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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데카르트의 방법
    인용 2026. 1. 23. 15:04

    당시 데카르트는 바바리아군에 지원병으로 들어가 30년전쟁에 종군하고 있었는데, 어느 겨울날 바바리아 교외의 겨울 주둔지에서, 하도 추워서 커다란 페치카 속에 들어가 하루 종일 멍한 상념에 빠져 있다가 문득 잠이 든 후 이상한 세 가지 꿈을 연달아 꿉니다.

     

    그것은

     

    폭풍에 쓸려,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의 예배당에 내동댕이쳐진다

    천둥소리에 놀라 눈을 뜨니 주변에 온통 빛 알갱이들이 떠다니고 있다

    사전과 라틴어 시집이 나오기에 시집을 집어 들고 ‘긍정과 부정’ 등의 구절이 있는, 자기가 아는 두 편의 시가 실린 페이지를 찾았다

     

    등 일관성 없는 꿈이었는데, 이 꿈이 과연 무슨 뜻일까 하고 이리저리 생각을 하다가 자기가 온 학문을 통일하게 된다는 계시라고 믿고 크게 감격합니다. 그 세 가지 꿈을 어떻게 그런 계시라고 믿게 되었느냐 하는 점은 분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믿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비몽사몽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방법서설』의 대체적인 구상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메모에 “1619년 11월 10일, 영감이 밀려와 놀라운 학문의 기초를 발견했다”고 남긴 것입니다.


    타니야마는 1927년 11월 12일 도쿄에서 남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일본식 발음으로 ‘토요’라고 읽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유타카’로 잘못 읽는 바람에 결국 그는 ‘유타카 타니야마’라는 이름을 자신의 정식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타니야마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학교를 꾸준히 다니지 못했다. 그는 매우 병약한 체질이었으며 10대에는 결핵에 걸려 다니던 고등학교를 2년 간 쉬어야 했다. 2차대전이 발발하면서 그의 학업은 또다시 중단되었다.

     

    고로 시무라는 타니야마보다 한 살 아래였는데, 그는 전쟁 중에 전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학교가 아예 문을 닫아버렸던 것이다. 시무라는 이 기간 동안 강제 징발되어 비행기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매일 저녁, 그는 뒤떨어진 학업을 보충하기 위해 책과 씨름했는데,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수학뿐이었다. “물론 공부할 만한 분야는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수학이 제일 쉬웠습니다. 수학책은 그저 읽어나가기만 하면 머릿속에 들어왔으니까요. 저는 이런 방법으로 미적분학을 공부했습니다. 그저 무작정 읽어내려갔지요. 제가 만약 화학이나 물리학에 관심을 가졌었다면 실험 기자재가 필요했을 텐데, 당시에는 그런 기구를 구할 방법이 없었어요. 저는 결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호기심이 많았던 것뿐이죠.”

     

    1954년 타니야마와 시무라가 처음 만나던 무렵, 그들은 이제 막 수학자로서 첫발을 내딛던 시기였다. 당시의 전통에 따르면(지금도 그렇지만) 갓 공부를 끝낸 젊은 학자들은 자신을 교육시켜 준 지도교수 밑에서 첫 경력을 쌓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었으나 타니야마와 시무라는 이를 거절했다. 전쟁 기간 동안 연구 활동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였고 이 영향으로 1950년대의 일본 수학계는 아직 정상 회복을 못하고 있었다. 시무라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의 대학 교수들은 ‘전쟁에 지치고 질려서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후세대 학생들은 열정적으로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의욕을 잃은 교수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는 것만이 학자로서 성공하는 유일한 길임을 곧 깨닫게 되었다.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여 학계의 최근 동향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타니야마는 평소 나사가 반쯤 풀린 듯한 행동을 하고 다녔지만 일단 세미나에 참석하기만 하면 다른 학생들을 사정없이 몰아붙였다. 그는 선배들한테 미개척 분야를 연구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주었으며 후배들한테는 스승과도 같은 존재였다.

     

    이들은 학문적으로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한물간 낡은 주제를 가지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학생들은 서구 학회에서 이미 해결을 포기해 버린 방정식을 놓고 해를 구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기 일쑤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타니야마와 시무라의 관심을 끌었던 ‘한물간’ 연구 테마는 바로 ‘모듈 형태론(modular forms)’이었다.

     

     

    모듈 형태론은 수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가장 기이하고 경이로운 연구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비밀스럽게 전수되어 온 수학으로서, 20세기의 수학자 마틴 아이클러는 가장 근본적인 다섯 개의 수학 연산 중 하나가 모듈 형태라고 간주하였다. 즉 덧셈과 뺄셈, 곱셈, 나눗셈, 그리고 모듈 형태― 이 다섯 가지가 수학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 연산이라는 것이다. 수학자들은 이 다섯 가지 중 처음의 네 가지에는 도사 같은 사람들이지만 다섯 번째 연산만은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정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듈 형태의 가장 중요한 성질은 ‘대칭성(symmetry)’이다. 이는 일상 생활 속에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개념이지만 수학에서의 대칭성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어떤 대상물을 특정한 방법으로 변형시켰을 때 변형 전과 달라지지 않은 성질이 있다면 그 대상물은 대칭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모듈 형태는 이러한 대칭성을 매우 많이 갖고 있는데,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간단한 정사각형을 예로 들어보자.


    참고문헌

    立花隆, 『腦を鍛える』

    Simon Singh, Fermat's Last Theor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