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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신회와 가속주의 사상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9. 15:41
오사카에서 집권하고 있는 일본유신회(日本維新の会)가 행한 지난 15년간의 정치 결과에 대한 평가 검토를 어느 강연회에서 요청받았다. 행정, 의료, 교육 등 어느 분야를 살펴봐도 오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높은 평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허나 일본유신회가 받는 오사카에서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어째서 정책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정당을 유권자는 계속 지지하고 있는가. 일본유신회(이하 ‘유신’ - 옮긴이) 정치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유권자가 ‘유신’ 정치의 실태를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해석을 채용한다. 오사카의 언론이 ‘유신’의 홍보기관으로 화(化)해 있으므로, 유권자는 ‘유신’ 정치가 성공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따라서 진실을 알려주면, 평가는 일변(一變)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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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것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16. 22:47
이라는 주제를 받았다. 잘 생각해 보면 수수께끼같은 논제다. 그런 건 ‘뻔한 일 아닌가’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구태여 주제로 놓고 논하고자 한다는 것은, ‘질의 좋고 나쁨’이 ‘뻔한 일’이 아니게 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아마 편집자 중 어떤 분이, 누군가의 언동에 대해 ‘질이 형편 없군’ 하는 인상을 말했을 때, ‘당신 지금 고 말했는데, 그건 대체 어떤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언명인데 그러세요. 을 판정하겠다면, 그 기준을 즉각 제시하시오’ 와 같은 주장을 듣고서 심란해졌던 적이 있어서일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사례가 많다. 일일이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이라든가 ‘사진은 본 글의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라든가 하는 조건을 달지 않으면 시끄럽게 트집 잡기 시작하는 사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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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와 <스가타 산시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9. 20:36
젊은이들로부터 가끔 ‘고민 상담’ 이메일이 온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답장하고 있다. 저번에는 영화 와 불교 사상의 관계를 자유 연구 과제로 하고 있는 대학교 1학년생으로부터 문의가 도착했다. 에 나오는 사제관계는 일본 무도(武道)의 사제관계와 통하는 것입니까 하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조지 루카스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엄청난 팬으로서, 구로사와를 향한 오마주가 여기저기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에서의 중심적인 사제관계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요다, 오비완 케노비와 아나킨 스카이워커 이렇게 두 쌍입니다. 아마 오리지널은 구로사와의 일겁니다. 야노 소고로와 스가타 산시로의 관계가 루크와 요다이고, 무라이 한스케와 히가키 겐노스케의 관계가 아나킨과 오비완에 투영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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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과 회화미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0. 29. 16:55
젊은 남자한테 메일로 ‘인생 상담’을 해주는 일이 늘었다. 어제는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대로라면 ‘바쁜 용무가 있소’ 하고 내치고 말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젊은 불문학자인데, 연구상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한테 상담해주는 것도 참 오지랖 넓은 일이다. 그는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자신의 연구 주제나 방법을 지도 교수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들어보니 현상학과 회화미술에 대해 쓴다고 한다. 착안점은 그리 나쁘지 않다.현상학이라는 것은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의 단편에 지나지 않으며, 또한 주관적인 편향이 가해져 있으므로, 세상 그 자체가 아니다’라는 무능의 인지로부터 출발하여 세상을 재획득하려는 철학적 접근법이다.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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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저항하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0. 17. 06:45
(소말리아 인권 문제 등에 관여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억셉트 인터내셔널’ 대표 나가이 요스케永井陽右 씨는 1991년 생, 와세다 대학 출신, 2021년 7월 저서 출간. - 옮긴이)처음으로 나가이 요스케 군과 만난 것은 아사히 신문 온라인판에서의 대담이었다. 거의 3, 4년전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청년’이라 할 만한 이와 만난 느낌이 들었었다. 온라인판이었므로 1시간 반 정도의 대담 내용이 그대로 게재되었다. 그것을 다시 실어둔다.나가이: 저는 직업으로서 테러 조직에서 손을 씻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케어와 사회 복귀 지원 등을 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지원 분야에서의 대상자나 대상지에 관한 편향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난민이라든가 어린이 등, 그러한 문제가 되면 정서적인 공감을 이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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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받는 마인드를 해제하기: 합기도의 오의(奧義)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9. 16. 22:19
아이키도라는 무도(武道)를 가르치고 있다. 수련을 시작한지 반세기가 흘렀고, 가르친 지 30년이 지났다. 수백 명의 문인을 기르며 알게 된 사실은, 오늘날의 일본 사회가 ‘비(非) 무도적인 인간’을 양산하는 구조체라는 것이었다. 알아듣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조금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도는 승패, 강약, 교졸(巧拙)을 겨루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은 무도란 경기장에서 라이벌과 대치하여 승패를 다투고, 기량을 평가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축구나 복싱, 피겨스케이팅은 그렇다. 하지만, 무도는 본래 그런 것이 아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심사’받는다는 것은 ‘기선을 제압당하는後手に回る’ 것이기 때문이다.‘기선을 제압당한다’ 함은 무도적으로 ‘뒤처진다’는 것인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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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함과 비평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26. 19:32
어느 지방지에 월 1회 게재하고 있는 에세이. 이번 달은 이런 주제였다. 마이니치 신문이 사설을 통해 모 정당의 소속 의원들과 관련해 잇따르는 구설수에 그들의 깊은 반성을 촉구하는 논설을 실었다. 언론이 일개 정당을 지명하여 좀 더 ‘상식적으로’ 행동할 것을 쓴소리하기에 이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외모지상주의적 발언이나 학력 위조 의혹 등, 해당 정당 의원 몇몇의 스캔들이 열거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쓴소리가 받아들여져서 이후 이 정당의 소속 의원들이 ‘예의 바르게’ 처신하리라 생각하는 독자는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 정당의 소속 의원들은 이 사회에서 ‘양식적’으로 간주되는 언행을 도발적으로 위반함으로써 여태까지 높은 지지도를 얻어냈으며, 선거에서 줄곧 이겨왔기 때문이다. ‘예의 없게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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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젊은이들은 왜 투표를 하지 않는가? #2021년 중의원 선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1. 12. 29. 07:00
터부는 피하고 캐릭터를 연기하며, 친구도 없는 일본의 젊은이... 낮은 투표율의 배경을 미야다이 신지 씨에게서 듣다 2021/10/29 주말로 닥친 중의원 선거 투표일. 28일 은 선거 때마다 언론이 지적하는 젊은이의 낮은 투표율 문제와 관련해 도쿄도립대학 사회학자인 미야다이 신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튀지 못하고, 연대할 수 없는 젊은이들 우선 “어딜 뽑아야 할지 모르니 투표를 못한다”라는 의견에 대해 미야다이 씨는 “정치에 관한 가치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당은 소속 의원을 당의 노선에 구속케 하려는 경향이 강하므로, 개인의 공약이나 매력에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정당을 골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한 가치관이 필요하다. 이는 젊은 시절부터 정치에 대해 토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