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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의 정치 역학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4. 15:29
자민당 총재선거 와중에 현행 ‘건강보험증’과 ‘신 마이넘버 보험증’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는, “두 제도의 병용 역시 선택지로 합당하다”고 답변했던 이시바 시게루 씨였다. 하지만 총리로서 정권이 출범함과 동시에, 기존 건강보험증을 오는 12월 2일부로 폐지하고, 이를 마이넘버 카드로 전면 교체할 예정이었던 이전 정부 방침을 “견지”하겠다고 밝히며, 후보 출마 당시 내걸었던 아젠다를 뒤엎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식언(말 바꾸기)을 힐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언동을 잘 살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사리에 맞는 구석이 없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말하자면 ‘가족회의’이므로, 총재 후보로 나서는 자리에서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만한 아젠다’를 따로 내걸 필요가 없었던 까닭이다. 자 그러면 어째서 국민으로 하여금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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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핵, 한국의 핵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3. 15:34
한국 내부에서 핵무장 담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60~70퍼센트의 국민이 핵무장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발사 실험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미 북미 대륙을 사정거리로 두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 단계까지 진척되어 있다.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동아시아로부터 철수’할 가능성을 한국 국민은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당신들의 슬기를 가지고 해나가도록 하시오’라는 말과 함께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발을 빼는 경우, 한국은 주변 국가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은 명백히 지금도 군사, 경제 분야에서 세계 으뜸가는 초 패권국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국 내에서의 정치적 분단이 깊어지고 있으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대통령을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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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사태에 대해 상상력을 행사하는 것의 의미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3. 14:50
디스토피아를 서사화하는 이유는, 디스토피아의 실상을 아주 자세히 꾸며내면 디스토피아의 도래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류 차원의 지혜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장르’가 처음 쓰이게 된 것은 20세기 초엽부터입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든가 조지 오웰의 『1984』를 그 효시로 꼽고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SF물이 대량 생산된 단초는 1950년대, 60년대 미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시절 대종을 이루었던 것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나 세상이 망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소한 휴먼 에러로 촉발된 핵전쟁이 터지고, 문명이 소멸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영화, 티브이 드라마, 만화, 소설을 막론하고 팽대한 수의 디스토피엄*이 쓰였습니다.(* 원문 ディ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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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문벌귀족의 탄생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1. 18:35
자민당 총재 선거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온통 후보자들의 정책이나 당내 기반에 대해서만 논평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9명의 후보자 가운데 6명의 최종 학력이 미국 소재 대학 또는 대학원이라는 점이다. 나머지 3명 가운데 한 명도, 일본에 있는 대학을 나온 뒤 미국 하원의원의 보좌관을 했다는 점이 이후의 커리어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이로써 미루어 보건대 자민당에 한해서는 최종 학력이 미국일 것이 커리어 형성에 필수 조건이라는 점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바로도, 일본의 부유층 가운데에는 중등 교육부터 자녀를 해외 혹은 국제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상례’가 되었다. 그렇게 하는 게 영어권 대학에 진학하는 데 이점이 크기 때문이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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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1. 16:44
교토대 후지이 사토시 교수와 농업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후지이 선생과 필자는 서로 정치적 입장을 아주 달리한다. 하지만 농업을 사수함으로써 미국에 예속된 상태를 탈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한다. 두 사람 모두 ‘애국자’나 다름없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일본의 농업은 쇠퇴 일로를 걷고 있다. 필자가 태어났던 1950년대에 일본의 농업 취업 인구는 1,500만 명이었다. 총인구의 약 2할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던 셈이다. 2030년 농업 종사자는 140만 명일 것으로 예측되는데, 1할까지는 유지하고 있었던 비율도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38% 대(스즈키 노부히로 도쿄대 교수에 따르면 실상은 10% 이하라고 한다). 이러한 식량 자급률은 캐나다의 경우 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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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선생님께 '우치다 다쓰루'에 대해 여쭤보러 가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4. 10. 18. 20:41
출처: 神野 壮人 씨 https://note.com/penguin_wo/n/n7235feaa4158 (지난 글) ー학술 연구로서는 평가를 받지 못해도, 작가나 그 작품을 논하는 방법론으로서는 유효한 접근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우치다 선생님의 ‘연구자가 아닌, 팬으로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논하는 접근법입니다. 이것이 무라카미 문학을 해석하는 방법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은 세계적으로 대만 한 군데에서만 주목했습니다. 타이베이의 담강대학이라는 곳에 세계 유일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센터’가 있습니다. 거기에 초빙되어 한 차례 무라카미 하루키론을 강연한 적이 있었어요. 그것 말고는 평가고 자시고 할 게 없네요.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을 자처하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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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인용 2024. 10. 18. 19:47
읽을 만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그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겪은 바를 적는 것만으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책의 형태를 갖춰 서점에 진열되는 모든 글의 뒷면에는 엄청난 양의 육필 원고가 켜켜이 쌓여 있다. 모든 생각과 단어, 문장과 단락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자면 파트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내가 가진 생각과 궁합이 맞는 편집자가 필요하고, 여러 다양한 언어로 쓴 글을 현지 사정에 맞게 옮겨줄 번역자가 요구된다. 그러한 과정에 애초에 투자했던 시간의 두세 배가 소요되기도 한다. 내가 쓴 글이 타깃 독자층이 처한 언어-문화적 환경에 맞게 옮겨져 온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건대, 오히려 원문의 완성도를 뛰어넘는 문장과 단락이 탄생한 경우도 있고, 내가 애초에 쓴 글이 완전히 시간 낭비로 여겨질 정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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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1987년생 김주혜가 MZ세대에게인용 2024. 10. 14. 20:24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뉘며, 대다수는 그중 첫 번째 범주에 속한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현재의 상태에서 성공을 향해 더 나아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 그러고 나면 자신의 삶에 주어진 운명을 합리화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것을 깨닫는 시점은 놀랍도록 일러서, 대체로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도달한다. 교육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 또한 서른에서 마흔 살 사이에는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일부 사람들은 출생 환경이나 그 자신의 야망, 그리고 재능에 힘입어 대략 쉰 전후에 비슷한 깨달음을 얻는데, 그 정도 나이에 이르면 이러한 소강도 그렇게 끔찍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모두가 꿈을 꾸지만, 그중 몽상가는 일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