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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인용 2026. 7. 26. 06:50

    (...) 그밖의 동물들은 모두들 A자 하나만을 기억할 뿐이었다. 또 양, 암탉, 오리와 같이 머리가 나쁜 동물들은 '칠계명'조차 암기 못하고 있었다. 머리를 싸매고 여러 가지로 생각한 결과 스노볼은 칠계명을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는 하나의 격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그의 말을 따르자면 이 격언 속에는 동물주의의 근본원리가 포함되어 있고, 누구나 이 의미를 충분히 음미한다면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처음 새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왜냐하면 그들도 두 다리인 것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노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새의 날개도 발이오." 하고 그는 역설했다.

     

    "앞으로 전진하기 위한 기관이지 도구로서 사용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것을 다리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의 분명한 특징은 그 '손'으로서, 이것이 모든 나쁜 짓을 하는 도구인 것입니다."

     

    새들은 스노볼의 기다란 말의 의미는 몰랐지만 그 설명을 수긍했다. 그리고 신분이 낮은 동물들은 열심히 그 새로운 격언을 암기하기 시작했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는 말이 창고 한쪽 벽에 있는 그 칠계명 위에 커다란 글씨로 써졌다. 양들은 이 격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풀밭에 있을 때에는 모두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고 싫증내는 일 없이 여러 시간을 계속 떠들어댔다.

     

     

    동물들은 스노볼의 추방으로 충격을 받기는 하였지만 이 선언을 듣고 당황했다. 그들 중에는 정당한 의견을 제시할 수만 있으면 항의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자도 있었다. 복서조차 막연하게 걱정하였다. 그는 귀를 뒤로 젖히고 여러 번 갈기를 흔들어 세우면서 열심히 생각해보려고 애썼으나, 결국 발언할 만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돼지 가운데에는 그보다는 나아서 생각하는 것을 발언할 수 있는 자도 있었다. 앞줄에 자리잡고 있던 네 마리의 젊은 돼지는 소리를 꽥꽥 지르며 일제히 일어서더니 즉시 반대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폴레옹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개들이 돌연 낮고 굵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리자 돼지들은 입을 다물고 다시 주저앉았다. 그때 양들이 갑자기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라고 15분 동안이나 떠들었기 때문에 토의할 기회는 완전히 없어져버렸다.

     

    양들은 '자주적 시위행진'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로서, 만일 누군가가 이런 것은 시간낭비이며 춥기만 할 뿐이라고 불평하면(돼지나 개가 주위에 없으면 가끔 불평을 터뜨렸다) 기다렸다는 듯 양들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고 연신 소리를 질러 상대방을 침묵시키는 것이었다.

     

     

    어쩐 일인지 농장은 전과 비교해서 풍족해졌는데 동물들은 앞서보다 풍족해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돼지와 개는 다르지만. 그 이유는 농장에 돼지나 개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들 동물들이 그 나름대로 일을 안한 것은 아니었다. 스퀼러가 싫증도 안 내고 설명한 바에 따르면, 그는 농장을 감독하고 조직을 위해 끊임없이 일했다. 이와 같은 일의 대부분은 무지한 다른 동물들로서는 알기 어려운 것이었다. 가령 돼지들은 매일 '문서', '보고서', '의사록', '각서' 등 마치 수수께끼 같은 어려운 것을 만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스퀼러는 설명하였다. 그런 것들은 글씨를 써서 묶은 커다란 종이쪽지인데, 그것을 다 쓰고 나면 난로불에 소각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농장의 복지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스퀼러는 말했다. 그러나 돼지와 개는 자신의 노동에 의해 식량을 생산하는 일은 없었다. 또한 그들의 숫자는 매우 많고 식욕은 언제나 왕성했다.

     

    동물들에겐 이것이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다. 게다가 이제는 이런 것을 차분히 생각할 만한 여가는 거의 없었다. 유일하게 자기의 오랜 일생을 자세히 전부 기억하고 있는 벤저민 영감만은 현재 상태가 현저하게 좋아지거나 나빠지지도 않았으며, 또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굶주림과 괴로움과 좌절, 이것이 항상 변함없는 이 세상의 일이라고 그는 말하는 것이었다.

     

     

    초여름의 어느 날 스퀼러는 양들을 이끌고 농장 저쪽에 있는 황무지로 갔다. 거기에는 어린 자작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양들은 스퀼러의 감독 아래 하루 종일 그 싱싱한 잎을 먹고 지냈다. 저녁 때가 되자 그 자신은 농장주택으로 돌아왔으나 마침 따뜻한 계절이었으므로 양들은 모두 그곳에 머물도록 했다. 그 1주 동안 다른 동물은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양들은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 스퀼러는 매일 그들과 함께 지냈다. 그의 설명으로는 비밀을 요하고 있는 새로운 노래를 양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들이 격리생활로부터 돌아온 직후, 동물들이 막 일을 끝내고 농장 건물로 돌아가려는데 몹시 놀란 말의 울음소리가 안뜰 쪽에서 들려왔다. 동물들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서버렸다. 그것은 클로버의 소리였다. 그녀가 다시 한번 울자 동물들은 모두 안뜰로 뛰어들어갔다. 그때 클로버가 본 것과 똑같은 광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돼지 한 마리가 뒷다리로 서서 걸어다니고 있었다. 바로 그것은 스퀼러였다. 그 커다란 몸체를 두 다리로 지탱하고 서 있는 품은 아직 익숙하지 못하고 어색했지만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으면서 안뜰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자 농장주택의 출입구로부터 돼지들이 긴 행렬을 지어 나왔는데 모두가 두 다리로 걷고 있었다. 매우 잘 걷는 것은 아니었고 약간 위태로워 지팡이에 매달려 가야만 될 것도 두세 마리는 있었으나, 모두 함께 제대로 안뜰을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리고 맨 나중에 사납게 짖는 개소리와 수탉의 높은 울음소리가 들리자, 나폴레옹이 개들을 데리고 두 다리로 똑바로 서서 오만한 눈초리로 좌우를 살피면서 위엄있게 나타났다.

     

    그는 앞발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

     

    죽음과 같은 침묵이 흘렀다. 몹시 놀라고 공포에 질린 동물들은 서로 몸을 붙인 채 안뜰을 천천히 돌아서 행진해가는 돼지들의 긴 행렬을 바라보았다. 마치 세상이 뒤집힌 것 같았다. 얼마 후 최초의 충격이 가라앉자 마침내ー무엇보다도 개에 대한 공포심이 몸에 스며있었고 어떤 일이 발생하여도 결코 불평을 말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는다는 오랜 습성이 몸에 배어 있었으나ー항의가 제기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신호라도 받은 것같이 양들이 일제히 외쳤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