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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그것은 공연예술의 법칙이었다
    인용 2026. 7. 4. 18:13

    ー극장이 뭔데요?

     

    금복은 눈을 가늘게 뜨고 칼자국의 사내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사내의 목울대가 꿈틀, 움직였다.

     

    ー극장은 영화를 틀어주는 데지.

     

    사내는 얼마 전 그 도시에서 처음 문을 연 극장을 가리켰다. 극장 간판에는 금발의 여자와 카우보이 모자를 쓴 남자가 얼굴을 가깝게 들이대고 마주보고 있었다.

     

    ー영화가 뭔데요?

     

    금복은 그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아직 영화가 뭔지 몰랐다.

     

    ー영화는 사람들이 나오는 거지.

     

    ー사람들은 밖에도 많은데 뭣 하러 극장까지 가서 구경을 해요?

     

    금복은 짐짓 새침한 표정으로 물었다.

     

    ー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밖에 있는 사람들하곤 달라. 아주 특별하지. 너처럼.

     

     

    한편, 칼자국의 말대로 세상에는 수천수만 가지의 영화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 금복이 가장 좋아한 것은 카우보이가 등장하는 서부영화였다. 도저히 이 세상에 존재할 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드넓은 사막과 그 위를 사납게 질주하는 역마차, 주먹만한 크기의 총에서 뿜어져나오는 단호한 결말, 그리고 말처럼 거친 사내들과 그들을 부드러운 식빵처럼 다룰 줄 아는 금발의 여자들......

     

    금복은 특히 보안관으로 자주 등장하는 남자를 좋아했는데 커다란 덩치에 바위처럼 단단한 어깨와 두툼한 손을 가진 그는 특히나 말을 탄 뒷모습이 그럴싸해 보였다.

     

    존 웨인.

     

    그것이 칼자국이 가르쳐준 그 보안관의 이름이었다.

     

     

    극장을 드나드는 동안 금복은 영화 속에 숨겨진 비밀을 차츰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화면이 모두 현실이 아니라는 것과, 그 속엔 어릴 때 어른들에게 들었던 옛날얘기처럼 무언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담겨 있으며, 화면 구석에 숨어 있는 자막을 읽어보면 이야기의 내용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연기'라는 것이었다. 칼자국의 말에 의하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진심'이 아니라는 것인데, 예컨대 그들이 우는 것은 진정으로 슬퍼서가 아니며 그들이 입을 맞추는 것은 진심으로 사랑해서가 아니라 '짐짓 그런 척하는 것'일 뿐이라는 거였다. 칼자국은 그렇게 '짐짓 그런 척하는 것'을 '연기(演技)'라고 했다. 하지만 금복은 처음에 그들이 왜 그런 연기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서로 미워하지도 않는데 화를 내며 싸우고, 사랑하지도 않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지 그녀는 의아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진심'과 '연기'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였고 그녀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또다른 열락의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였다.


    춘희는 자신의 인생을 둘러싼 비극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그녀의 육체는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의 유니폼처럼 단지 고통의 뿌리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 거대한 육체 안에 갇힌 그녀의 영혼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람들이 그녀에게 보여줬던 불평등과 무관심, 적대감과 혐오를 그녀는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었을까? 혹, 이런 점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이야기꾼이 될 충분한 자질이 있다. 왜냐하면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들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명제가 그런 것이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춘희는 평등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ー 천명관 장편소설 『고래』

     

     

    "오길비의 자료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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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경(邊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옹지마'의 고사에 나오는 나라 변두리 땅을 말합니다. '변방'이라는 말과 뜻이 거의 통합니다. 변경이라는 말을 골라 쓰는 이유는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가 특별히 발안한 철학 용어이기에 그렇습니다.

    철학 용어는 세상과 사물의 본뜻과 참모습을 비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변경적 생각, 변경적 행동, 변경적 나라...

    블로그 오길비의 자료기지는 변경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선,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입니다.

    그리고 모어가 아닌 외국어 글을 옮기며, 모어 역시 남이 쓴 글을 그대로 베낍니다.

    이 말인 즉, 스스로 지어내 쓰는 글 혹은 평론이 없다는 말을 뜻합니다.

    끽해야 주석 정도만 달 수 있겠지요.

    말하자면 남이 만든 말이라는 그림자들로 이 블로그가 엮여 있다는 뜻입니다.

    원래 천성이 변경적이기에 형식이 따라가는 것인지, 아니면 형식이 제 본질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화려하고 멋진 중심부를 따라갈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변경인만이 보고, 또한 선보일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