓어질 수 있음에도, 손을 시야 안에 거두지를 못하므로, 움직임이 소극적이다. ‘보고・연락・상담’같은 걸 조직의 매너랍시고 부하에게 귀따갑게 지시하고, 자신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수족’이 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는 중간 관리직같은 상황이다.

     

    사회제도를 신체에 내면화하고, 신체를 기계와 같이 조작하는 사람들의 선입관을 해제함과 동시에, 애초에 제도나 기계는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을 외형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체에는 좀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일 또한 무도 수련의 중요한 목표이다.

     

    그런데, “자신이 만들어낸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마르크스는 ‘소외’라고 일렀습니다. 뇌의 지배로부터 신체를 해방시켜야만 하지요”라고 설명을 하다 보니, 이러한 설명 방식 자체가 ‘계급 투쟁’이라는 외부의 현상(원문 事象 - 역주)을 신체에 내면화하여 설명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월간 무도 320)

     

    (2025-05-02 14:5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커먼의 재생』 『무도적 사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미사고 신체 감각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상당히 오컬트처럼 취급되는 면이 많습니다만, 차를 운전할 때 차폭 감각이란 게 있지요. 자신의 신체 감각을 거기까지 확장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우치다 맹인은 스테이크에 스치는 물성의 온도, 색을 알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연장할 수 있는 것이예요. 여성은 모자 장식으로 달린 털에 뭐가 닿아도 알 수 있어요. 감각은 무기물에도 훌륭히 연장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미사고 그것이 전부 훈련으로 짜여질 수 있는 것이지요.

     

    ...

     

    오길비: 잘은 모르겠지만, 여성은 타인의 시선을 100% 인식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것이 소지품(잠시 놓고 간 백이라든지)에도 연장되는 것이 아닐까... 정말 불현듯 떠오른 것이었어요.

    남자인 제가 말씀드리지만, 사실 이런저런 면에서 발전・진보한 성은 여성입니다. ... 이런 설명조차 성차라는 사회제도를 신체에 내면화한 결과물이라는 걸 깨닫고 그저 아연실색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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