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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스 레터)
    인용 2024. 10. 18. 19:47

     

    읽을 만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겪은 바를 적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책의 형태를 갖춰 서점에 진열되는 모든 글의 뒷면에는 엄청난 양의 육필 원고가 켜켜이 쌓여 있다. 모든 생각과 단어, 문장과 단락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자면 파트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궁합이 맞는 편집자가 필요하고, 여러 다양한 언어로 쓴 글을 현지 사정에 맞게 옮겨줄 번역자가 요구된다. 그러한 과정에 애초에 투자했던 시간의 두세 배가 소요되기도 한다. 내가 쓴 글이 타깃 독자층이 처한 언어-문화적 환경에 맞게 옮겨져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건대, 오히려 원문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문장과 단락이 탄생한 경우도 있고, 내가 애초에 쓴 글이 완전히 시간 낭비로 여겨질 정도로 제 자리를 잡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언어는 그 어휘와 양식에 있어 제각각의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던가?’ 하는 물음이 드는 때도 있었다.

     

     

    진정한 음악가는 자신이 한 ‘해석’에서 신화를 창조해서는 안 되며, 다른 더 좋은 해석을 내놓음으로써 이를 막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에게 ‘허락된’ 것은 고귀한 존재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까지다. 그것을 통해 그는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날아오를 수 있다. ‘전문가’랍시고 작곡가를 자기 손아귀에 움켜쥐려 해서는 안 되며, 그의 의중을 악보에서 ‘읽어낼 수’ 있다고 주장해서도 안 된다.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 없이 계속해서 찾고 노력하고 공유하는 것, 이것이 연주자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의 견해는 수천, 수만 가지 중 하나일 뿐이다. 겸손한 자세를 보여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래야 사람들이 그에게 귀를 기울일 것이며, 그는 침묵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 진정한 예술가는 특별한 주파수나 휴지기에서도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띄지 않게 감춰져 있는 것은 사방에서 들을 수 없고 또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파동은 거의 알아차릴 수 없다. (기돈 크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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