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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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방 이주자들에게 이야기한 것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5. 22:16
한국에 있는 지방 이주자들의 단체가 가이후칸을 찾았다. 인구 감소 사회 아래 지방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합계 특수 출생률 0.78이라는 초 저출산에 더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서울과 수도권에 살고 있는 인구 일극(一極) 집중이 진행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인구 감소 탓에 경제 활동이 약화되고, 학교나 병원의 통폐합이 시작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그 역풍 가운데 지방의 재생을 목표로 하는 활동가들은, 직감에 이끌려 선택한 지방 이주라는 삶의 방식에 어떤 역사적 필연성이나 도리가 있는가 하는 근거를 찾아, 멀리 일본까지 찾아온 것이다. 그들을 맞으러, 나라 현 히가시 요시노무라로 이주하여 그곳에 사설 도서관을 열고 지방의 문화 발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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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후의 텔레비전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4. 22:34
‘70년 후의 티브이’ 라는 이상한 주제를 수락했다. NHK가 티브이 방송을 시작했던 게 70년 전이므로, 7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를 예측해 달라는 것이다. 아마 설문 답변자의 과반수는 ‘70년 후에 티브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예측했을 것이다. 문제는 언제쯤 티브이가 사라질까 하는 것이다. 5년 후일까, 10년 후일까, 아니면 좀 더 살아남을 것일까. 어찌됐든 ‘정도의 차이’이다. 물론, 업계 내부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필사적으로 중요한 ‘정도의 차이’겠지만, 머지 않아 티브이가 주요 매체의 일각으로부터 탈락한다는 점은 틀림이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티브이를 보는 습관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과거 수년 동안을 되짚어 봐도, 보고자 하는 프로를 보기 위해 티브이를 켜는 동작을 했던 것은 국정 선거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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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크러시’의 나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3. 22:44
젊은 경제학자가 고령화 사회에 관한 대책으로 고령자의 ‘집단 자결’을 요청한 발언이 뉴욕타임즈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논란’ 발언을 한 예일대 조교수인 나리타 유스케 씨에 관해 기사에서는 ‘미국 학계에서는 거의 무명이지만, 일본의 SNS 상에서는 극단적인 견해를 표명하면서, 노인지배 아래 손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십 수만 명의 팔로워를 획득하고 있으며’, ‘사회적 금기를 희희낙락 파괴함으로써 열광적인 시청자를 획득해 온 일본의 선동자 중 한 명’으로 소개했다. 기사를 읽고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일본 사회를 ‘노인 지배(gerontocracy)’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 생각한 것이다. 확실히 일본 사회에는 ‘권력을 가진 노인들’이 만연해 있어서, 젊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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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신 사정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2. 21:57
(치쿠마 쇼보)를 최근에 낸 북경 주재 저널리스트 사이토 준코 씨가 가이후칸에 와주었다. 최신 중국 사정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다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중국의 생활자가 내는 육성은 일본에 잘 와닿지 않는다. 취재 활동에 엄격한 제약이 부과되어 있기도 하거니와, 시민들도 입이 무겁다. 어디서 누구와 만나 무엇을 이야기했는가, 그것을 정부는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시민은 믿고 있다). 실제로 감시당하고 있지 않아도, 시민이 ‘감시당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품고 있는 한 ‘파놉티콘(일망 감시 장치)’은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중국에는 사회적 신용 평가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 정부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전국민의 사회적 신용(쉽게 말하자면 ‘체제 충성도’)을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수가 낮은 사람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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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표준을 만드는 사람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2. 20. 22:03
히라카와 가쓰미 군이 점주로 있는 도나리마치 카페의 신년 모임에 얼굴을 내밀었는데, 요로 다케시 선생, 사사키 미키로 씨, 세키가와 나쓰오 씨, 카스가 다케히코 씨와 뜻밖에 오랜만에 인사를 교환할 수 있었다. 히라카와 군이 선사한 ‘세뱃돈’ 같은 것이다. 거기에 돗토리 현에서 천연 효모로 빵과 맥주를 만들고 있는 타르마리의 와타나베 이타루・마리코 씨 가족분들도 찾아와주어서,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마시며, ‘인구 소멸지에서 세계 표준의 제품을 내보내는’ 계획 얘기에 푹 빠졌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일본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도시 집중’ 그리고 ‘지방 분산’ 두 가지 중 하나밖에 없다. 정부와 경제계는 잽싸게 ‘도시 일극 집중’ 시나리오를 선택하여, 국민적 합의를 무시한 채 착착 지방 소멸화 및 불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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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지마 다카시 씨의 추억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2. 1. 21:16
오다지마 다카시 씨의 부고가 도착한 것은, 미소기하라이 수행을 하고 있던 도중이었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도장으로 돌아가 수행을 계속했다. 오다지마 씨는, 이런 글이 쓰이는 걸 생전에 무척 싫어하던 사람이었지 하는 사실을 떠올리며, 자기 자신 멋대로 공양하려는 차원에서 헌사를 올린다. 필자가 처음으로 오다지마 씨의 문장을 읽은 것은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였는데, 도쿄의 생활정보지 컬럼이었다. 다 읽고 나서 팬이 되었다. ‘젊은 세대에서도 대단한 사람이 나왔구나’ 라든가 ‘예측할 수 없는 재능이다’ 하고 놀란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사람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다’ 라고만 생각했다. 그만큼 중독성 있는 문장이었다. 그렇게 그가 쓴 글을 찾아내서 게걸스럽게 읽게 되었다. 실제로 존안을 뵐 기회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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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 러닝을 권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4. 07:41
학교 교육에 대한 인터뷰를 받을 때는 대체로 가르치는 입장에서 얘기를 하게 되는데, 요전번에는 드물게도 ‘어떤 식으로 공부해 오셨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로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청하는 일이 되게 좋았다. 그렇게 말하면 인터뷰어는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말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라고 한다. 하지만, 애초에 배우는 게 삼시세끼 밥보다도 좋은 사람이 학자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왜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는 것인가. 필자는 전문가가 하는 얘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느 분야든 상관 없다.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호기심이 항진(亢進)한다. 전에 제자의 결혼식 옆자리에 앉은 신사로부터 귀금속 업계의 현황에 대해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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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인들의 고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5. 20:33
3년 만에 강의 여행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입국 수속이 상당히 번거로워지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한국 벗들과 해후할 수 있었다. 2박 3일 동안 두 도시에서 강연하는 하드한 스케줄이었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인터뷰를 가진 후, 신문 기자들과의 간담회 이벤트가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젊은 여성 기자들 여섯 명과 한국 언론의 현황과 관련해 얘기했다. 어느샌가 그 자리는 기자들의 이런저런 질문에 필자가 답하는 ‘신상 상담’ 시간이 되어버렸다. 모든 질문이 흥미로웠다. 양국의 언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임을 느꼈다. ‘문해력이 낮은 독자도 알아먹을 수 있도록 쓰라’고 선배 기자로부터 지시가 내려오고, 그러면 갈수록 기사가 부박해지는데 이를 어쩌면 좋겠느냐 하는 것이 첫 질문이었다. 똑같은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