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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몰락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14. 15:13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관해 여기저기서 많이 물어온다. 필자는 국제정치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에 틀릴 것을 염려치 않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필자의 예측이란 ‘미국은 불가역적으로 몰락의 과정에 든다’ 하는 것이다.

     

    20세기 들어 미국이 그동안 내걸어 왔던 ‘도의적인 민주주의 국가’라는 겉모습을 트럼프는 팽개쳤다. 이유는 ‘도의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될 비용’이 과중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더십을 취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표면적인 말’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비용을 지출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력과 군사력이 모두 망가진 미국에 더는 그런 ‘자기 희생’을 할 여력이 없다. ‘미국만 좋으면 뭐든지 상관없다. 세계가 어떻게 될지 알까보냐’ 하는 것이 트럼프의 정치 자세이며, 이를 미국 시민의 절반이 지지했다. 이 사실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앞으로 트럼프에게 투표했던 사실을 후회하는 사람들이라든가, 다시한번 정치적 올바름과 다양성, 공평성, 관용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반격을 해올 것이지만, 미국은 도의적인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과 미국이 ‘세계 최강의 「배드 애스(bad-ass)」 국가’가 되는 데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들 사이의 화해는 아마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규칙을 지키는 사람’과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다투는 경우에, 단기적으로는 반드시 후자가 이긴다.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캘리포니아주에서 시행되었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합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대답이 32%까지 치솟았다. 지금 다시 조사해보면 아마 50%에 가까울지 모른다. 텍사스에서도 ‘텍사스는 텍사스 사람에 의해 통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텍사스 내셔널리스트 운동’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인구 4천만 명, GDP는 일본을 추월하는 세계 5위의 ‘대국’이다. 텍사스는 인구 3천만 명이고 GDP 8위다. 캘리포니아 주는 1846년 건국한 캘리포니아 공화국, 텍사스 주는 1836년에 건국한 텍사스 공화국이 나중에 합중국에 가입한 바 있는 정치 단위이다. 엄밀히 말하면 둘 다 ‘별개의 국가’이다.

     

    합중국 헌법에는 가입에 대한 규정은 있으나 (4조 제 3), 탈퇴에 관한 규정은 없다. ‘합중국으로부터의 탈퇴는 가능한가’를 둘러싸고 남북전쟁 이후인 1869년에 ‘텍사스 대 백악관’ 재판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연방 대법원은 어떠한 주라도 합중국으로부터 탈퇴는 가능하지 않다고 판결을 내렸다. 합중국은 ‘공통의 기원’에서 태어난 일종의 유기체이며, ‘상호 공감과 공통의 원리’ 아래 나뉘기 힘든 결속을 지니고 있으므로 일개 주의 연방 탈퇴는 ‘혁명에 의하거나 다른 주의 동의에 따라’ 시행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앞으로 트럼프의 압제정이 계속되면 ‘도의적이고 민주적인 미국’을 사수하려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카드로써 ‘주 독립’을 꺼내들고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영화 <시빌 워>에 묘사된 것처럼 연방군과 방위군 사이에 내전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민주당세가 강한 주끼리 모여 ‘반 트럼프 연합’을 결성하여, 연방 내에 남아있는다손 치더라도, 트럼프의 폭주를 저지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는 건 그리 어렵잖게 상상할 수 있다.

     

    미국의 ‘주’를 여느 ‘시도군’과 같은 행정 단위로 여기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주’는 일종의 ‘주권 국가’인 것이다. (주니치 신문, 427)

     

    (2025-04-29 05:1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커먼의 재생』 『무도적 사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