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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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건 어떤 겁니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0. 14:49
어느 국회의원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정치 현안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하며 찾아갔다. 그런데 “선생님은 죽음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정권 교체 가능성에 관한 여러 가설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별안간’ 하는 질문을 받아서 놀랐기는 했다. 허나 ‘죽음’은 나 자신의 염두를 떠난 적이 없던 주제였으므로, 생각나는 바를 술회했다. 인간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저마다 무언가를 앓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병이 ‘죽음’이다. 다른 동물 같았으면 ‘자기의 죽음’을 의식하지 못한다. 인간은 자신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마음에 담아두고 살 수밖에 없다. 한 명 한 명 ‘내가 언젠가 죽는다’는 참기 힘든 사실을 완화시키려면, 저마다 꼭 이야기를 지어내야만 한다. ‘죽음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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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학교 도서관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2/5)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9. 26. 12:24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특수한 기능인’으로 일컫습니다. 어떤 기능을 갖고 있냐 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지하 1층까지밖에는 접근하지 못하지만, 자신은 지하 2층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하 2층에 내려가면 거기에는 태고적부터 연면히 흐르는, 지금도 온 세상에 펼쳐져 있는 ‘수맥’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도구로 무언가 여남은이나마 건져서는 갖고 올라옵니다. 지하 2층은 인간이 오래 있기에 위험한 곳이므로, 일을 보고 난 뒤에는 재빨리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데, 그렇게 지하 2층에서 경험했던 것을 서사의 형식으로 이야기해오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이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이러한 분야의 기능을 습득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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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독창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21. 17:45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와 관련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라는 인터뷰를 받았다.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이 영화의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점은, 체호프의 를 다국어(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수화 등)로 상연하는 무대의 연습을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설정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에서도 주인공 배우 가후쿠가 의 대사를 차 안에서 카오디오로 들으며 연습하는 장면이 있는데, 연습 장면과 결과인 무대를 집중 조명한 점이 이 영화의 독창성이다. 하는 설정에는 독특한 리얼리티가 생겨난다. 그렇다 함은 연기력이 부족한 연기자가 명배우를 연기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도리어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가 자칫 발 연기를 연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그렇게 된다면 ‘명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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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문학이 갖는 의의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1. 14. 22:25
매년 이맘때가 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예정 글’을 쓴다. 첫 의뢰는 15년 전쯤에 받았다. 이 세상에 ‘예정 원고’라는 것이 있는지 그때 처음 알았다. 확실히 뉴스가 예고 없이 날아들게 되면 긴 원고를 쓸 여유가 없다. 그래서 언론은 예정 원고를 준비해 놓는다. 예정 글이 실릴 일이 없어져도 글쓴이는 원고료를 고스란히 받는다. ‘작년과 똑같아도 상관 없어요’라고 담당 기자는 말하지만, 그건 좀 멋쩍으므로 매년 조금씩 버전업을 해 써보낸다. 일전에 라는 책을 냈을 때, 출간 1년 전에 썼던 예정 글을 그대로 게재한 적이 있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글을 활자로 내보냈다고 문예평론가에게 호되게 야단맞았다. 하지만 ‘일어난 일’에 관해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해석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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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보이스를 찾아내기 위한 엑서사이즈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9. 5. 23:56
상당히 예전 일인데, 자신의 보이스를 아직 찾지 못한 청년이 있었다. 그가 자신의 보이스를 통해 자신에 대해 말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었으므로, 거의 3년에 걸친 ‘개인 작문 과외’를 했다. 맨 마지막 과제 무렵에는 상대편의 답장이 없어 서신 교환이 중단되었지만, 그것은 아마 그가 이제는 ‘엑서사이즈’를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문체를 확실히 손에 넣었기 때문이리라. 혹은 최후의 과제가 쓰기 상당히 어려웠기에 그랬을는지도 모른다. 작문 모임이라는 곳에 ‘자신의 보이스를 찾기’라는 강연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므로, 하드디스크 밑바닥에서 옛날에 주고받았던 글들을 발굴해내어 읽어보았다. 그가 제출한 과제 ‘답안’은 제외하고서, 필자가 낸 과제만을 여기에 리스트화해둔다. 이를 통해 작문 교육에 일조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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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와 우에다 아키나리上田秋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25. 22:32
2017년 4월에 대만 담강대학(淡江大学)의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 센터’의 초청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계보와 구조’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전문은 뒷날 에 수록되었다. 며칠 전 어느 신문의 요청으로 영화 (2021)에 관한 인터뷰에 응했을 때, 이 영화의 주제도 ‘상처받아야만 했을 때 충분히 상처입지 않은 인간이 끌어안기를 거부한 부(負)의 감정은 악령이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신문지상의 한계가 있어 설명이 부족하리라고 생각해, 블로그에 담강대학 강의록의 관련부분을 다시금 올려둔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을 쓴다는 행위에 대해 거의 배타적으로 ‘굴을 파고 드는’ 비유를 든다는 것은 방금 전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다른 비유도 이용합니다. 그것은 ‘이층 계단’ 혹은 ‘우물 바닥’에 내려간다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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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문학이란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26. 12:02
대학원에서 '비교문화 특강'이라는 걸 담당하게 되었으므로, 여세를 몰아 학부의 전공과목 강의도 '비교 문학'으로 정해버렸다. '비교문학'이란 건 처음 담당하는 수업이다. 첫 담당일 뿐만 아니라, 필자 자신이 대학이나 대학원 다닐 때 그런 명칭의 수업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비교문학 학회에도 입회하지 않았고, 애초에 비교문학 책조차 읽어본 적이 없다. 참으로 대담하다. 아니, 대담하다기보다는 무모하다. 필자는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는 데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지루하다.) 하지만,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은 가르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가르친다. 공부하면서 벼락치기로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벼락치기와도 같은 교수법은 상당히 스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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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일본 3대 항구도시 작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9. 20. 07:00
‘대도시’와 평범한 ‘도시’를 식별할 수 있는 지표에는 무엇이 있을까.인구의 많고 적음은 물론 아니다. 정치, 경제적 중심지라는 것.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문화적인 발신 기지가 있다는 것. 이는 상당히 그럴싸하기는 한데, 아무튼 대도시라는 것은 이 모든 것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다른 도시, 다른 나라 사람들이 거기에서 위화감 없이 살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이 필자가 ‘대도시’에 대해 내리는 정의이다. ‘자기 안에 을 품은 장소’라고 바꿔 말해도 좋다.일본의 경우에는 오랫동안 상당히 알기 쉬운 지표가 있었다. ‘차이나타운’이 그것이다. ‘차이나타운’을 포함하고 있는 도시를 필자는 멋대로 ‘대도시’로 결부 지어왔다.필자의 정의를 따르면, 일본에는 세 대도시가 있다. 요코하마, 고베, 그리고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