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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일하는 사장의 생각 – 양지삼인용 2025. 9. 27. 08:58
일러두기: 대구의 대학에서 아이키도 클럽을 주재하고 계시는 신 선생님의 제보입니다.
그리고, 저도 고깃집 아들입니다.
(일본에서라면 몰라도, 한국에서 이 언명을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시대의 요구 또한 그러했습니다. 그간 엄격했던 사농공상 질서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 반면 쓰레기라고는 찾기 힘든 곳, 깨끗한 박물관의 대형 라운지에 생뚱맞게 단무지 한 쪽이 떨어져 있다면 어떨까. 발견한 직원이 바로 주울 것이다. 식당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장이 직원에게 쓰레기를 주우라고 시키면, 직원은 지나가는 아르바이트생을 불러서 다시 시킨다. 가만히 관찰해보면 식당의 80% 정도가 이렇다. 100개의 식당 중에서 사장이 먼저 쓰레기를 줍고 인사하는 곳은 10%, 100곳 중 10곳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이상적인 자세는 ‘사장이 먼저 열심히 하면서 직원들에게 나만큼은 아니어도 나와 비슷하게는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나는 만나는 사장님들에게 늘 정규 직원에게도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우리의 일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사장이 100을 하고, 직원이 50을 하고, 아르바이트생이 25를 하는 조직에는 갈등이 불거질 일이 없다.
요즘은 다행히 사료도 개선되고 유통도 좋아져서 고기나 족발 같은 식재료가 상향평준화되어 있다. 즉 웬만한 곳이면 특별한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대체로 다 맛있다. 대신 상식을 지키는 운영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낀다. 쓰레기를 방치하는 상황을 일상으로 만들지 않는 것, 인사하지 않는 것을 일상으로 만들지 않는 것, 이 당연한 사실을 우리는 몸으로 부딪치면서 체득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사장의 일이자, 진정한 장사의 시작이다.
리더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생각하는 사람’이다. 생각 없는 리더가 조직을 제대로 이끌 리 없다. 나아가 리더는 혼자 생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 말하자면 직원들끼리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규칙을 체계화한 ‘마음의 기준’ 같은 것이다. 그 안에는 평소 우리가 쓰는 용어, 인사법 등이 모두 담긴다. 이런 내용들이 쌓여서 나중에 조직의 코어(Core)가 된다.
매뉴얼을 우리만의 문화로 확장하는 법
‘매뉴얼은 마음의 원칙이며, 우리 브랜드만의 다름을 공유하는 것’이라 하면 거창하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 대체 무엇을 공유하냐는 것이다.
대단한 메시지나 규칙이 아닌 ‘우리끼리의 말맞춤’이라 관점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1월의 첫 번째 수요일에는 짜장면을 먹자, 달력의 빨간 날에는 맛있는 걸 시켜 먹자고 약속하는 것, 함께 일하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모든 행위가 모여서 매뉴얼이 된다. 우리만의 약속인 셈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세세히 정할 필요도 없다. 대신 말로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문서로 남겨두어야 한다.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어쩌면 이때야말로 진짜 경영으로 넘어가는 시점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운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했지만 모든 사장의 목표는 하나다. 내가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직원들이 바뀌어도 매장이 차질 없이 돌아가는 것, 즉 운영의 시스템화다. 운영을 잘하는 것과 운영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그동안 개인이 차곡차곡 쌓아온 운영의 노하우를 회사의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순간이 바로 장사에서 사업으로 넘어가는 단계라 볼 수 있다.
핵심가치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
사업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그게 뭐냐, 꼭 있어야 하는 거냐, 어떻게 만드는 거냐’라고 질문하는 분이 많다. 정답은 없다. 다만 핵심가치를 어떻게 만드는지 묻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말씀드린다. 핵심가치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 내재한 것들 가운데 가장 가치 있다고 여긴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핵심가치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내가 좀 짜증이 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 혹은 내가 돈을 조금 잃더라도 지키고 싶은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다른 건 잃어도 좋지만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가? 예를 들어 평소에 ‘다른 건 괜찮은데 인사 안 하는 건 못 참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핵심가치 삼아 인사 잘하는 사람을 인재상으로 제시하고 KPI를 인사하는 것으로 잡으면 될 일이다.
장사해보니 오래 하는 게 최고더라 싶으면,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재방문이 필요하니 이익은 좀 적더라도 품질과 서비스에 더 신경쓰기로 결정할 수 있다. 가게 운영은 어느 방향으로든 흘러갈 수 있기에 평소에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정해두어야 한다. 이때 선택 기준이 없으면 의미 있는 고민이 아닌 걱정만 하게 된다. 핵심가치를 찾아내서 어딘가에는 적어놔야 헤매더라도 금방 돌아온다. 기준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핵심가치는 의미 없는 걱정이 아니라 의미 있는 고민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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