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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물) 남자들이여
    인용 2024. 10. 25. 18:57

    @hirakawamaru
    자기 인정 욕구는 ‘자기가 과소 평가받고 있다’는 피해자 의식과 결부되어 있다.

    이런 마인드에서, 이제는 어딘가에 있을 ‘진짜 자기 자신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유일하고 확고부동한 ‘진짜 자기’ 같은 건 어디에도 없사옵니다.
    (자기 인정이라는, 파멸에 이르는 병일 뿐.)


    “무엇 하나 확실한 능력을 익히지 못한 채로 대학을 졸업해버린 당신은, 얄궂게도 희망에 넘치던 시절의 자신이 가장 경멸했던 직업에 취직합니다. 거기서 깔끔하게 상황을 받아들였으면 좋았을 테지만, 당신은 ‘예전에 특별했던 나 자신’을 도저히 잊을 수 없었고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의식이 방해해서 좀처럼 직장 안에 녹아들지 못합니다. 매일매일 퀭하니 죽은 눈으로 집과 직장을 오가며 뭔가를 생각할 짬도 없이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점차 술을 마시는 것만이 낙이 되어갑니다. ‘언젠가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라는 야심도 사라지고, 어린 시절에 그렸던 이상과는 멀리 떨어진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결코 드문 이야기는 아니야.” 나는 그렇게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결코 드문 이야기는 아니죠. 그곳에 있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절망입니다. 다만 거기에서 받는 고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당신 자신은 누구보다도 우수할 필요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없는 당신의 세계는, 당신 혼자서 지탱할 수밖에 없었죠. (…)”

    그것보다도 내일에 대비해 잠을 자둘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비 내리는 밤에 깨어있어 봤자 소용없다.

    그러나 간단히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았다. 거기서 나는 평소처럼 음악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팔지 않고 놔둔 CD 한 장, ‘Please Mr. Postman’을 머리맡의 CD 플레이어에 집어 넣고 헤드폰을 썼다. 이것은 나만의 이론인데, 잠들지 못하는 밤에 ‘Please Mr. Postman’ 을 들을 만한 녀석은 제대로 된 인생을 보낼 수 없다. 이런 음악을 이용해서, 나는 세상에 익숙해지지 않고 또한 익숙해지려고 하지 않는 자신을 너무 많이 용서해왔다.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아키 스가루)


    내 결론은 남자를 갖고 노는 법이란 실로 간단하다는 것이었다.

    ‘능력’이라는 단 한 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남자들은 ‘자기한테는 능력이 있건만 세상이 그걸 안 알아주는 거’라는 사실에 좌절감을 안고 있고 바로 그 지점에서 농락당하는 건데, 그러한 ‘자기평가’와 ‘외부 평가’ 사이의 미스매치가 존재하는 경우, 굉장히 높은 확률로 외부적 시선이 결국 적절하다는 게 참 어렵다면 어려운 것이다. (우치다 타츠루)


    인정함이 많을수록 새로움은

    점점 더 멀어지고

    그저 왔다갔다 시계추와 같이

    매일매일 흔들리겠지 (김광석)

     

     

     

    제도적으로 ‘남자를 좀 쳐줬던’ 게 우리네 가부장제의 전통이다. 남자에게는 예로부터 실제 인간적 실력과는 관계없이 ‘티오’가 주어졌다. 이게 무슨 말이냐. ‘사령관의 令’은 정형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가장에게는 자녀의 진학이나 취업, 결혼에 결정권이 있었다. 종전의 일본 민법에 따르면 가장의 판단에 따르지 않는 구성원은 의절 당할 리스크가 있었다. 가장에게는 그만한 권위가 있었다. 그래서 가장이 그럴싸한 표정을 짓고서 그럴듯한 말을 하면 가족들은 묵묵히 그에 복종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제도에는 의지할 수 없다. 남자들은 인간으로서의 실속과 진짜 실력만으로 가족한테서 존경을 얻어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남자는 미안한 말이지만, 극히 소수에 그친다. (우치다 타츠루)

     

     

    이 글을 읽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네가 침 뱉는 대상이 미래의 너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살아가라. (…) 좋은 자리에 있을 때 접대받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나무는 잘려 넘어져 있을 때가 그 크기를 가장 잘 잴 수 있는 법이다. 당신이 그 자리를 떠나면 개새끼도 당신을 쳐다보지 않는다. (『세이노의 가르침』 9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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