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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읽기) 교수의 속사정
    인용 2025. 8. 23. 04:15

    일러두기: 대구의 대학에서 아이키도 클럽을 주재하고 계시는 신 선생님의 제보입니다.

     

     

    학생들에게 대놓고 말할 수 없으나 학생들의 취업 여부에 결정적인 요소로 보인다. 그건 외모이다. 이 경우는 성적도 필요 없다. 개인적으로 용모가 수려하면 더 빨리, 더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했다. 상대적으로 용모가 아쉬우면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취업이 잘되지 않는다. 학업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학교 입장에서는 정말 당혹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이는 분명한 경험적 사실이다. 취업 지도를 2~3년만 해도 현장에서 바로 체감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이다. (…) 어쨌든 오랫동안 취업하는 학생들을 지켜보다 보니, 어떤 학생들이 취업하는지는 알게 된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학생, 떨어져도 떨어져도 계속해서 이력서를 내는 학생이 취직한다. 당연한 말인 것 같은데 이게 당연하지 않다. 계속 떨어져도 계속 시도하는 학생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개별 과목에서 조금씩 넘다가 학교 전체적으로 A40%를 넘으면 큰일 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성적입력 시스템을 만든다. A40% 이상 주면 입력 오류가 된다. A40% 이상 주려고 해도 줄 수 없도록 컴퓨터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그때부터 ‘A 40% 이내 지침’은 교수들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제로 작동했다.

     

    각 대학에서 이 시스템을 도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모든 대학이 A 40% 이내를 지키게 된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대학평가에 문제가 생기니 지킬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모든 대학이 이걸 지키니, 대학평가에서의 차별성이 없어졌다. 곧 새로운 평가 항목이 들어온다. 그동안은 A의 비중에 관해서만 평가를 했다. 그런데 이제 C의 비중도 평가 기준에 들어왔다. C 이하의 성적, 그러니까 C, D, F의 비중이 30%를 넘어야 대학평가 점수가 깎이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대학에서는 교양은 몰라도 전공에서는 웬만하면 C를 주지 않았다. 물론 시험점수가 다른 학생에 비해 현저하게 낮거나 출석이 안 좋다면 C 이하를 주었지만, 출석 잘하고 시험도 그런대로 치르고, 과제물도 누락 없이 제출했다면 B를 주었다. 하지만 이제 무조건 C 이하를 30% 이상 주어야 한다. 1명이 수업을 들으면 3명은 C를 주어야 한다. 9명이 수업을 들으면 30%2.7명이다. 그 이상을 주어야 하니 9명이 들을 때도 3명은 C. 7명이 들으면 30%2.1명이다. 이때도 3명한테 C를 주어야 한다. 7명 중 3명이면 거의 반이다. 이런 규제는 수강생이 소수인 강의에 치명적이다.


    교수가 망가지는 이유 교수는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그래서 혼자 있는 것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보기에 성격이나 하는 짓이 좀 이상한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망가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교수가 이상하게 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비판, 큰소리, 욕을 듣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기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없고 모두가 본인을 ‘교수님, 교수님’ 부르니 자신이 잘난 줄 안다.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이 없는 것, 이런 환경이 사람을 이상하게 바꾼다. 그런데 교수가 바로 이런 환경에서 산다. (…) 교수는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권력이 없으나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고 자신의 말에 주위 사람들이 곧바로 움직인다. 공식적인 권력은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수의 심리 상태가 권력자의 심리 상태와 별반 다르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자기 맘대로 해도 된다는 심리가 만들어진다. 그리하여 교수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교육부 정책도 교수의 학생 생활지도를 이끈다. 대학교에서의 생활과 관련된 문제가 학생에게 발생하면, 지도교수에게 책임을 묻는다. 학생들이 MT를 갔는데 사고가 나면 지도교수의 책임 여부를 조사한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자기들끼리만 갔다면 사고가 발생해도 교수의 책임은 없다. 그런데 학생들이 학교에 신고하고 간다거나 학교의 지원금을 받았다거나 등으로 학교의 책임 소지가 연관된다면 지도교수의 책임이 발생한다. 그럼 지도교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만약 학생들의 MT, 체육대회, 수학여행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교수 자신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말할 수밖에 없다. ‘술 마시지 마라, 위험한 데 가지 마라, 혼자 떨어져서 다니지 마라, 일찍 자라, 싸우지 마라’ 등등 간섭한다.

     

    국가는 교수가 수업 중 가르치는 내용에도 종종 개입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다. NCS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이다. 국가가 어떤 전문지식의 표준적인 기준을 만들었다는 의미로, 전공과목에서 무얼 가르쳐야 하는지 규정하고 그대로 가르칠 것을 요구한다. 좋게 말하면 NCS를 도입한 전국의 모든 학과목에서는 같은 수준의 전공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나쁘게 말하면 대학 수업시간에도 NCS에서 규정한 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대학이 NCS를 도입하면 지원금을 준다. 돈이 부족한 대학은 지원금을 받기 위해 NCS를 도입한다. 이는 대학교수의 교사화, 교수의 학원강사화를 의미한다. 대학은 NCS를 싫어하지만,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교수의 교사화는 오랫동안 진행됐다. 생활지도뿐만 아니라 강의 측면에서도 현재는 많은 교수가 전공 교재를 선택해서 그 교재 내용대로만 가르친다. 사실 교재 내용대로만 가르치면 교수가 필요 없다. 학원강사가 훨씬 더 잘 가르친다. 앞으로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교수와 교사로 구분할 필요도 없어질지 모른다. 그냥 초중고대학교 모두 교사로 일원화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