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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물) 선플의 나비효과 활동
    인용 2026. 7. 23. 16:36

    (...)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자유와 안정감은 큰 위로이자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로 치환돼 교실 속의 나를 덜 외롭게 했다. 내일을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그 시절의 내게 가장 필요한 힘이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반복되는 무력감 속에서도 뭐라도 해보자고, 주저앉아 있기만 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었다. 그 힘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에 충분히 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감사와 행운에 이제 와 이름을 붙여본다면 '돌봄'이다. 평생 잊지 못할 귀한 사랑을 흠뻑 받은 사람은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때 나는 깨달았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오면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그대로였다. 누구에게나 충분한 돌봄이 가닿지 못하는 현실이 보였다. 우리 반만 봐도 생계를 책임지느라 자식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보호자들이 많았다. 그 보호자들의 무관심 속에 잘못을 반복하며 무리 지어 범죄를 저지르고 혐오 발언과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일삼는 학생들이 너무도 많았다.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가 터지면 늘 '교육이 문제다,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로 귀결되곤 하는데 교육을 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 교육과정이 과연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현장에 있는 나는 자주 머리에 물음표가 떴다.

     

    (...)

     

    교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어떻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은 곧 '좋은 어른'에 대한 물음과 같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신없이 나아가기만 해서는 좋은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끊임없이 뒤를 돌아볼 줄 알아야 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설명할 시간이 필요했으며, 특정 영역만 발전시켜서는 안 되는, 결국 삶을 직면하는 작업을 해야만 하는 너무나도 고달픈 수행의 길이었다. 이 작업을 놓지 않아야 어제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될 기회를 얻는다. 학생들은 교사가 가르치는 지식보다 교사가 어떤 시선과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자기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가기도, 저버리기도 한다. 그들 곁에 필요한 사람은 어쩌면 확신을 가진 어른보다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을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며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삶의 친구 아닐까.

     

    점프는 '나눔의 선순환'을 주요 모델로 삼고 있다. 이는 H-점프스쿨 장학샘 면접 심사를 보면 반드시 나오는 말 중 하나다. 청소년-대학생-사회인으로 구성된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자신이 받은 것을 나누고 서로에게 기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이것이 '돌봄의 선순환'이라고도 생각한다. '돌봄'은 너의 삶에 나의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고 너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도 도망가지 않겠다는 용기 있는 다짐이자 행동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어떤 관계를 쉽게 규정하고 놓아버리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존재와 관계의 불완전함을 이해할 역량이 있다. 그렇기에 충돌을 피하지 않고 보듬고자 노력하는 성실함이 있다.

     

    장학샘들은 1년 동안 학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삶을 돌보고 자신의 삶도 지켜나가는 일을 병행한다. 이 과정은 내 삶에 나만 존재한다면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다. 내 삶에 타인을 초대해야만 가능한 이 고단한 행위를 자청한 이들에게 '좋은 어른'이란 그리 먼 일 같지 않아 보인다. (...)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원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옳음과 친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선택하라." 교육과 돌봄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위이다. 우리가 조금만 상대에게 친절할 수 있다면, 상대를 타인의 영역에 두지 않고 내 세계에 초대할 용기를 갖는다면, 점프가 말하는 가치에 동의하고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에 좀 더 희망을 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점프 삼각 멘토링 모델의 핵심은 관계성입니다.

     

    사람은 프로그램이 아닌 사람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교육복지 사업은 점프가 시작되던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프로그램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상담 수업, 미술 치료, 창업가 정신, 디자인 씽킹, 코딩 교육, AI 교과서 등등 전문성과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그 유행도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여러분의 어린 시절과 여러분의 자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생각해 볼까요? 제 주위의 누구도 특정 프로그램 때문에 성장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당근과 채찍, 형제자매와 친구들의 건강한 또래 압력, 친인척과 동문 등 가까운 네트워크 안의 롤모델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성장했다고 일관되게 증언합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관계는 만들어 주지 않고, 프로그램만 주입하고 있습니다.

     

    극단적 예로 디지털 교육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온라인 교육이 진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그분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기숙사 학교에 보내고, 무료 인강이 아닌 값비싼 학원과 과외로 내몰까요? 우리 어른들이 조금 더 솔직해지고, 다양한 배경의 미래 세대들을 내 자녀처럼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지난 15년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점프는 대학생들에게 활동가와 봉사자의 삶이 우월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진짜 영웅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조직에서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해 크고 작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더 큰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강솔(고림초등학교 교사) 등,  「교육의 테두리를 넓히는 상상력을 만나다-교육 현장에서 본 점프-」, 『우린 좋은 어른이 될 거야-불평등의 최전선, 교육 현장으로 들어간 한 소셜벤처의 실험과 가능성-』, 옐로브릭, 9~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