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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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의 7년 8개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8. 29. 15:41
아베 정권의 7년 8개월을 어떻게 종합 평가할 것인가 묻는다면, 나는 '지성과 윤리성을 현저히 결여한 총리가 장기간에 걸쳐 정권을 잡은 탓에, 국력이 눈에 띄게 쇠잔해졌다' 라는 평가를 내리겠다. 지금 일본은 GDP 세계 3위이며, 군사력 또한 세계 5위의 '대국' 이다. 국제 사회 가운데 '선진국' 으로 대우받기도 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동맹국으로서의 안정된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일본이 '질서 잡힌 국제사회' 에 대해 제언한다든가, 그 실현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일본 안팎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으며, 경제적 성공을 위한 '일본 모델' 이나, 세계 평화의 실현을 위한 '일본 비전' 을 일본 정부가 제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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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 일본판 해설서 (1~10, 우치다 타츠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8. 16. 20:22
(옮긴이 주- 오즈 야스지로 팬페이지 http://ozu.kr 운영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즈 야스지로 단상 (1) 내년도(2021년) 대학에서 다시금 영화론에 대해 강의하게 되었다. 영화 한 편을 보고서, 거기에 대해 약 한 시간 논하는 강의를 세 번. (1962) 은 금방 결정했지만, 다음 두 편을 정할 수 없었다. 결국 오카모토 기하치의 (1960)와 스탠리 큐브릭의 (1964) 이렇게 세 편 골랐는데, '영화에서의 전쟁과 군대' 라는 테마로 한데 묶이게 되었다. 오즈 감독에 대해서 예전에 써 놓은 것을 찾아 읽어보려고 훑어보니 10년 정도 전에 오즈 야스지로 DVD 전집이 발매되었을 때 해설서에 써둔 것이 나왔다. 그 이후로 단행본으로 나온 적이 없는 문장이어서, 기념으로 게재해 둔다. 전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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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코멘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8. 5. 10:32
아사히신문의 코너에 에 대한 전화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기자가 인터뷰를 바탕으로 썼기 때문에 나는 귀찮아서 내버려 둔 고로 손을 대지 않았지만, 자신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대체로 아래와 같다. 한국 사람과 북한 사람 사이에 사랑과 연대가 싹튼다는 이야기는 그리 새로운 소재가 아닙니다. 그러나, 북한에서의 ‘생활’ 에 이렇게까지 초점을 맞춘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있어 왔던 영화와 다른 점은, 북한 사람들을 묘사하는 방식입니다. 부정적인 부분은 최대한 자제하고, 코믹스러운 장면이나 서서히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코믹함이라고 말은 하지만, 풍자적이라는 것은 아니고 북한 사람들을 ‘러블리’ 하게 그렸습니다. 이런 방식은 처음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현빈이 연기한 주인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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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의 재생> 서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8. 4. 08:16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이번에는 에 연재중인 에세이를 단행본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이 연재는 담당 편집자인 이마오 나오키 씨가 매월 여러가지 테마에 관련해 질문하신 내용을 내가 답한다는 얘기입니다. 전에 한 번, 2016년에 지유고쿠민샤로부터 이라는 타이틀로 한데 묶어 단행본으로 낸 적이 있습니다. 은 그 이후에 기고한 것을 문예춘추사에서 내게 된 책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는 상당히 화려한 잡지입니다. 어쨌든 의 자매지이니까요. 광고란에 나오는 시계라든가 옷이라든가 신발, 자동차 같은 브랜드를 보면 나같이 멋을 부리지 않는 인간은 다시 태어나도 인연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물건들뿐입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스즈키 마사후미 편집장은 나의 반시대적인 글을 마음에 들어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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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비 사코(Oussouby SACKO) 선생에 부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8. 3. 18:21
교토 세이카 대학의 학장(이라고 함은 제 상사) 인 우스비 사코 선생의 라는 책이 아사히신문출판사에서 나왔다. 의뢰받은 해설을 썼다. 아래에 기록해 둔다.사코 선생에 대해 떠올려 가며 글을 쓰다 보니, 의뢰 받은 분량을 두 배 이상을 넘겨버렸습니다. 그러므로, '첫 만남' 이라든가 다른 에피소드는 전부 생략하겠습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계 무슬림 학장이 탄생한 것의 교육사적 의의에 대해서도 다른 분께서 잘 정리해 두셨을 것일 테니 양보하겠습니다. '사코 선생은 어째서 일본 대학의 선생이 되려고 하셨나?' 라는 질문으로만 한정해 쓰겠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일본에 사는 외국인을 많이 만나봤습니다만, 사코 선생만큼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대학 교원으로서 미국이나 유럽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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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레이 베이>(2018) 영화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7. 11. 19:50
영화 (2018) 을 위한 코멘트를 부탁받았다. 2018년 9월에 쓴 것.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반복해 "나는 오컬트적인 현상에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 인간이다" 라고 쓰고 있다. 서문에서도 그렇게 밝히고 있다. "완전히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게 있어도 별로 상관없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적잖은 수의 불가사의한 현상이 내 자그마한 인생 이곳저곳에 빛깔을 더하는 것이다." '있어 마땅한 것' 이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더없이 빈번하게 유령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적으로는 인생에 색채를 더하기는 하지만, 더는 삼키기 힘든 현실에 불과한 것이었다.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 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 나오는 다양한 초현실적인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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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밀리시아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7. 5. 11:29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작한 인종차별과 공권력 남용에 저항하는 운동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진원지였던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결국 경찰서가 해체되어 새로운 공안조직이 재건되었다. 그 정도까지 경찰 폭력에 대한 시민의 분노와 불신은 뿌리깊다. 원래대로라면 치안 회복의 책임을 져야 할 트럼프 대통령이 소란이라는 불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항의자들에게 대화적인 자세를 취하기는 커녕, 데모의 배후에 테러 조직이 있다는 불확실한 정보를 SNS에 발언하고, FBI로부터 '그런 사실이 없다' 고 부정당했는데도 데모대 진압을 위해 연방군 투입도 불사한다는 강경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미군의 전 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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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야스시 <호구지책의 비가> 서평 (우치다 타츠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7. 5. 10:06
표지 사진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개를 태운 리어카에 매단 자전거에 타고 있는 남성의 사진이다. 책에 관한 소개문을 앞서 읽은 탓에, 아마도 촬영지는 상해이고 피사체는 시골에서 상해로 돈 벌기 위해 나와 '3D'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공일 것이라는 상상은 할 수 있었다.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폐품 회수 리어카의 누추한 전경을 배치해 놓은 구도는 사회 격차를 표현하는 데 있어 흔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사진에는 그런 예정조화를 무너뜨리는 '무엇인가' 가 있었다. 그것은 그 폐품회수업자 남성이 담고 있는 독특한 표정이었다. 본문을 읽어나가니, 그것이 젠카이 씨라고 하는 허난 성 출신의 노동자와 그의 반려견을 담은 상해의 사진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