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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작가 에밀 졸라는인용 2025. 12. 21. 16:59
작가 에밀 졸라는 19세기에 「루공 마카르」라는 20권짜리 연작 소설을 썼다. 그중에서 한 권은 제목이 「제르미날」로, 프랑스 북부 광산 노동자들의 일상을 테마로 한 것이다. 직접 그곳으로 가서 자세히 관찰하고 광산 노동자들과 만나 대화도 나누었다. 그들과 함께 싸늘하고 축축한 지하 갱도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보기도 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곤궁하고 고단한 광부들의 삶을 체험했으며, 그들이 노예나 동물처럼 대우받는 광경도 목격했다. 소설 「인간 안의 짐승」을 쓸 때도 철도 노동자들의 일상을 그런 식으로 조사했다. 그는 항상 그렇게 글을 썼다.
나는 게으른 어부다. 그늘에 앉아 그물코를 손질하고 있다. 이 수필집은 내가 놓쳐버린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몸므가 그들에게 말한다. “나는 1617년 파리에서 태어났네. 그곳에서 폴랭의 도제로 있었지. 툴루즈에서는 개신교도 뤼스의 도제였고, 브루게에서는 헴케르스의 도제였어. 브루게를 떠난 이후로는 혼자 살았네. 브루게에서 나는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고, 얼굴에 온통 화상을 입고 말았지. 그후 이탈리아로 가 2년 간 해안 절벽에 숨어 살았네. 라벨로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에서 흉한 얼굴을 감추었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구석에서 살아가는 법일세.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 모두 구석에서 살아가지. 책을 읽는 사람도 구석에서 사는 거네. 절망한 자들은 숨을 죽이고, 누구에게 말을 하거나 누구의 말을 듣지도 않으면서, 마치 벽에 그려진 사람처럼 공간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거야.”
(…) 밤에 남은 사람은 슬슬 투전판을 벌이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처음엔 그냥 장난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투전판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하루 이틀도 아닌 그 따분하고 지루한 정신적 해이감이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몸은 몸대로 늘어지고 마음은 마음대로 조급한 가운데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무디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인간적인 형이상학이 이 두 주간의 무위와 권태에 의해서 무너지자 동물적인 형이하학이 우리를 지배하려고 들었다. 그동안의 피로와 긴장이 이곳의 지루한 진눈깨비처럼 풀어져 흩날리고, 막연한 기대 속에 뒹구는 나태함은 그 동물적인 욕망으로 쏠려 생각을 그곳에 머무르게 해준 것이 사실이었다.
들판에라도 나가고 산책이라도 할 수 있다면 이 2주간을 보내는 데 중국의 풍물이 이들의 마음을 새롭게 해줄 수도 있으련만, 그것조차 안 되니 공연히 신경질과 갈등과 투전으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었다.
끝내 우리 둘은 옴에 걸리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우리는 어서 보급을 하루라도 빨리 수령해서 동지들을 이 분위기에서 끌어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시간을 허송한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괴로움을 안았다.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 살을 내리게까지 하였다. [체중이 준다는 뜻 – 인용주]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의 일이요, 또 때와 경우를 따라야지, 탈출의 굳은 각오와 자존심이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해이하고 안일한 생활의 반복이 계속되었다. 하루해를 맞고 보낼 때마다 나는 한심한 우리의 처지를 한탄하게 되었다. 탈출을 결의하고 실행한 그 의의를 찾을 수 없는 것 같았고, 그 간난의 행로를 걸어온 아무런 보람도 없었으며, 이 속에 그냥 묻혀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단조롭고 무의미한 생활이 가장 우리를 괴롭힐 수 있는, 우리는 청년기의 한창 나이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권태는 새로운 적으로 우리를 자포자기 속에 빠지게 하였다. 타락이라는 차원이 우리를 맴돌았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우리는 보람을 찾아야만 했다. 우리가 할 일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가장 빠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과 일치되었다. 우리는 허송세월을 피하고 되도록 그것을 선용할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이런 뜻에서 강좌를 생각해내었다.
확실히 지난 3개월 동안 린촨에서의 체험은 새로운 교훈을 주었다. 그것은 무위에 대한 도전의 철학이었다. 무의미한 일에 지치는 고통은 나에게 가장 괴로운 고통이란 것을 깨닫게 했다. 차라리 대결하자. 보다 큰 명제를 택해서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대결에서 느끼는 그 쟁취의식은 오히려 날 감격하게 만들고 보람을 안겨주며 스스로에게 사나이로서의 긍지를 가르친다. 이것이 바로 대륙을 횡단하는 그 기려(羈旅)의 역정에서 얻는 유일한 것이 아닐까.
희망의 서곡이 울리듯이 날이 밝아왔다. 이 장엄한 대기를 마음껏 들이쉬고 싶어 나는 일어났다. 가슴을 폈다.
막 동이 트고 짙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서 우람한 소리가 내가 듣지 못하는 신비 속에 흡수되어가는 듯이 햇볕이 힘차게 퍼졌다.
티 없이 맑고 아름다운 볕살이 빛나면서 나의 눈앞에도 다가왔다. 우아한 아침의 정기가 그 햇살로부터 뻗쳐 나오는 듯했다.
우리 앞에 총을 들고 서 있는 정면의 적만이 진정한 적이 아니다. … 우리의 행복을 축원한다면서 우리를 수단으로밖에 보지 않는 자야말로 모두 우리의 진정한 적이다.
단어가 올바로 정의될 때, 단어는 우리가 명확한 현실을, 혹은 명확한 객관을, 혹은 방법이나 활동을 붙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의 생각을 명료하게 하고, 의미의 내재가 결여된 단어를 불신할 수 있고, 정교한 분석을 통해 타인을 정의하는 것을 돕고, 그러함으로써, 기이하게 들리겠지만, 인간의 삶을 구원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또한 너희가 이 시기를 알거니와 자다가 깰 때가 벌써 되었으니, 이는 이제 우리의 구원이 처음 믿을 때보다 가까웠음이라. 밤이 깊고 낮이 가까왔으니 그러므로 우리가 어두움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 낮에와 같이 단정히 행하고 방탕과 술취하지 말며 음란과 호색하지 말며 쟁투와 시기하지 말고,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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