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Twice Born인용 2023. 10. 1. 10:02
"요즘 학생들 보면 이렇게들 패기가 없어서야 참 걱정이다 싶을 때가 있어. 세세한 스펙 따위 별 상관도 없으니 거기에 목숨 걸고 그러지 말고 큰 꿈을 가져봐." "그런데 왜 청년들한테 도전 정신이 있어야 하는 거죠?" 내 물음에 H그룹 과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늙은이들더러 도전 정신을 가지라고 하겠니?" (...) "저는요, 젊은이들더러 도전하라는 말이 젊은 세대를 착취하려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뭣 모르고 잘 속는 어린애들한테 이것저것 시켜 봐서 되는지 안 되는지 알아보고 되는 분야에는 기성세대들도 뛰어들겠다는 거 아닌가요? 도전이라는 게 그렇게 수지맞는 장사라면 왜 그 일을 청년의 특권이라면서 양보합니까? 척 보기에도 승률이 희박해 보이니까 자기들은 안 하고 청년의 패기 운운 하..
-
비밀스럽게 움직이기인용 2023. 10. 1. 08:11
쇠파이프를 들고 헬멧을 쓰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토의했던 학생들은 빈부 격차나 실업에 분노했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부모에게 학비를 받아 학창 생활을 즐겼던,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꽤 괜찮은 신분의 학생들이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먹고사는 데 곤란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의 저는 재일 한국인이라는 데서 오는 핸디캡과 울적(鬱積)함으로 고민의 밑바닥에 있었으므로 다소 각성된 관점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차치한다고 해도 저는 학생 반란과는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반신은 미국 문화에 푹 담그고 있으면서 머리로만 혁명을 부르짖는 학생들. 얼마 후 그들은 썰물 빠지듯 물러나 그토록 비판해 마지않았던 사회로 살길을 찾아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도카니 남겨진 것처럼 당..
-
형세의 전환인용 2023. 9. 29. 21:02
그러다 일본이 윤택해지면서 모두 경쟁하고 자기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지요. 다른 사람의 사정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나 혼자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 몰인정한 시대가 된 것은 경쟁에서 져서 사회의 하층으로 떨어진 사람이라도 어떻게든 먹고살 수는 있다는 보증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경쟁에서 뒤처지더라도 목숨까지 빼앗기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크 헤지도 생각하지 않고 모든 판돈을 승부에 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중에 있는 돈이 빠듯해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승부를 다투는 거지요. 그런 시대가 쭉 계속되었습니다. (...) 자살률에 관해서는 세계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법칙이 있습니다. 그것은 전쟁 중일 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 바쁠 때는..
-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학교 도서관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2/5)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9. 26. 12:24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특수한 기능인’으로 일컫습니다. 어떤 기능을 갖고 있냐 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지하 1층까지밖에는 접근하지 못하지만, 자신은 지하 2층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하 2층에 내려가면 거기에는 태고적부터 연면히 흐르는, 지금도 온 세상에 펼쳐져 있는 ‘수맥’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도구로 무언가 여남은이나마 건져서는 갖고 올라옵니다. 지하 2층은 인간이 오래 있기에 위험한 곳이므로, 일을 보고 난 뒤에는 재빨리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데, 그렇게 지하 2층에서 경험했던 것을 서사의 형식으로 이야기해오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러한 분야의 기능을 습득한 소..
-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학교 도서관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1/5)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9. 20. 13:27
안녕하세요. 이번에 소개받고 자리에 서게 된 우치다 다쓰루라고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둘러보니까요, 여러분은 오히려 얼굴이 새하얗고, 강사 한 명만 얼굴이 새까맣게 타 놓고서는 여러분 앞에 서 있자니(웃음), 진심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여러분은 거의 여름방학 내내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던 바람에 놀러 다닐 여유가 없으셨겠습니다만, 저는 해수욕장에 다녀왔던 겁니다. 3일 동안 말이지요. 교토 부(府) 교단고(京丹後)라는 곳인데, 여기 좋더라구요. 저는 가이후칸(凱風館; 개풍관)이라는 아이키도(合気道; 합기도) 도장을 하고 있습니다. 가이후칸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바닷마을[海の家]’이라는 이벤트를 열고 있습니다. 여관을 한 동 전세내서 하는 겁니다. 10명 이상 묵으면 한 동을 통째로 내어줍니다..
-
"덕분에 지훈은 든든하고 안정감 있는 아이로 컸다." (김지혜 <책들의 부엌> 중에서)인용 2023. 9. 15. 20:00
지훈의 가족과 함께 있을 때면, 마리는 뭔가 이야기를 지어낼 필요가 없었다. 지훈의 가족은 사람은 누구나 평범하고, 평범함의 옷을 입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 때 빛이 난다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있는 척하는 삶이 주는 순간의 짜릿함과 우월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내가 그 정도는 벌어봤는데.", "내가 살다 보니 이런 경우도 있었는데 말이야." 라는 말로 시작되는 허세의 기운은 세 가족의 어떤 구석에도 스며들지 못했다. 그래서 마리는 지훈과 있을 때는 완벽하고 특별한 존재로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서 해방되었다. 지훈의 가족은 마리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법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마리의 삶이 어땠는지를 은근히 궁금해하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집에..
-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인용 2023. 9. 11. 21:11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마다 알맞은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다. 심을 때가 있고,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다. 허물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통곡할 때가 있고, 기뻐 춤출 때가 있다. 돌을 흩어버릴 때가 있고, 모아들일 때가 있다.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삼갈 때가 있다. 찾아나설 때가 있고, 포기할 때가 있다. 간직할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말하지 않을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다. 전쟁을 치를 때가 있고, 평화를 누릴 때가 있다. ✳︎ 나는 세상에서 또 다른 것을 보았다. 빠르다고 해서 달리기에서 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