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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일본의 여성들인용 2025. 10. 28. 21:36
일본의 부인은 남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사회적 지위도 남편보다 낮다. 양장을 입었을 경우 남편과 나란히 걷기도 하고 대문을 나설 때 남편보다 앞서 나가기도 하는 부인일지라도, 일단 기모노로 갈아입으면 남편의 뒤를 따른다. 가정에서 딸은 선물이나 보살핌, 교육비 등이 모두 남자 형제의 차지가 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젊은 여성들을 위한 고등교육 기관이 설립되었을 때에도, 규정된 교육과정에는 예의범절이 중시되었다. 본격적인 지적 교육은 남자들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재 이런 학교의 한 교장은 상류계급 출신 여학생들에게 유럽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여학생들이 결혼한 후 남편의 장서에 앉은 먼지를 털고 위아래가 바뀌지 않게 책장 안에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의 여성들은 그래도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는 단지 일본이 서양화되었기 때문은 아니다. 중국의 상류계급처럼 여자에게 전족을 하는 풍습이 일본에는 일찍이 없었다. 또 오늘날 인도의 여성들은 일본의 여성이 가게를 출입하고 시가지를 왕래하면서 몸을 감추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일본에서는 부인이 살림을 책임지고 쇼핑을 하며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다. 돈이 모자라면 집안의 물건을 선택하여 전당포에 가지고 가는 것도 부인의 임무이다. 부인은 하인들을 지휘하며 자녀의 결혼 문제에 큰 발언권을 가진다. 그리고 며느리를 얻어서 시어머니가 되면, 반평생 굽실대기만 하던 가련한 제비꽃이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단호한 태도로 집안의 모든 일을 관장한다.
미시마는 미국에서 알게 된 일본 여성과 중국 여성을 비교하여 대조하고 있다. 그녀의 평은 미국의 생활이 양국의 여성에게 어떻게 다른 영향을 주었는지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여성은 대개의 일본 여성에게서는 볼 수 없는 차분함과 사교성을 가지고 있었다. 상류의 중국 여성은 한결같이 여왕과 같은 우아함을 가지고 세계의 참다운 지배자인 것 같은 취향이 있어서, 나에게는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사람들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위대한 기계문명과 속도 속에 있으면서 조금도 동요를 보이지 않는 그녀들의 겁내지 않는 태도와 당당한 침착성은, 끊임없이 겁에 질리고 과도하게 신경질적인 일본 여성의 태도와 두드러진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것은 사회적 배경에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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