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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인물) AI 도전과 응전
    인용 2026. 7. 18. 15:20

    (...) 이른바 '무사고 안전주의'가 조직의 기본 생리다. 이런 체계에서 외교관 개인의 판단은 내재적으로 억제된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조직의 책임이 분산되고 누구도 최종 판단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 실패하지 않는 것이 성공이 되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능력이 된다. 이로써 단기적으로는 조직을 안정시킬는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전략 능력을 마비시킨다.

     

     

    데이터 분석과 문서 작성은 기계에 맡기더라도 전략을 설계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필히 인간이어야 한다.

     

    외교의 본질이 정보처리나 협상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판단과 책임 그리고 관계의 형성에 있기 때문이다. 외교는 불완전한 정보와 상충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펼쳐진다.

     

     

    상대국의 의도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때로는 손해를 감내하면서 장기적 관계를 택하고, 때로는 장기적 이익을 포기하면서 국가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어느 하나의 사안도 단선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하나의 선택은 반드시 다른 영역에서의 충격으로 반동된다. 어떤 결정도 무중력 지대에 남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숫자와 조건의 문제로만 다룬다면 외교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외교란 복합적인 사안을 하나의 전략으로 엮어내는 작업이다.

     

     

    외교의 요체는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데이터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관의 문제이며 책임의 문제다. 외교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품격과 용기 위에서 작동한다.

     

    한국처럼 선택의 비용이 큰 국가일수록 인간적 능력은 더욱 절실하다. 어떤 질서에 편입될 것인지,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어떤 위험을 떠안을 것인지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결단에 속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감수할 수 있는 제도, 책임을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외교를 '위험한 판단의 영역'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필수다. (이창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