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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잡지 못하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6. 1. 8. 11:11
중고등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할 기회가 종종 있다. 학생들의 질의응답은 신상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루는데, 그 형식이라는 것이 ‘A라는 선택지와 B라는 선택지가 앞에 있는데 이중 무엇을 고르면 좋을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마 상담이라는 것은 그런 형식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리라.
필자는 대개 이렇게 대꾸한다. “그런 식으로 매사를 생각하는 걸 무도에서는 ‘후수에 빠진다’고 말합니다. ‘후수에 빠지면’ 반드시 집니다.”
학생들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들은 어렸을 적부터 ‘누군가가 어려운 문제를 낸다. 거기에 필사적으로 최적해를 고안해내는 것으로 응한다. 채점을 받아 높은 점수를 받으면 칭찬받고, 점수가 낮으면 처벌받는다’는 ‘수험생 마인드’를 깊이 내면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수험 도식’ 말고는 만사를 생각할 수가 없게 된다. 안타깝다.
하지만 이 도식을 따를 때의 문제점은 ‘누가 언제 어떤 문제를 낼지, 어떤 기준으로 채점받을지’가 수험생에게 제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게 수험생에게 엄청나게 불리하다는 것을 수험생 본인은 생각해본 적조차 없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된다. 무도에서는 확실히 ‘후수에 빠지는’ 것을 책망하면서도, 그렇다고 곧장 ‘선수를 잡는’ 것에 대한 유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저 ‘선수를 잡는다’는 말 자체가 ‘적’을 상정하여 그것과 빠르냐 늦느냐 하는 상대적인 경쟁에 갇혀버리고 만다는 것을 무심결에 노정하고 있다. 그런 사고틀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갇힌 상태’를 ‘후수에 빠진다’고 이르는 것이다.
비가 내린다든가 바람이 분다든가 하는 날씨 변화에 대할 적에 우리는 항상 ‘후수에 빠지게’ 되는 걸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그것은 때로 ‘가뭄’에 내리는 ‘단비’가 될 수도 있으며, 돛단배에게는 ‘순풍’이 된다.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을 ‘행운’으로 순식간에 ‘바꿔치기하는’ 일은 가능하다. 이것을 ‘후수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아무래도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미안하다.
(「월간무도」 6월호)
(2025-08-19 17:31)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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