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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네 온천에서 느꼈던 중국의 리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1. 13:26
기노사키(城崎)에 이어, 하코네로 오랜 친구들과 온천요법을 하러 나갔다. 여관도 잠깐은 ‘소쩍새만이 호젓이 우는’ 상태였으나 거의 예전으로 돌아갔으며, 종업원 수도 코로나 동안에는 반으로 줄었으나, 역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숙박객의 절반 이상이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었다.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유카타의 허리띠를 매고 다니는 사람들이, 능숙한 솜씨의 젓가락질로 일식을 들고 있다.
중국에서 온 사람은 대체로 한눈에 알 수 있다. 일본인과 외모는 구별이 가지 않으나, 어딘가가 다르다. 뭐라고 해야 할까 ‘고개를 당당히 들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규칙이므로 (납득이 가지 않아도) 따른다든지, 옆에 사람이 싫은 눈치를 주면 조심한다든지 하는, 그러한 ‘타협’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게 중국인의 기질이리라.
얼마 전에 개풍관에서도 20명 정도 중국으로부터 손님을 맞았다. 인솔을 맡으신 마오단칭 선생에게 ‘이 사람들은 어떤 분들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사업에 성공하고 나서 더는 일할 필요가 없어져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연령대는 30대에서 50대인데, 공성명수(功成名遂)한 중국의 부자들이다. 미국 같았으면, 플로리다에 저택을 사서, 골프를 친다든지 뱃놀이한다든지 매일 밤 파티를 벌인다든지 하며 지내는 게 정석이겠지만, 중국의 부호들은 이채롭다. 그들 사이에서는 지금 철학이나 종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 분야를 탐구하고자 일본을 찾는다고 들었다.
분명히, 물질적인 욕망이 충족되고 나서 ‘정신적인 갈증’을 느끼게 되는 이로는 이해할 수 있다. 애초에 중국은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청나라 이래의 전통적인 시설이 해체되고, 나중에는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엑스포 개최 과정에서 ‘오랜 중국’의 흔적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이다(베이징의 전통적인 후퉁 가옥도 그때 헐렸다). 이렇듯 오늘날의 중국인에게 ‘오래된 중국’에 대한 향수가 싹트게 되면 어디로 가야만 할까?
인근의 반도에도 ‘옛날 중국’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내전 때 ‘산속 깊은 사찰에 적의 군사가 웅거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역사적 건조물을 뒤도 안 돌아보고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따라서, 필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찰 몇 곳을 돌아보았는데,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보면 대개 콘크리트 건조물 즉 ‘모조품(레플리카)’ 이었다. 서울이나 평양 모두 조선 시대의 건물은 거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들었다.
따라서 중국 사람들이 ‘오래된 중국’의 향수를 느꼈을 적에 발걸음하는 곳이 일본밖에 없게 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분명히 일본에는 ‘옛날 중국’이 남아 있다.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 시대 문물이 일본 열도로 건너와, 다양한 모습으로 온존해 아카이브화되어 있다.
하코네 온천에서의, 중국 손님들 역시 상당히 릴랙스된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방 안의 도코노마에는 한시가 쓰인 족자라든가 남종화가 걸려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단골로 묵는 숙소의 로비에 보면 중국의 말이 단독으로 그려져 있는 거대한 화폭이 벽에 걸려 있다). 그것을 봤을 때의 그들의 안도감은 상당했으리라.
만약 우리 일본인이 아시아의 어떤 나라에 여행을 갔는데, 호텔 로비에 바쇼의 시구나 사이교의 시가가 달필로 적혀 있는 편액을 발견한다면, 굉장히 마음이 놓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중국 손님들의 기분도 어느 정도는 상상이 간다. (2023년 9월 1일)
(2024-02-12 09:5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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