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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용 2025. 10. 18. 09:07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정익호'라는 인물을  것이 여기서이다.

     

     

    익호라는 인물의 고향이 어디인지는 ××촌에서 아무도 몰랐다. 사투리로 보아서 경기 사투리인 듯하지만 빠른말로 재재거리는 때에는 영남 사투리가 보일 때도 있고, 싸움이라도  때는 서북 사투리가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런지라 사투리로서 그의 고향을 짐작할 수가 없었다. 쉬운 일본말도 알고, 한문글자도  알고, 중국말은 물론 꽤 하고, 쉬운 러시아말도   아는  등등, 이곳저곳 숱하게 줏어먹은 것은 짐작이 가지만 그의 경력을 똑똑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 ××촌에 가기 일년 전쯤 빈손으로 이웃이라도 오듯 후덕덕 ××촌에 나타났다 한다. 생김생김으로 보아서 얼굴이 쥐와 같고 날카로운 이빨이 있으며 눈에는 교활함과 독한 기운이  나타나 있으며, 발룩한 코에는 코털이 밖으로까지 보이도록 길게 났고, 몸집은 작으나 민첩하게 되었고, 나이는 스물 다섯에서 사십까지 임의로   있으며,  몸이나 얼굴 생김이 어디로 보든 남에게 미움을 사고 근접치 못할 놈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의 장기(長技) 투전이 일쑤며, 싸움 잘하고, 트집  잡고, 칼부림 잘하고, 색시에게 덤벼들기 잘하는 것이라 한다.

     

    생김생김이 벌써 남에게 미움을 사게 되었고, 거기다 하는 행동조차 변변치 못한 일만이라, ××촌에서도 아무도 그를 대척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피하였다. 집이 없는 그였으나  집에 잠이라도 자러 가면  주인은 두말 없이 다른 방으로 피하고 이부자리를 준비하여 주고 하였다. 그러면 그는 이튿날 해가 낮이 되도록 실컷  뒤에 마치  집에서 일어나듯 느직이 일어나서 조반을 청하여 먹고는 한마디의 사례도 없이 나가버린다(김동인, 1932)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바라보았다. 두루마기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나라 사람이  모였으니,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 말로 곧잘 철철대이거니와 중국 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꼬마데 오이데 데수까(어디까지 가십니까)

     

     

    하고 첫마디를 걸더니만 동경이 어떠니 대판이 어떠니 조선 사람은 고추를 끔찍이 많이 먹는다는  일본 음식은 너무 싱거워서 처음에는 속이 뉘엿거린다는  횡설수설 지껄이다가 일본 사람이 엄지와 곤지 손가락으로 짜르게 끊은 꼿꼿한 윗수염을 비비면서 마지못해 깟댁깟댁하는 고개와 함께 소오데수까(그렇습니까) 한마디로 코대답을  따름이요  받아 주지 않으매 그는  중국인을 붙들고서 실랑이를 한다. “니쌍나올취―” “니씽섬마 하고 덤벼 보았으나 중국인 또한  기름  뚜우한 얼굴에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띄울 뿐이요 별로 대꾸를 하지 않았건만, 그래도 무에라도 연해 웅얼거리면서 나를 보고 웃어 보였다.

     

     

    그것은 마치 짐승을 놀리는 요술쟁이가 구경꾼을 바라볼 때처럼 훌륭한  재주를 갈채해 달라는 웃음이었다. 나는 쌀쌀하게 그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주적대는 꼴이 어쭙지않고 밉살스러웠다. 그는 잠깐 입을 닫치고 무료한 듯이 머리를 덕억덕억 긁기도 하며 손톱을 이로 물어뜯기도 하고 멀거니  밖을 내다보기도 하다가 암만해도 지절대지 않고는  참겠던지 문득 나에게로 향하며 어디꺼정 가는 기오라고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붙인다. (현진건,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