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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물) 내가 여자친구가 없는 이유인용 2026. 2. 4. 20:39
서장
이 세상에는 ‘음모’가 존재한다.
하지만 타인의 입에서 진실인 양 이야기 되는 음모는 99% 이상의 확률로 단순한 망상, 혹은 의도적인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서점에 가면 자주 눈에 띄는 <일본경제를 망가뜨린 유대인의 음모!>, <우주인과의 밀약을 숨긴 CIA의 대음모!> 등등의 책도 모두 시시한 망상이다.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들 인류는 ‘음모’를 사랑한다.
음모.
그 달콤하면서도 안타까운 발음에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매료된다.
일단 ‘유대인 음모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유대인 음모론을 쓰려고 하는 인간은 ‘왜 나는 가난한 걸까?’, ‘왜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걸까?’, ‘왜 나에게는 여자 친구가 없는 걸까?’ 등등의 심한 콤플렉스와 르상티망을 품고 있다. 그의 정신과 육체는 안팎으로 끊임없는 압박에 시달린다.
그리고 우울함이 축적된 원한, 사회를 향한 그치지 않는 증오와 분노. 그러나 그 분노는 대부분 자기 자신의 무능력에서 유래한다.
가난한 것은 자신에게 돈을 벌 능력이 없기 때문이고, 여자 친구가 없는 것은 자신에게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무능함을 자각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오점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거기서 음모론자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외부에 투영한다.
자신의 외부에 가공의 ‘적’을 만들어낸다.
적.
우리의 적. 사회의 적.
적이 어딘가에서 나쁜 음모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나는 행복해질 수 없다.
그 음모 때문에 나는 여자 친구를 만들 수 없다.
그렇다! 전부 유대인이 나쁜 것이다!
유대인이 어딘가에서 나쁜 음모를 꾸미고 있기 때문에 내가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유대인 놈들! 용서 못해!
―정말이지, 유대인도 참 딱하다.
모든 음모론자는 좀 더 현실을 똑바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적’은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악’은 외부에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구제불능인 것은 모두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 결코 유대인의 음모가 아니고, CIA의 음모도 아니며, 당연히 우주인의 음모도 아니다.
우선은 그 점을 확실히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극히 희박한 확률로 진짜 ‘음모’를 알아챈 인간이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물밑에서 진행 중인 음모를 두 눈으로 목격한 인간이 있다.
그게 누구냐고?
나다.
(타키모토 타츠히코 지음, 현정수 옮김, 『NHK에 어서 오세요』, 학산문화사.)
왜 저는 일본의 정당 ‘참정당’에 뭔지 모르게 끌리는 걸까요.
저도 문제지만, 일본의 30대 친구들도 유독 심하다는 모양입니다. (감염내과의사 이와타 선생에 따르면, **“중2병”**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과연 정신의 팬데믹.)
작가는 1978년 홋카이도 출생. 화백(일러스트레이터&캐릭터 디자이너)은 1971년 도쿄도 출생. 일본의 이른바 “로스트 제너레이션” “취업 빙하기 세대” 등등으로 불리는 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누차 말씀드리지만, 순망치한입니다. 일본이 망하면 한국도 여의치 못해요. 장기불황(잃어버린 n십년)이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 일본 삼십 대 친구들이 중2병 음모론에 여전히 집착하는지요. …
그건 그렇고, 위 문장을 중1때 읽고서 “너무 재밌어(おもろい!)”라고 생각했고, 중3때는 급기야 “나(オレ), ‘라이트 노벨’ 번역가 될 거야!”라고 공언하기까지 하게 됩니다. 현 선배, 보고 계시죠? 샤라웃 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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