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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역사적으로도 이게 약이었다.
    인용 2026. 7. 28. 09:02

    그런데 우리가 놓친 게 있습니다. 다보스 포럼 같은 곳에 가보면 좋은 사람들이 좋은 얘기를 합니다. 매번 똑같이 좋은 얘기들을 주고받습니다. 세계화가 얼마나 좋은지 역설합니다. 그런데 잊어버린 게 있습니다. 바로 세계화는 많이 아는 사람들에겐 기회가 되지만, 웨스트버지니아 탄광 노동자들에겐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세계화와 함께 늘어나는 것은 기회가 아니라 경쟁입니다. 세계화 시대에 어떤 일이 벌어졌냐 하면, 글로벌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 '애니웨어 피플(Anywhere People)'과, 고향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섬웨어 피플(Somewhere People)'로 인간이 두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비율은 어땠을까요? 80:20이었습니다. 80%가 섬웨어 피플입니다.

     

    글로벌 엘리트들이 세상을 장악하다 보니, 세계화가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팽배했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믿었는데, 정작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포퓰리즘 폭동, 혁명입니다. 세계화의 결과물은 뭘까요? 영국 출신 역사학자 애덤 투즈(Adam Tooze) 교수는 『붕괴(Crashed)』라는 책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벌어질 일은 과거의 재방송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19세기에 1차 세계화가 있었습니다. 1870년 2차 산업혁명 때, 미국, 유럽, 일본(메이지 유신)이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차 반세계화(De-globalization)가 시작됐습니다. 세계화가 되면 다들 살기 좋아질 거라고 했는데, 실제로 전쟁에 나가 팔다리 잘리는 건 노동자들이지, 엘리트들이 아니었습니다.

     

    미래파 운동이 등장하고 나서, 1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에서는 파시즘이 시작됐습니다. 이는 결국 1930년대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집니다. 이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세계대전을 겪은 세계 인류는 드디어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합의를 거쳐 규칙 기반(Rules-based) 세상을 만든 것입니다.

     

    브레튼우즈(Bretton Woods) 협정이 이루어지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이 설립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체제가 1970년대까지 잘 돌아가다가, 1980년대부터 2차 세계화가 시작됐습니다. 2007년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세계화가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2차 반세계화가 2007년부터 지금까지 10년, 20년 동안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눈앞에 들이닥칠 이 역사의 결과물이 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역사는 정확히 반복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참고할 수는 있습니다. 앞선 역사의 1막이 그렇게 좋지 않은 모양으로 전개되었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2막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 이때 인공지능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는데, 2025년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빼고 러시아와 직접 협상하기 시작하고,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독재자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평화로운 시기의 프레임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입니다.


     

    나가며: 괴물의 시대를 빠져나가는 법

     

    저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자유롭고 본질적으로 민주주의가 250년 동안 뿌리 깊게 잘 작동했던 미국이라는 사회가 하루아침에 '트럼프식 미국'으로 변질될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괴물이 등장할 때 거기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세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봅니다.

     

    첫 번째, 대부분은 괴물이 나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잡아먹힙니다.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두 번째, 괴물이 온다는 걸 보고 막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들도 대부분 잡아먹힙니다.

     

    세 번째,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괴물이 나타났을 때 살짝 비겁하더라도 옆에서 절하고 숨어 있다가, 괴물이 지나가면 그때 고개를 들고 일어서는 겁니다. 괴물이 나타나더라도 언젠가는 사라집니다.

     

    역사적으로도 그렇게 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1,500년 전에 로마 제국이 붕괴하고 야만인들이 왔을 때도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스-로마 문명이 무너지는지도 몰랐습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무너졌고, 그걸 알고 막으려는 사람들은 다 목이 날아갔습니다.

     

    가장 현명했던 사람들은 누구였냐면 어차피 이 야만의 시대는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세상이 다시 좋아질 때 역할을 하기 위해서 그리스-로마 문명에서 쌓아온 지식을 보존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시골에 가서 수도원을 만들었고, 책을 보존했습니다. 후대에 남길 수 있도록 지식을 보존했지요. 그렇게 버티면서 르네상스가 찾아오기까지 1,000년이 걸렸습니다. 생각보다도 오래 걸리긴 했지만 버티니까 다시 일어설 때가 오기는 왔습니다.

     

    지금 AGI를 만드는 사람들조차 미래의 불확실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피터 틸은 뉴질랜드 시민권을 받고, 큰 농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 사회가 붕괴한다면, 실리콘밸리 집 근처에 (하략)

     

     

     

    김대식 『AGI, 천사인가 악마인가-인간의 마지막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