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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촌 가로숲 그리고... 병암서당 등취재 2020. 8. 28. 16:21

"그런데, 서당은 가 보셨어요?" 서당이라니요? 저번에 포스팅했던 이곳 사촌마을 '서림카페' 사장님께서 이렇게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음... 일단 네이버 지도 앱에는 나오지 않는군요.
그런데 사촌 가로숲에서 서쪽으로 약 10분 걸어가다 보면(600m), 이런 표지판이 나오더라구요.
의성군 문화유산 41호 의성병암서당.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안 알려져 있는 장소. 제가 이 블로그에서 여러분께 무엇을 소개드려야 할까 한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혹시나 자가용으로 오고가시다가 표지판을 보고 들어오실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표지판에는 분명 200m 근방이라고 적혀 있는데, 길을 아무리 헤매도 일단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야 당연한 것이, 이런 다듬어지지 않은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거든요! 세상에, 쓰레기 태운 흔적 좀 보세요. 저 멀리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기와집이 보이시나요?

자, 일단 현판부터 한 번 감상하시죠. 그런데 왜 이렇게 고개를 너무 뒤로 젖혔냐구요?

아이쿠, 맙소사. 사실 올라가는 계단도 잘 찾을 수 없어서 몇 번이나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답니다. 여름 잡초는 참 대단하군요. 동시에, 겉보기에 반듯하게 관리되어 있는 허다한 문화유산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힘써주신 결과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보시다시피 마루 같은 것이 있고, 두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입니다. 저같은 현대인들은 서당 하면 김홍도의 화폭에 나오는 장면을 곧잘 떠올리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강학의 의도도 분명 있겠지만, 제가 곧바로 느끼게 된 바는 이렇습니다. 아... '서원' 이라는 것은 서당이 좀 커진 것이로구나, 하구요.
모르기는 몰라도 조선시대 향토 교육기관에는 향교, 서원 그리고 서당이 있는 모양인데요. 이 셋은 규모나 운영주체, 그리고 사당 등의 일부 기능만 제외한다면 결국, 읽고 가르치는 곳이라는 셈이죠.
이렇게 높은 곳, 즉 누각에 올라 자연을 감상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기도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이 점이 서양과 좀 다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 그리스, 그리고 르네상스 유럽에서 학문과 정치를 논하는 곳은 전통적으로 광장과 카페였죠. 아, 물론 중세 학문의 최고봉이었던 신학은 비밀스럽기까지 한 수도원에서 폐쇄적으로 전승 연구되었습니다만.
수도원과 비슷한 맥락에서, 교조적으로 유교를 받들었던 조선시대 학습 기관을 제가 직접 다녀 보니까, 대부분 이렇게 한적하고, 그러나 자연과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대부분 위치해 있더라구요. 세속과 상대적으로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중세 수도원이나 불가와 비슷하지만, 도가의 정신을 일부 이어받아 마을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올라 앉아 산천 경관과 풍류를 마땅히 향유함이 조선시대 지방 학문기관의 특징이라고 제 멋대로 생각했습니다.
병암서당은 선조대에... 산림에 은둔하여 학문을 연마하고, 나아가 후학을 교육하기 위하여... 삼공의 애국정신과 충의로운 교육철학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 세월이 흘러 서당은 무너져 갔다. ... 서당은 또 무너져 갔다. ... 서당은 또다시 허물어져 갔다. ... 이러한 모든 일들은 선조의 음덕을 숭모하고 나아가 후손들에게 영광이 있기를 바라는 족친들의 열원이... - 2004년 씀.

안동 김씨 사촌 입향 육백년 기념 추원비. 사촌 가로숲 바로 앞에 조성된 공간입니다.
아무튼 선산 벌초하러 갈 때(예, 결혼은 물 건너간 맏이랍니다. 흑흑.) 와 같은 악몽이 떠오르고 말았습니다. 본격적인 산소 관리에는 보시다시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겠더라구요.
왜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저런 비석 내지는 자신들의 '피라미드' 를 세우려고 안달일까요. 관혼상제만 해도 보세요. 물론 요즘은 그런 의식이 좀 덜하지만, 규모가 지나친 결혼식도 따지고 보면 양가 '혼주' 들이 세 과시하려고 벌이는 푸닥거리 아닌가요. 우리 가문이 이렇게 큰 식을 올릴 수 있고, 또한 묘지를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뼈대 있고 돈도 많다. 이것을 그렇게 과시하지 못해 안달인지 참 슬픕니다.
그럼 불합리한 유교적 전통을 아예 다 내다 버리면 그것으로 끝일까요. 넓은 아파트, 고배기량의 자동차, 그리고 종국에는 포스트휴먼이 되어 네트워크 상에 자신의 의식이나 패턴이 영원히 살아 움직인다는 미래... 그런 게 정말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친족 공동체 의식. 그리고 개인의 자유. 모두 소중한 가치들이죠. 아시다시피 한국은 지난 반세기동안 모든 게 순식간에 그것도 여러 번 바뀌었죠. 제정신을 유지하며 살기가 참 어렵지만, 그래도 해 봐야겠죠.


사촌 가로숲 가는 길, 꽃이 참 예쁘게 피었죠.

수령 300년을 자랑하는 상수리나무입니다.




태그: #피톤치드 #힐링 #숲속요정.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서풍을 막는 방풍림이기도 하고, '서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 고 말하는 풍수지리설에 의해 조성된, 딱 사촌마을의 남북 거리만큼 꾸며진 인공림, 서촌 가로숲입니다.

숲이라길래 혹여 유럽 같은 곳(가본 적은 없지만요)의 빽빽한 모양이 아니려나 내심 걱정했지만, 오히려 나무를 띄엄띄엄 배치해서 여백의 미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점이 서촌 가로숲의 포인트입니다.
천연기념물 제 405호. 고려말 입향조 김자첨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서애 류성룡이 바로 이 숲속에서 태어났다는 전설이 공식 설명에도 나와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냥 지어낸 얘기 같습니다. 예수님도 아니구요.
사촌가로숲 오시는 길 ① 만취당 사거리에서 저 파란 지붕 집쪽으로 걸어오실 수 있어요.



사촌가로숲 오시는 길 ② '일직점곡로' 연변에서 바로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너른 주차시설 및 편의시설(화장실 및 안내표지 등) 도 갖춰져 있구요. 사촌마을 투어에서 추천하는 루트입니다. 일단 여기서 차를 세우신 다음, 마을을 둘러보시고 나서 ①번 길을 통해 숲으로 오셔서 자연의 향기를 느껴보세요.

도시청년 지역고용 상생사업- 청정지역프로젝트2020과 함께합니다. http://youthsta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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