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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민당은 계획이 다 있구나?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25. 18:59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 씨와 대담했을 때 개헌 얘기가 나왔다. 자민당은 '한다 한다'고 말만 계속할 뿐, 진심으로 할 생각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에서 발의는 할 수 있지만, 국민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을 수 있을지의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투표 결과 부결된다면, 자민당은 당이 존재할 이유의 상당 부분을 부정당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게 되면 너무나 위험하다.

    그보다는 '한다 한다'라고 말만 앞세우며 개헌파 지지층을 묶어놓는 거다. 이 텃밭을 선거에 이용하는 선에서만 그치도록 놔두는 게 정권을 유지하는 데에는 유리하다.

    실제로 그렇게 자민당은 국정 선거에서 연승해 왔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에는 소선거구제의 마법 덕분이다. 유권자 가운데 50%가 기권하고, 야당이 후보 단일화를 할 수 없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20% 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해 두는 것만으로도 자민당은 영원히 권좌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국민투표에서는 그게 안 된다. 선택지가 '찬성 혹은 반대'라는 양자택일이기 때문이다. '야당 표가 분열되는' 일이 못 일어난다.

    게다가 뻔히 기권율이 50%가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이제까지 국정 선거를 기권해 왔던 사람들의 대다수도 국민 투표에는 발걸음을 옮긴다. 이렇게 '계속 기권을 해왔지만서도 오랜만에 투표하러 나왔다' 하는 사람들에게 '개헌 찬성' 표를 던지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익을 유도할 때는 '개헌하면 여러분한테는 이러이러한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라고 약속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자민당 개헌 초안을 보는 한, 개헌해서 바뀌는 건 '전쟁 가능 국가'가 되는 것, 기본적 인권이 제한받는 것, 긴급사태 조항에 근거해 합법적으로 독재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는 점 정도다. 개헌을 한 뒤 시민적 자유가 확대된다든지, 살림살이가 넉넉해진다든지, 학교 현장이 신바람 난다든지 하는 그런... 일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렇게 되는 이상 개헌을 하면 뭐가 좋다 하는 회유를 써먹을 수는 없다. 결국 남는 건 '일본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건 헌법 탓이다. 지금 당장 개헌 안 하면 앞으로 훨씬 더 <나쁜 일>이 일어난다'라는 '헌법 만악 근원론' 뿐이다.

    개헌해 봤자 <좋은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전후 오랫동안 '만세 반석(不磨の大典)'이자 국민이 그것을 존중하고 옹호할 의무를 져 왔던 이 헌법을 갖다가, '이 자식이 <만악의 근원>이었던 거였어'라며 악담을 퍼붓고, 발길질하며, 침을 뱉을 수만은 있다.

    '여보게들 이러면 굉장히 통쾌하지 않겠어?'

    자민당이 유권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그런 기학적인 쾌감밖에 없다. 과연 이 소리를 듣고서 '옳다거니. 이제 현행 헌법을 여럿이서 짓밟는 <행사(お祭り)>에 이 몸도 참여하리라' 하며 개헌 찬성표를 던질 국민이 얼마나 존재할지, 개헌파는 지금 그걸 가늠해 보고 있을 터다.

     

    (2024-02-09 14:55)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http://blog.tatsuru.com/2024/02/09_14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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