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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도 뭐 어찌 어찌 되겠지 뭐” 신서판에 실을 ‘들어가며’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3. 4. 17:14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2019년에 ‘매거진 하우스’ 출판사에 나온 단행본, 즉 내 ‘이력서’를 비로소 신서로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게 내 이력서올시다, 하는 건 보통 공성명수한 사람이 왕년을 회고하며 쓰는 것이기에 나같은 하룻강아지가 쓸 그런 건 아니기는 하지요. 그러나 이제는 어찌어찌 고희도 넘겨버렸고, 곧 있으면 후기고령자란 게 됩니다. 3년 전에는 오른쪽 무릎에 인공관절을 시술했고, 작년에는 췌장암 수술을 받아놓아서, 오만 삭신이 이만저만 쑤시는 게 아니랍니다. 신체 어느 부위 할 것 없이 넌 수명이 다했다 하고 알람을 울려대는 통에 이만 셧다운할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습니다. 알겠어요? 지금 안 써놓으면 다 까먹어버리는 그런 사태가 발생할지 모릅니다. 실제로 이 책은 본래 6년 전에 나왔습니다. 무슨 매체에서 기나긴 인터뷰를 하고 갔어요. 근데 말이죠, 그때 분명 생각 났던 것들이 이제는 도통 모르겠는 것도 제법 있습니다. 이거 농담 아닙니다.

     

    이거 분명히 내가 쓴 거거든요. 근데 지 이력선데도 워매, 내가 이런 생각을 해부렀다고??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뭔 말이냐, 이 책은 우치다 다쓰루가 68살 때 썼던 지 이력서라는 조건을 달고 읽어 주기 바랄게요. (물론 2019년이라는 과거 시점에서 생각해야 할 내용도 허다합니다.)

     

    지금은 자칫 능동적으로 잊어버리는 수가 있고, 도리어, 여차하면 머릿속에 떠오르지를 않았더라도, 지금 와서 떠오르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원래 인간의 기억이란 게 그런 법이지 않겠습니까?

     

    기억에 관한 한 우리 머릿속에 보조선을 하나 그어 보죠. 그러면, 그때까지 기억이라는 깊은 바닷속에 잠들어 있느라고 전경[foreground]으로 드러난 적 없던 사건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정작 지 이력서랍시고 책을 쓸 때는 거의 눈치를 못 챘는데, 요즘 느낀게 뭐냐면요, 나는 인간이 잡스럽다는 겁니다. 마침 서문을 써야 되기도 하니까 그 얘기를 좀 해볼까 해요.

     

    주지승 샤쿠 뎃슈 선생이 그런 진단을 내려주셨어요.

     

    불알 친구인 히라카와 가쓰미랑 샤쿠 선생 이렇게 셋이서 얘기하던 때였어요.

     

    히라카와라는 놈하고 나는 65년 가까이 한 번도 싸워본 적조차 없는 사이 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이런 히라카와와 샤쿠 선생님 그리고 저는 그때 한자리에 있었어요. 사실 히라카와나 나나 샤쿠 선생이 좀 어렵고 해서 둘이서만 낄낄거리고 있었습니다. 선을 넘을 듯 말 듯하면서 왜 이리 사이가 좋은 거냐 궁금해 미치겠다 하고 있을 때, 불쑥 샤쿠 선생님은 두 분 모두 인간이 잡스럽기 때문입니다라고 담담히 말씀하셨습니다.

     

    워매. 그랬당가. 그래부렀당가. 샤쿠 선생님이 그리 말씀하시고 나서 머리에 전구가 켜진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마등이란 게 지나가는 거였어요. 잡스러운 인간이었기 때문에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 이 비로소 전면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명실상부 나란 놈은 잡스러운 남자였단 것이었어요. 잡스럽단 게 뭐냐? 모지락스럽지가 못하단 거. 오디오 장비를 건드리면 망가지고, 컴퓨터를 고쳐보려고 하면 망가지고, 옷고름을 잘 못 매며, 오토바이 좀 고쳐 보려니 망가뜨리고, 심지어 어렸을 때 장난감도 잘 조립하지 못했었지모든 점이 연결되었습니다. 어느 잡스러운 남자의 일생이라는 부제목을 단다면 분명 또 하나의 자진 납세 이력서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말이죠, 직감만 믿고 따라 산 사람, 여기저기 들이대며 살아온 경향에 포커스를 둔 자진납세 이력서입니다. 하지만 나의 본격적인 다른 인격 요소들 (‘아줌마 같아 보이는 것이라든가, ‘이상하게 성질이 급하다든가 산책을 전혀 못함’)을 강조하여, 그에 걸맞은 사례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또다른 자서전이 만들어질 법도 합니다.

     

    산책을못한다는 게 거짓말 같아 보이죠? 하지만 진짭니다. 걸어다닐 때에는 최단거리를 최단시간으로 답파하는 것밖에 안중에 없어요. 봄을 탄답시고 훌쩍 드라이브를 한다든가, 석양의 지평선을 향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든가 하는 짓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진짜로요. 윈도 쇼핑을 해 본 적도 없습니다. 장을 보거나 쇼핑을 하거나 5분 안에 승부를 봅니다. 스쿠터 타고 자동차 대리점 앞을 달리다가, 꽤 멋지구리한 차가 있는 걸 보고서 스쿠터를 멈춘 뒤 이 차로 주시죠했습니다. (미심쩍은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맛집을 찾아 헤메는 일은 없습니다. 홍등가에서 분냄새를 맡지도 않습니다. 딱 한 번, 여성이 나오는 바에 가본 적은 있어요. (어언 50년 전, 과외를 해주던 아이의 아버지가 데리고 갔습니다. 그거 딱 한 번.)

     

    , 이제 좀 이상한 인간으로 보이시죠? 이렇듯 별나게 성질이 급하고, 한눈 팔기 자체가 불가능한경향만에 초점을 맞춘 일본에서 가장 성질 급한’ 남자의 자진납세 이력서를 써봐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또 생각나는게 있네요. 나코시 야스후미라는 정신과 선생님으로부터 사이코패스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란 게 극히 지당했어요. “우치다 씨는 공감성이 없으니까요”.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못하지만, 타인의 감정 표현에 대해서는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갖춰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알아두셔야 할 게 이건 숫제 공감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성적인 이해의 대상으로서 다루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외부 평가를 끊임없이 듣다 보면 확실히 자기 자신 납득이 가기는 합니다. 젊었을 때부터 ‘왜 이리 정이 없니?’ ‘너무 차갑잖아’ ‘배려심이 없어하는 여친들의 불평을 끊임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치다는 이럴 땐 이렇게 해 줘하고 가르쳐 주면 그대로 들어준다하는 점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 이유는 말을 안하면 상대방의 맘을 도통 모르지만, 말해주면 이해는 가능한인간이었기 때문이겠죠? 우와. 그럼. “친절한 싸이코패스라는 제목을 단 이력서도 쓸 수 있다는 거네요?

     

    , 뭐 이런저런 인격 특성에 조명을 비추면 나의 이력서에 담길 내용이 상당히 바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시면서는 직감에 따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똑부러지게 아니 하고 살아 왔던내 특성을 피처링 삼은 내 흑역사”라는 걸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 그러므로 이 책만 읽고서 우치다 다쓰루는 이런 인간이구나하면 안 됩니다? (그럴 사람도 없겠지만).

     

    그럼, 마지막까지 재밌게 읽어보세요.

     

    (2025-09-03 10:02)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주요 저서 『혼자 못 사는 것도 재주』 『하루키를 조심하세요』 등.

     

    출처: 우치다 다쓰루의 연구실

     

     

     

    오길비: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 제자된 입장에서는 성장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부수반 이재명 대통령도 한때 뒤에서는 사이코패스라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아 물론 저도, “너 같은 정신병자 손님 안 받아, 꺼져하는 식의 말을 숱하게 듣고 산답니다. ^^ (물론 그건, 만만한 놈에게 폭력을 휘둘러보고 싶은 사람들이 괜히 트집 잡는 그런 종류의 것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검은띠라고 아주 티셔츠까지 만들어 입더라고요. -카페 한다는 양반이 앞치마는 안 두르고…- 정말이지, 주짓수에 대한 인식이 요즘 더 많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복서도 이러지는 않아요. , 복서한테도 만취 상태에서 배빵 좀 맞긴 했습니다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