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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국가와 문명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6. 25. 11:32

    영국에 주재하고 있는 브레이디 미카코 씨와 온라인상에서 환담했다. 영국과 일본의 정치상황이 너무나도 비슷했기에, 이야기를 듣자하니 어느샌가 약간 한기가 돌 정도였다.

     

    무엇이 닮았는고 하니 두 나라 모두 '포퓰리즘 국가'라는 점이었다. 일찍이 유권자들은 '일반인보다도 지적・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선출하여 공권력과 공공재의 운영을 맡겼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불문율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포퓰리즘이란 '자기들과 동급의 지성・도덕성을 지닌 인물이라야 자기들의 대표에 걸맞는다. 자기들과 결이 맞는 인간에게 권력을 맡기고자 한다'는 욕망을 이른다.

     

    포퓰리즘은 '아이덴티티 폴리틱스'(이름이 길기에 이하 IP로 축약)와도 궁합이 좋다. IP란 '자기와 결이 같은 인간들과 집단을 형성하여, 뭐가 옳고 그른지는 상관 없이, 항상 끼리끼리 부화뇌동'하는 정치적 태도를 가리킨다. 포퓰리즘과 IP에 통하는 심리란 '우리는 같은 결이다' 하는 알쏭달쏭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그런 기분만 느낄 수 있다면 어떤 사안이든지간에, 항상 동질 집단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싸운다. 민족주의, 순혈주의, 인종차별주의 모두, 발상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국민국가라는 것은 인종・언어・종교・문화를 공유하는 동질성 높은 사람들이 정치적 단위를 형성하면 이런저런 좋은 사항들이 있다(특히 전쟁에 강하다)는 이유로 근대에 이르러 채용된 정치적 의제(擬制)이다. 처음부터 '동질성이 높을 것'이 필수 조건이었던 셈이다.

     

    결국, 국민국가에는 '이질적인 타자와의 공생'이라는 정치적 과제가 공적으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타자와의 공생'은 시민들의 개인적 노력에 맡겨져 있지, 정부가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이 점이 국민국가 시스템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시민들 가운데 일정수가 정치적으로 성숙해 있다면, 그 나라는 '타자에 대해 관용적이며 포섭적'인 성질을 띠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과반수가 정치적으로 미숙하며, 포퓰리즘과 IP가 창궐, 극성을 부리는 국가(오늘날의 일본, 영국, 미국이 그렇다)는 자동적으로 '타자에 대해 비관용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이 된다. 반드시 그리 된다.

     

    일찍이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대중의 반역』을 통해, '문명'이란 무엇보다 우선 '같이 살아가겠다는 의지'라고 정의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이 '서로 떨어져 있고, 서로 적의를 가진 소집단이 만연하는' 상황을 '야만'이라고 불렀다.

     

    '문명'이란 '적과 함께 살고, 반대자도 포함해 통치'함을 이른다. 아름다운 말이다. 민주주의의 이상으로 삼아야 마땅하다고 필자도 생각한다.

     

    어느 나라든지 '문명' 으로 나아가려는 지향과 '야만'으로 퇴행하려는 지향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입력 변화로 말미암아, 그 나라는 문명적이 되기도 하고, 야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야만'적인 나라에 미래는 없다. '문명'이 아니고서는 미래가 없다.

     

    타자와 공생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집단이 기능 부전에 빠지면, '집단에 이물이 틈입했기 때문이다. 이물을 적출해내면, 집단은 다시금 건전을 회복한다'고 주장한다(반드시 주장한다). 그리고 '이물', '비국민' 색출이 시작된다. '범인'은 얼마든지 잡아낸다. 그들을 배제하면 집단은 순혈을 회복할 것이다. 허나, 버젓이 집단은 기능부전에 빠진 채 그대로다(더 나빠진다). 별 수 없이 다음에는 '같은 편인 척 하면서 내부에 알게 모르게 침입한 이물' 색출이 시작된다. 이후 집단 성원이 전무하게 될 때까지 이 작업이 계속된다.

     

    나라는 문명적이지 않은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이렇게 당연한 얘기를 21세기가 되어서 언급해야 한다니 내 팔자도 기구하다. (시나노 마이니치 신문 6월 17일)

     

    (2026-06-24 08:18)

     

     

    글쓴이: 우치다 타츠루(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