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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셀 남성과 질투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5. 27. 08:34

    영국 정부는 조만간 과격한 여성혐오(misogyny)를 이슬람원리주의나 극우운동 급으로 격상시켜 ‘과격주의’ 유형의 한 형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인셀 범죄’라는 문자열이 있었다. ‘인셀’이란 Involuntary Celibate의 준말. ‘비자발적 독신자’, 뜻하지 않게 파트너를 얻지 못하는 사람을 이른다.

     

    과격한 여성혐오의 주역*은 이러한 인셀 남성이다. 미국에서는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페미니즘 운동이 자신들의 진학과 취업 기회를 앗아가고 있다는 ‘서사’를 설정해놓고 자신들의 불운을 설명하는데, 이에 벌을 주기 위해 여성을 살해하며, 자신도 죽는다. 출구가 없다.

     

    (* 원문 担い手에는 가족을 먹여살리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 – 옮긴이)

     

    이런 사연을 듣고 있자면, ‘남자는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통절히 느낀다. 필자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미혼이다. 어째서 결혼하지 않느냐고 예전에 물어보니 ‘남자의 자아를 달래며 세월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내 인생은 길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 말은 정말이지 참이다.

     

    어쩌면 남자들은 누군가로부터 존경과 승인을 끊임없이 받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존재일지 모른다. 따라서, 남자들은 권력, 재화, 위신을 좇으며, 경의를 강요하고, 남한테 굴욕감을 선사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종종 생면부지의 사람한테 격렬한 매도가 담긴 메일을 받곤 한다. 아마 그들은 ‘내가 거기에 있어야 했을 지위를 우치다 다쓰루가 부당히 점하고 있다. 썩 물러가라(내한테 돌리도)’ 하는 의도가 있을 거로 짐작한다.

     

    이 세상의 수많은 죄악은 충분한 경의와 승인을 얻을 수 없었던 남자들의 질투심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허나, 질투만큼 황폐한 감정도 없다. 게서는 ‘좋은일’이 하나도 생겨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적인 우위를 노리는 경쟁을 통해 비로소 남자들은 그들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유해한 서사가 지금도 줄기차게 선포되고 있다. 인셀 범죄는 곧 승자가 다 가져가고 패자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는 게 ‘사회적 공정’이라 가르쳐 왔던 관행의 논리적 귀결이다. 이제 이러한 사고방식을 버릴 때가 되었다.

     

    (시나노 마이니치 신문 44일자)

     

    (2025-05-02 14:5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커먼의 재생』 『무도적 사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