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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 사회제도가 여러분께 당부하기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8. 3. 19:22
이번 도쿄도 선거에서는 유독 공직선거법의 허점을 노리는 탈법적 행위가 돋보였다. 어떤 정당이 24명의 후보를 옹립하면서 선거 벽보로 절반 이상 공간 차지하기에 이른 작태는, 포스터 내걸 권리를 돈 받고 팔아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게시판에 선거와 상관없는 사진이나, 별도 웹사이트로 유도하는 검정 도형을 떡하니 실은 포스터도 있었다. 이제까지 정견 방송이나 선거 공보에는 어딜 보나 시민적 상식을 결여한 인물이 줄곧 등장하곤 했다. 이걸 그저 ‘민주주의에 드는 비용’ 정도로 여기며 우리는 묵묵히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비상식적 군상만큼은 전대미문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딱히 선거를 이용해 돈을 벌거나 관심을 받으려던 건(매명하려던 건) 아니었다. 그들의 목적은 공직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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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합중국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29. 20:20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사이에 있었던 토론이 마무리되었다. 양측 모두 상대를 비방해 대는 차마 눈뜨고 못 볼 광경이 펼쳐진 가운데,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당당하게 내리꽂는 트럼프라는 상대 앞에서 입바른 팩트에 기초해 반론하지 못하였던 바이든의 쇠약한 모습을 본 미국 유권자들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민주당은 후보를 교체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지금 당장 대권주자를 선정한다손 쳐도 11월에 있을 대선 일정에 대비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세계는 2기 트럼프 행정부를 맞게 될지 모른다. 그는 ‘미국 제일주의’를 내걸고서, 전임자의 정책을 대거 갈아엎으면서, 국제 질서 유지에는 부차적인 관심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미국 제일주의’(아메리카 퍼스트)는 트럼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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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시바 모리헤이와 구마노의 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24. 20:29
구마노 고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어언 20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나베 시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다. 여기서 ‘아이키도 開祖 우에시바 모리헤이 옹 그리고 구마노의 힘’이라는 연제로 강연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마침, 우에시바 선생이 다나베 출신 인물이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구마노의 바다와 산이 에워 키운바, 구마노의 영기를 비강에 가득 채우며 성장하신 것이다. 미나가타 구마구스가 이끈 신사합사 반대운동에도 분주히 힘쓴 덕에, 오늘날 구마노의 자연과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게 되었다. 따라서 선생이 완성하신 아이키도에 구마노의 지역성이 깊이 관련되어 면면이 이어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럴진대, 아이키도 주쓰의 리(理)와 구마노가 발하는 영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다는 게 그리 용이한 업(業)만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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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독) 자기 주제를 파악한다는 것인용 2024. 7. 23. 21:24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일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잘, 더 효율적으로, 더 완벽하게 일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통계에 의하면 사람들 중 90% 이상이 자신은 다른 보통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미국 대학 교수들의 94%는 동료보다 자신이 연구를 더 잘 수행한다고 믿는다. 미국 대학 농구 선수들 중 60% 이상이 자기가 메이저 팀에서 뛸 것으로 믿지만 실제로는 5%만 그렇다. 일본 직장인들은 자신의 업무 수행 능력을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평균 20% 이상 더 높게 생각한다. 즉,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 사람들이 내게 웬 책을 그렇게 읽느냐고 물을 때마다 내가 준 대답은 “내가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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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의 종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22. 13:59
도쿄도지사 선거일 이튿날 ‘일본닷컴’이라는 매체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아래는 그 기사에 약간 가필한 것.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내가 받은 인상은, 선거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의례라는 인식이 상당히 심각하게 일그러져 있다는 것이었다. 선거는 본래 유권자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의원을 뽑는 소중한 기회라는 인식이 일본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에 투표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정책을 실현시켜 주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닌, ‘자신과 같은 부족에 속해 있는 사람’에 투표하는 것처럼 필자에게는 보였다. 자신들과 ‘케미스트리’가 맞는 인간이라면, 그 유아성이나 성격의 흠결조차 ‘동봉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가령 투표 결과, 세상이 보다 살기 힘들어진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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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는 독립할 수 있을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19. 20:56
방콕에 주재하고 있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정기적인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 어언 3년이 다 되어 간다. 일본에 있는 중고등학생보다도 이네들의 국제 감각이 예리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번 시간에는 ‘미국의 분단’이라는 문자열을 대하고서 무엇이 상상되는가를 써 보라고 수강생들에게 사전에 전해놓았다. 리포트를 해 온 15명 중 많은 수는 바이든 트럼프 대선전에 관해 썼다. 개중에 두 사람 ‘텍사스 주의 독립’을 언급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흥미로운 주제로 여겨 ‘텍사스 독립은 가능한가?’라는 화제를 들고 수업을 시작했다. (거의 그것만 다루다가 마치게 되었다.) 금년 4월에 공개된 미국 영화 『Civil War』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연방 정부로부터 19개 주가 이탈하는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동맹을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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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안보 조약이 사라지는 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18. 18:46
매년 헌법기념일이 되면 호헌 관련 집회*에서 불러주는 일이 많다. 마침, 내가 살고 있는 고베에도 모임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일미 안보 조약이 폐기될 경우 예상되는 일본의 미래’ 이야기를 하고 왔다.ー(* 자국의 군사력을 보유하지 않음을 골자로 하는 현행 헌법 지지 - 옮긴이) 예전에도 얘기한바, 미국 내부에는 미국의 동맹국과 체결하고 있는 안전보장 조약이 무용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론 폴 의원은 해외 미군 기지의 전면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해외 미군 기지를 유지하기에는 재정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정이 있다. 미국에는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킨다’를 기본적인 신념으로 두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이 수천만 명 규모로 존재하고 있다. 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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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경제 인터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15. 19:06
ー 지금 미국에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가자 지구 침공에 격렬한 항의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단순히 가자지구 침공만을 가지고 분노하고 있는 것만은 아닌 듯합니다. 인종 차별이나 기후변화, 혹은 기성세대 등 여러 갈래에 걸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지금 당장 좋기만 하면, 나 하나 좋기만 하면 만사태평’과 같은 시야 협착적인 종류의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인구 감소나 기후 변화 등, 장기적 시간 간격 속에서 고찰해야 할 위기에 대해서는 생각하려 들지 않습니다. 세계 어딜 가나 마찬가지 상태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둘러보아도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어 굉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가가 없습니다. 젊은이들이 초조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