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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흐테르: 회고담과 음악수첩인용 2020. 10. 3. 12:34
나는 왜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어판 프루스트를 샀을까? 그리고 왜 라 베르마에 관한 대목을 인용했을까? 내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이 리흐테르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 즉 해석의 행위인 연주의 핵심적인 문제와 맥락이 닿았던 것은 분명하다. 해석자란 무엇일까? 그는 이미 존재하는 텍스트에 무언가를 더 보탤 수 있을까? 리흐테르가 보기에 해석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서 해석자, 즉 연주자란 악보를 반사하는 거울일 뿐이고 광신적이다 싶을 정도로 정확하고 세심하게 악보를 읽는 사람이다. 이것은 물론 비현실적인 견해다. 리흐테르 자신은 개성이 너무나 강해서 첫 음만 들어도 그의 연주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희귀한 피아니스트들 중의 하나이니 말이다. 굴드와 리흐테르는 그런 피아니스트인 것이다.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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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의성 제오리의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취재 2020. 9. 25. 13:23
제오리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반경 4Km 이내에는, 의성에 존재했던 고대국가 조문국의 유적을 살펴볼 수 있는 조문국박물관과 금성산 고분군이 있으므로, 두루 들러보기 편하실 뿐만 아니라, 교육적 목적을 테마로 잡고 여행하시기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금성면 제오리에 있는 공룡발자국화석은 1987년 의성군 지역의 도로를 넓히기 위하여 공사를 하던 중 산허리 부분에 있는 흙을 깎아내면서 발견하였다. 제오리의 공룡 발자국은 약 1억 5천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것으로 추정하며, 공룡발자국화석 중 국내 최초로 천연기념물[제 373호]로 지정되었다. 1,656제곱미터(약 500평)나 되는 넓은 지역에 316개의 크고 작은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발자국이 함께 발견되어 이곳이 대규모 공룡의 서식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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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고운사취재 2020. 9. 18. 14:55
고운사는 두말할 것 없이, 주변 자연 환경과의 어울림이 뛰어난 사찰입니다. 연꽃이 반 쯤 피어난 부용반개의 명당에 위치해 있습니다. 뛰어난 사찰 건축의 조건인 장대한 인공미나 명석한 건물배치보다도, 고즈넉한 조화미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가운루는 누각인 동시에 다리의 역할도 겸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다시금 크게 일으킨 고운 최치원은 유•불•선 융화와 더불어 당과 신라의 가교 역할을 한 한반도의 지성이었다고 하는데, 이러한 고운의 고매한 뜻과 유표한 행적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인공 호수 공원을 조성한 모습이 이채롭습니다.연수전은 영조 행차를 기리며 세워졌습니다. 숭유억불 정책을 폈던 조선 시대에 지어진 불교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고운 최치원은 여러모로 다층적 인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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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수정사: 맑은샘, 약사불, 등산로취재 2020. 9. 11. 14:11
수정사 가는 길, 주차장도 노천 공연장도 캠핑장도 아닌, 용도를 도저히 알 수 없는 애매한 공간이 쓸데없이(!)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에어건, 해충기피제, 지도와 같은 등산객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인근에 조성된 테마파크입니다. 꽤 뜬금없이 자리하고 있다거나 따분한 교육적 목적으로 지어졌다고 여기실 수도 있는데, 사실 예서부터 금성산과 비봉산의 갈림길이 양 날개로 펼쳐지고, 무엇보다 수정사 가는 호젓한 길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아무튼 우선 기마병의 동상을 보실 수 있는데요. 고대 국가 조문국의 훈련장과 산성이 있다고 전해져 오기에 그렇습니다. 조문국은 1000년 전쯤에 신라에 복속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보실 조형물은 조문국 금동관인데, 전형적인 신라 시대 왕관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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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낙단보: 마애불좌상, 관수루 그리고... 자전거취재 2020. 9. 4. 17:19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여러분. "의성은 마늘이 아" 닙니다. 정확히는, 마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벼 농사를, 그것도 1만 평 정도 짓는 농사도 흔한 곳이 바로 여기 의성입니다. 이것은 바로 낙동강이 의성군 서부 경계를 따라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으며, 풍부한 관개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겠구요. 의성군의 전통적인 중심지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실 상주 생활권역이라고 보는 게 옳겠습니다만. 아무튼 좀 다른 얘기지만,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2020년 9월) 드디어 여기서 가까운 비안면으로 들어설 경북권 통합신공항 이전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것만 봐도 의성이 산골짜기만은 아니라는 저력을 느끼실 수 있겠죠.저희가 먼저 찾아가 볼 곳은 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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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의 7년 8개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8. 29. 15:41
아베 정권의 7년 8개월을 어떻게 종합 평가할 것인가 묻는다면, 나는 '지성과 윤리성을 현저히 결여한 총리가 장기간에 걸쳐 정권을 잡은 탓에, 국력이 눈에 띄게 쇠잔해졌다' 라는 평가를 내리겠다. 지금 일본은 GDP 세계 3위이며, 군사력 또한 세계 5위의 '대국' 이다. 국제 사회 가운데 '선진국' 으로 대우받기도 하고,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동맹국으로서의 안정된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일본이 '질서 잡힌 국제사회' 에 대해 제언한다든가, 그 실현을 위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일본 안팎을 찾아봐도 보이지 않으며, 경제적 성공을 위한 '일본 모델' 이나, 세계 평화의 실현을 위한 '일본 비전' 을 일본 정부가 제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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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촌 가로숲 그리고... 병암서당 등취재 2020. 8. 28. 16:21
"그런데, 서당은 가 보셨어요?" 서당이라니요? 저번에 포스팅했던 이곳 사촌마을 '서림카페' 사장님께서 이렇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음... 일단 네이버 지도 앱에는 나오지 않는군요. 그런데 사촌 가로숲에서 서쪽으로 약 10분 걸어가다 보면(600m), 이런 표지판이 나오더라구요. 의성군 문화유산 41호 의성병암서당.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안 알려져 있는 장소. 제가 이 블로그에서 여러분께 무엇을 소개드려야 할까 한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혹시나 자가용으로 오고가시다가 표지판을 보고 들어오실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표지판에는 분명 200m 근방이라고 적혀 있는데, 길을 아무리 헤매도 일단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야 당연한 것이, 이런 다듬어지지 않은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거든요!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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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의성 왜가리 생태관: 오늘은 내가 새 박사님!취재 2020. 8. 21. 16:04
왜가리가 선택한 의성 -- 신평면 중률리의 '왜가리생태관' 입니다. 농촌지도소(정보화마을센터) 옆, 생태에 관한 자녀분들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멋진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자그마한 놀이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대나무를 모티브로 한 놀이시설은 이곳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습지를 모방한, 푸르고 예쁜 정원이 가꾸어져 있습니다. 이 근처에는 높은 곳에 위치한 팔각기둥 정자도 마련되어 있구요. 그런데 누각 이름이... 해론루(偕惀-) 네요. 왜가리의 영어 이름인 grey heron에서 따 온 게 분명합니다. 아이고. 백로 실루엣 아래에 있는 짐승들을 가만히 살펴보십시오. 쥐, 개구리 그리고 뭍으로 나온(?) 물고기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실제 왜가리의 먹잇감이라고 합니다. 언뜻 봐서는 도통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