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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1. 16:44
교토대 후지이 사토시 교수와 농업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후지이 선생과 필자는 서로 정치적 입장을 아주 달리한다. 하지만 농업을 사수함으로써 미국에 예속된 상태를 탈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두 사람 모두 ‘애국자’나 다름없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일본의 농업은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 필자가 태어났던 1950년대에 일본의 농업 취업 인구는 1,500만 명이었다. 총인구의 약 2할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셈이다. 2030년 농업 종사자는 140만 명일 것으로 예측되는데, 1할까지는 유지하고 있었던 비율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38% 대(스즈키 노부히로 도쿄대 교수에 따르면 실상은 10% 이하라고 한다). 이러한 식량 자급률은 캐나다의 경우 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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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선생님께 '우치다 다쓰루'에 대해 여쭤보러 가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4. 10. 18. 20:41
출처: 神野 壮人 씨 https://note.com/penguin_wo/n/n7235feaa4158 (지난 글) ー학술 연구로서는 평가를 받지 못해도, 작가나 그 작품을 논하는 방법론으로서는 유효한 접근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우치다 선생님의 ‘연구자가 아닌, 팬으로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논하는 접근법입니다. 이것이 무라카미 문학을 해석하는 방법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은 세계적으로 대만 한 군데에서만 주목했습니다. 타이베이의 담강대학이라는 곳에 세계 유일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센터’가 있습니다. 거기에 초빙되어 한 차례 무라카미 하루키론을 강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것 말고는 평가고 자시고 할 게 없네요.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을 자처하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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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인용 2024. 10. 18. 19:47
읽을 만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겪은 바를 적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책의 형태를 갖춰 서점에 진열되는 모든 글의 뒷면에는 엄청난 양의 육필 원고가 켜켜이 쌓여 있다. 모든 생각과 단어, 문장과 단락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자면 파트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궁합이 맞는 편집자가 필요하고, 여러 다양한 언어로 쓴 글을 현지 사정에 맞게 옮겨줄 번역자가 요구된다. 그러한 과정에 애초에 투자했던 시간의 두세 배가 소요되기도 한다. 내가 쓴 글이 타깃 독자층이 처한 언어-문화적 환경에 맞게 옮겨져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건대, 오히려 원문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문장과 단락이 탄생한 경우도 있고, 내가 애초에 쓴 글이 완전히 시간 낭비로 여겨질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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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1987년생 김주혜가 MZ세대에게인용 2024. 10. 14. 20:24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며, 대다수는 그중 첫 번째 범주에 속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운명을 합리화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는 시점은 놀랍도록 일러서, 대체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도달한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또한 서른에서 마흔 살 사이에는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일부 사람들은 출생 환경이나 그 자신의 야망, 그리고 재능에 힘입어 대략 쉰 전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는데, 그 정도 나이에 이르면 이러한 소강도 그렇게 끔찍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모두가 꿈을 꾸지만, 그중 몽상가는 일부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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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사랑을 쓰려거든 연필로 쓰세요인용 2024. 10. 14. 18:02
보이스는 간단히 말하자면 ‘사소한 계기로 말이 무한하게 배출되는 장치’이다. 말을 바꾸면 입력과 출력이 1대 100과 같은 이상한 비율로 작동하는 언어 생성 장치를 의미한다.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53쪽) 얼마 안 되는 글자 수로 강렬한 코멘트를 하는 것도 작가에게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것만’을 특기로 내세우는 것도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다. 촌철살인이라는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강렬한 코멘트는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일도양단하는 코멘트는 글쓴이를 실제보다 150퍼센트 정도 똑똑하게 보이게 한다. 그러니 일도양단 코멘트의 명인에게 그 주제로 5천 자 정도 더 깊이 있게 써 달라고 의뢰해도 나오는 것은 무참한 결과물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쓰면 “지금 장난치나. 쓸데없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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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Fitter, Happier, More productive.인용 2024. 10. 14. 16:58
(…) 저자는 SNS 등을 통해 등장한 "가상의 식사 모임"을 일종의 저항으로 여기고 이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가상의 식사모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등장했다. '먹방'이라는 것"이라며 "먹방은 웹캠을 켠 채로 밥을 먹어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행위다. 한국인 박서연은 끼니마다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밥을 먹는다.(225쪽)"고 소개한다. "미국인은 하루에 1시간2분 정도를 식탁에서 보낸다. 중국인은 1시간 36분, 인도인은 1시간19분동안 식탁에 앉는다. 북유럽사람(스웨덴 1시간 13분, 핀란드 1시간21분)은 남유럽 사람(2시간 2~5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음식의 품질을 가장 무시하는 국가들이 가장 많은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반면 문화적 정체성은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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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 드뷔시, 모네, 레비스트로스인용 2024. 10. 7. 22:54
‘부드럽게 연결해서 치라’는 레가토는 내가 학생일 때 선생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이기도 하고, 선생님이 되고 나서 나도 무척 자주 쓰는 단어이다. 다른 악기 연주자나 노래하는 사람보다 피아노 치는 사람들이 유난히 이 단어를 많이 쓰는데, 피아노에서 부드럽게 연결해서 치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테크닉이기 때문이다. 피아노의 특성상 어떤 음을 아무리 오래 누르고 있더라도 처음 건반을 누른 그 순간에 가장 큰 소리가 나고, 이후 소리가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 아예 없어져 버린다.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는 같은 음을 끌면서 활에 힘을 주면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노래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피아노에서는 같은 음 안에서 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볼륨으로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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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좋은 나라 운동 본부인용 2024. 10. 7. 22:52
이제 와서 새삼 무엇을 감추겠는가. 나는 수험생으로서는 아주 요령이 좋았다. 현대국어 문제 같은 것은 출제자가 “어떤 대답을 쓰면 좋아할지”를 바로 읽어내서 술술 쓱쓱 마음에도 없는 것을 써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열일곱 살밖에 안 되는 아이에게 마음을 읽히는 출제자를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히 ‘바보’가 출제하는 교과만큼은 나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수험공부를 통해서 내가 배운 것은 ‘평가’형 지적 능력 트레이닝은 ‘어떻게 대답하면 누가 어떤 식으로 기뻐할까?’를 꿰뚫어보는 능력의 함양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일을 ‘지성’이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 생활부터 샐러리맨의 영업 활동까지 이 세상 대부분의 장면이 이런 유형의 능력만을 요구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