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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낙단보: 마애불좌상, 관수루 그리고... 자전거
    취재 2020. 9. 4. 17:19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여러분. "의성은 마늘이 아" 닙니다. 정확히는, 마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엄연히 벼 농사를, 그것도 1만 평 정도 짓는 농사도 흔한 곳이 바로 여기 의성입니다. 이것은 바로 낙동강이 의성군 서부 경계를 따라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너른 평야가 펼쳐져 있으며, 풍부한 관개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겠구요. 의성군의 전통적인 중심지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실 상주 생활권역이라고 보는 게 옳겠습니다만.
    아무튼 좀 다른 얘기지만, 마침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2020년 9월) 드디어 여기서 가까운 비안면으로 들어설 경북권 통합신공항 이전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이것만 봐도 의성이 산골짜기만은 아니라는 저력을 느끼실 수 있겠죠.

    저희가 먼저 찾아가 볼 곳은 물을 보는 누각, 즉 관수루입니다. 고려 초기에 세워졌다고 전해 오는, 나름대로 유서 깊은 건축물입니다.

    우선 단청을 감상해 보시겠습니다. 물과 관련이 깊은 용이 그려져 있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지자는 물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관수루의 단청은 제가 지금까지 다녀 본 의성 향토 누각 중에서 (1990년에 마지막으로 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존상태가 우수하며, 빛깔도 선명하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관수루에 올라 내다보는 낙동강 정경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여기에 온 진짜 이유, 낙단보를 살펴볼 차례가 왔습니다.

    테이프로 뭐가 다 가려져 있죠. 누구도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서 제가 선언하건대 이곳은 바로... 4대 강 정비 구역 중 하나인 것입니다. 보(洑), 낙단 洑는, 물을 가둬 담는 시설입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제가 예전에 일했던 의원에서는 점안항생제를 '균 죽이는 약' 이라고 바득바득 우기고는 했었더랬죠. 종사자인 저조차도 끔뻑 속아넘어갔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만. 말 장난이라는 게 다 그런 것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는 정치를 잘 모르고, 수리학이나 생태학은 더더욱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으니까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공력이 들어간 인공물을 있는 그대로 본 감상을 말씀드리는 것 뿐입니다.

    처마 모양을 형상화한 이 건축물의 정체는... 일단 토목공학을 잘 모르지만 어쨌든, 무슨 도르래 같은 장치로 보였습니다. 의성군 공식 설명에 따르면 야경이 또 끝내준다고 하는데 보여드릴 수 없는 게 유감이군요.

    제가 이곳을 찾은 때인 2020년 9월 4일. 제 9호와 10호 태풍 상륙 한가운데에 있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량 및 유속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수력발전도 능히 할 수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좀 이상한 감상이지만, 한아름 되는 브로콜리(?) 십수 개가 움썩움썩 생겼다 싶으면서도 사라졌지 싶은 광경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현혹이 안 될 수가 앖더라구요. 옛날 유럽 뱃사공들이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로렐라이니,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세이렌)이니 하는 전설이 괜히 나왔던 게 아닌 듯 싶었습니다.

    아무튼 이곳은 경비초소나 '국토종주 인증센터' 등의 직원 분들이 제대로 상주하고 계셨고, 제가 여기에 머물렀던 한 시간 남짓한 동안, 적어도 대여섯 명의 (주로 본격적인 자전거 동호인으로 보이시는) 방문객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 인공으로 뭘 정비한 곳은 편리를 도모하는 지향성이 있습니다.

    일단 스탬프 찍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만큼은 '4대 강(4 Rivers)' 이라는 이름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었더랍니다. 아무튼, 자전거 여행 하시는 분들에게는 4대 강 정비가 확실히 득이 되겠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낙단보 위에서 바라본 낙동강. 확실히 절경이었습니다.

    마애불 가는 길. 방금 말씀드렸던 처마 모양 낙단보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432호. 의성 생송리 마애보살좌상입니다. "낙동강 낙단보 통합관리센터를 만들기 위해 공사를 하던 중에 발견되었다" 네요. 오호...! 길상길상. 그래서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고 하네요. 앞서 말씀드린 관수루와 마찬가지로 고려 초엽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생아, 너 무엇을 괴로워하느냐.
    설명문대로 과감한 생략과, 또한 전통적으로 한국의 복상이라고 생각되는 존안에 피어난 오묘한 표정-젊은이들 하는 말로 티벳여우상-, 그리고 (물 가까이에 있다 보니 특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연꽃 위에 좌정한 불상입니다.

    마무리로 커피 한 잔 어떠신가요. '카페 체리코나' 추천드립니다. 카페 문화가 뭔지 알고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 경영하시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분위기 좋고, 직원이 친절하며, 무엇보다 디테일...!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중에서도 일부만 사용하는, 고급스러운 트레이를 똑같이 도입했더라구요.

    도시청년 지역고용 상생사업- 청정지역프로젝트 2020과 함께합니다. http://youthsta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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