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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일촉즉발 세계와 일본, 앞으로 일어날 ‘비관적 담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3. 10. 09:33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지금 온 세상이 바뀌어 나가고 있다. 변화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가장 수고스러울 따름이다. 미국 소식만 접할라치더라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엡스타인 문건은 미국 엘리트들이 국제적 죄악의 담합을 폭로할 것인지, 트럼프는 본격적으로 이란에 공세를 가할 것인지, 그린란드 혹은 캐나다를 병합할 의사가 있는지, 대통령직을 한번 더 해먹을 속셈인지, 도통 그 의중을 알 수가 없다.
예전에 어떤 미국 정치학자는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가 가지는 가장 희유한 성격유형을 이렇게 지적했다. 다음에 무슨 짓을 벌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트럼프 본인조차 자기가 다음 수를 어떻게 쓸지 스스로 모를 정도이니 도무지 남들 입장에선 오리무중일 수밖에 없다. 딱 하나 알 수 있는 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질서가 낭떠러지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일본도 낭떠러지에 처해 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자민당 역시 이렇게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해 버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압승의 의미는 정권의 안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초조감일 것이다. 과거 의석수 추이에서 미루어보면 앞으로 과반 의석을 점할 기회가 당분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외교가 되었든 내치가 되었든 어떤 분야든 다카이치 수상의 정책이 차례로 성공하여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이번 자민당에 투표한 사람 가운데 1천만 표는 매번 선택지를 바꿈으로서 정국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만끽할 뿐, 본질적으로는 충성심이 결여된 부동층이다. 그렇다면 “국론을 양분할 각오로 펼치는 중대한 정책” (*실제로 한 말 - 옮긴이) 은 지금 바로, 취소불가라는 형식을 띠고 실행될 수밖에 없다.
정권은 향후 국민 사이에 ‘사나에 추켜세우기’* 에너지가 잔존하는 한 단숨에 개헌 발의와 국민투표까지 내달릴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적 규모의 호헌 운동이 조직되기 전에 국민투표까지 밀어부치면 9조 2항의 폐지, 자위대 보유의 명기, 긴급사태조항 삽입** 등에 대한 국민 과반의 찬성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핵무장마저 가능할지 모른다.*** 그리고 일본이 어느날 지금과는 어딘가 ‘다른 나라’가 된 뒤에 , 자신들이 어디에 찬성표를 던졌는지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아주 쟁그라운 이야기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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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욱 속된 말로 サナ活 사나에 팬질 - 옮긴이)
(** 고도의 통치행위라는 카를 슈미트의 그… 비상대권. - 옮긴이)
(*** 일본은 현재 그 유명한 비핵 3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 옮긴이)
('아에라'는 라틴어로 '시대'를 뜻합니다. 아사히신문 출판부가 내보내는 증간 심층분석 및 정세 보도 주간지.)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주요 저서 『하류지향』 『일본변경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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