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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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외】 한국 민주주의의 잠재력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6. 15:14
깊이 잠들었다 아침에 깨보니 '한국에서 계엄령이 발령되었다가 몇 시간 만에 해제' 소식을 접하며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어 트위터에서 입수할 수 있는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한국의 국회의원과 언론, 그리고 시민들의 순발력에 감탄했다. 눈앞에서 정치적인 격변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곧바로 이해하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할 일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도에는 '기(機)를 보다'라는 말이 있다. 이 기(機)라는 것을 소홀히 했다가는 역사가 다른 차원의 궤적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계엄령 해제가 한나절만 늦었어도 시민과 군인 사이에 유혈 참사가 일어났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과거 44년에 걸쳐 쌓아 올린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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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쓸 수 없는 학생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5. 16:24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학생들이 글자 쓰기를 버거워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교과서를 노트에 필사만 해 오라는 숙제를 매번 내고 있건만, 해 오는 학생은 절반 이하다. 수업 중에 칠판에 적힌 내용을 노트에 베끼도록 하는 지시에도 학생들은 따르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저 ‘게으름 피우느라 이러나’ 싶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반드시 그렇다고만은 할 수는 없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소설 『코』를 쓴 저자를 묻는 시험 문제에 ‘니콜라이 고골(ゴーゴリ)’이라고 답을 쓴 학생이 있었다. 고골도 똑같은 이름의 단편을 썼기는 했지만, 교과서에서 읽었던 글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의 것이었다. 어째서 일부러 고골이라고 썼느냐고 학생에게 물었더니, ‘한자로 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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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은 계획이 다 있구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25. 18:59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 씨와 대담했을 때 개헌 얘기가 나왔다. 자민당은 '한다 한다'고 말만 계속할 뿐, 진심으로 할 생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에서 발의는 할 수 있지만, 국민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투표 결과 부결된다면, 자민당은 당이 존재할 이유의 상당 부분을 부정당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너무나 위험하다. 그보다는 '한다 한다'라고 말만 앞세우며 개헌파 지지층을 묶어놓는 거다. 이 텃밭을 선거에 이용하는 선에서만 그치도록 놔두는 게 정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유리하다. 실제로 그렇게 자민당은 국정 선거에서 연승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에는 소선거구제의 마법 덕분이다. 유권자 가운데 50%가 기권하고,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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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토반도 재난 초기대응 지연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4. 15:30
1월 12일에 '일본 정부와 이시카와 현의 사고 발생 초기 늑장 대응은 주위의 원자력발전소와 관련이 있을 듯'이라는 내용을 시나노마이니치에 기고했다. 그 시점에서는 근거가 희미한 추측이었음에도, 시간이 지난 뒤 아니나다를까 원전이 '경계 사태'에 준해 있음이 밝혀졌다. 시가마치(志賀町)에서는 진도 7을 기록했다. 원자력 재난 대응 지침에 의하면, 원전 소재 지자체에서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시, '경계 사태'로 간주된다. '경계 사태' 발령이 나면, 원전 5킬로미터 권역의 고령자나 임산부들은 피난 준비에 들어가야 할 뿐만이 아니라, 후송 시설과 운송 수단 또한 확보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재난 발생 직후였으므로, 피난 준비나 후송처, 운송수단 등과 관련해 중앙정부나 지자체로서는 어느 하나 준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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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머리에 생각하는 것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30. 13:16
노토반도 지진과 하네다 비행기 사고로 일본은 2024년의 막을 열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일어날 격동의 예감, 불길함을 느꼈던 사람이 적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올해에는 미국 대선이 있다. 트럼프가 또다시 백악관에 입성한다면, 미국의 분단과 조락(凋落)에는 더 이상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귀추도 오리무중이다. 푸틴과 젤렌스키 모두 정전하겠다고 스스로는 말을 꺼낼 수 없다.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이 언제 멈출지도 알 수 없다. 가령 정전 협상이 이루어진다고 치자. 팔레스타인의 전후 체제를 누가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까? 중동의 플레이어들은 아무도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두 번 다시 중동에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아 하고, 중국도 관망 중이며, 러시아는 지금 중동에 신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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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의 우치다 타츠루 뉴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26. 15:30
2023년 마지막 날을 맞았으므로, 상례로 행하는 ‘올해의 중대 소식 발표’를 하겠다. (1) 오른쪽 무릎에 인공 관절 수술을 받았다. 이에 티타늄 무릎이 되었다. 2019년 11월, 지독한 감기가 들고 나서, 오래전 다친 무릎이 아프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을 견디기 어려워졌다. 스프레이형 진통제를 도포하고, 보호대를 칭칭 감고서 수련을 계속했으나, 점차 참을 수 없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이키도를 할 수 있기는커녕 일상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모리오카에 갔을 때 비행기에서 발을 질질 끌면서 내리려니까 승무원분이 ‘휠체어를 준비해 드릴까요?”라고 물었을 정도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미야케 접골원 원장인 미야케 마사키 선생의 조언에 따라 외과적 수술을 받기로 했다.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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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엑스포 유치를 중단하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2. 29. 12:36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한 정부 지출 명세의 ‘전반적인 구도’를 일본 정부가 제시했다. 기반시설 정비에 8,390억 엔, 전시장 건설비 등 직접비용에 1,647억 엔(전시장 건설비 783억 엔, 일본관 360억 엔, 개발도상국 지원 240억 엔, 기타 경비 199억 엔, ‘엑스포 기운 배양(培養)’에 38억 엔, 유치 비용 27억 엔 등). 그밖에 간접인프라 정비에 약 9조 엔, 각 부처 사업비 3.4억 엔 등으로 드러났다.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년 동안만 개최되는 ‘축제’에 10조 엔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다. 엑스포에 의한 경제 파급 효과가 처음에는 6조 엔이라고 하였으나 차차 줄어들어 2조 엔이 되더니, 이제는 언급조차 사라졌다. 한편으로는 천문학적인 세금이 이런 ‘실패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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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2인데, 고베에서 이상한 교수님을 봤습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0. 19. 12:27
간사이 지방으로 수학여행 온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요청받았다. 일본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다. 오래 살아 본 인간인 필자로서는 할 얘기가 정말 많다. 기꺼이 수락했다. 하지만 고등학생들 입장에서는 기껏 재미난 수학여행이 한창인 와중에 (게다가 저녁밥 먹기 직전에) 낯선 남자가 하는 설교 따위는 안중에 없을 것이다. 상대방은 '들을 의사가 없다'. 나로서는 '옷깃을 붙잡고 싶을 정도로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 합의 형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얕보면 곤란하다. 필자는 교단에 반 세기 가까이 서면서 산전수전 다 겪었다. 절대로 조는 일 없이 끝까지 얘기를 다 듣게 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별로 거창한 술책은 아니다. 사전에 준비를 해 갖고 가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떠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