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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든 되겠지』 신서판 서문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10. 4. 09:18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이 책은 2019년에 매거진하우스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냈던 일종의 ‘이력서’를 신서 시리즈로 새로이 낸 것입니다.

     

    ‘본인 이력서’란 건 본시 공성명수(묵자 수신편 - 역주)한 사람이 왕시를 회고하며 쓰는 것일 터이니, 나같은 애송이가 애초에 쓸 게 아닐 거로 알고 있었으나, 어쩌다 보니 고희를 넘기어 이제 곧 후기 고령자입니다. 3년 전 오른쪽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했고, 작년에 췌장암 수술을 받고 나니, 오만 삭신이 ‘내구연한이 곧 다가오오’ 하고 경보를 울리니까, ‘끝낼 준비’를 할 초읽기가 이미 시작된 셈입니다.

     

    분명 일간에 써두지 않으면 조만간 ‘예전 일들을 모두 잊어버렸는걸’ 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이 나온 게 6년 전이고, 이 책의 소재는 그보다 훨씬 이전에 다른 매체에서 행했던 장기간의 면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기억하고 있던 것’ 인데도 지금은 내가 떠올리지 못하는 내용들이 몇몇 있습니다. 진짜로요.

     

    자기가 쓴 ‘이력서’일 터인데 이번에 교정쇄를 보고있자니 ‘허어, 그랬었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구나 (몰랐는데)’ 하고 깜짝 놀란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책은 ‘우치다 다쓰루가 68세 때 썼던 『나의 회고록』’이라는 한정 조건을 달고 읽어주십시오 (그러므로, 이 책에 나오는 숫자 데이터는 모두 2019년 시점의 것입니다).

     

    지금 다시 쓴다면 상당히 다른 회고록이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여실히 기억하면서도 지금은 잊고 있는 사항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그 때가 되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데 지금은 기억해내는 것도 또한 있습니다. 그런 게 아닐까요? 인간의 기억이란 건.

     

    보조선을 하나 긋기만 해도, 그때까지 기억 저 밑에서 잠들어 있는 탓에 한 번도 전경화한 적 없는 사건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 이력서를 쓰고 있을 시기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 요즘들어 눈치를 챈 게, 나는 ‘인간이 잡스럽다’는 겁니다. 서문에서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보도록 하죠.

     

    잡스럽단 진단을 내려주신 건 샤쿠 뎃슈 선생이었습니다.

     

    히라카와 가쓰미하고 샤쿠 선생 이렇게 세 명이서 잡담하던 때의 일입니다. 히라카와와 나는 65년 가까이 예전부터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을 정도로 의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서로 상대방을 잘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지요. 이 사실을 알고서 껄껄 웃던 와중에,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샤쿠 선생께 여쭤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샤쿠 선생은, ‘둘 다 인간이 잡스럽기 때문입니다’ 하고 선선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샤쿠 선생이 그렇게 말씀하신 순간,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겪었던 온갖 사건들은 숫제 ‘인간이 잡하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들’이었단 사실이 생생히 전경화되기에 이르렀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잡스런 남자’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 프라모델을 못 만들었고, 전통복장 매무새가 서툴렀으며, 오토바이를 만졌다 하면 망가지고, 오디오를 만졌다 하면 망가지고, 컴퓨터를 만졌다 하면 망가졌던 것이었구나…. 모든 게 연상되었습니다. ‘어떤 잡스런 남자의 생애’라는 부제를 달면 분명 이걸로도 일종의 ‘회고록’이 완성될지 모를 일입니다.

     

    이 책은 ‘직감만을 따라, 그때 그때 되는 대로 막 살아온’ 경향에 초점(focus)을 둔 ‘회고록’ 입니다. 한편 나의 다른 인격적 요소 (이를테면 ‘아줌마 같다’는 것이라든가, ‘이상할 정도로 안달복달’이라든가, ‘산책을 못한다’든가) 를 강조하여 그에 맞는 사례만을 집중적으로 모아둔다면, 또다른 인간의 자서전이 나올 법합니다.

     

    ‘나는 산책을 못한다’ 이 말은 진짜입니다. 해본 적이 없습니다. 걸을 때는, 목적지를 향해, 최단 거리를 최단 시간에 답파하는 것밖에 고려하지 않습니다. 봄바람에 홀려 훌쩍 드라이브를 간다든가, 석양이 지는 지평선을 향해 오토바이로 달린다든가…. 그런 짓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진짜로요. 아이쇼핑이라는 것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쇼핑은 어떤 물건이든 대체로 5분이면 끝납니다. 자동차 매장 앞으로 오토바이 타고 가서, 끝내주는 차가 있기에, 내리자마자 ‘이걸로 주세요’ 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의심의 눈초리를 많이 받았습니다). 맛집을 찾으러 골목을 쏘다닌다든가, 홍등가의 분냄새에 사로잡힌다든가, 그런 적도 없습니다. 여성이 나오는 술집에는 한 번 밖에 출입해본 적이 없습니다 (반 세기 쯤 전 과외를 하던 집의 아버지가 데려가 준 적이 있는데, 그거 딱 한 번입니다)*.

    (* 어떤 궐자들이 우치다 선생을 불경스레 "학술계의 카사노바"니 뭐니 흉본다고 하던데, 그것을 염두에 두고 밝히신 듯. 이 책은 누구보다 젊은이들이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 역주)

     

    이렇게 보아 하니, 진짜 이상한 사람이지요? 이렇듯 ‘이상할 정도로 성질이 급한 탓에, 함부로 딴데에 눈길을 돌리지를 못하는’ 경향만을 염두에 두어 ‘일본에서 가장 성질 급한 남자’라는 부제가 달린 ‘본인의 이력서’를 쓸 수도 있을 법합니다.

     

    그러고 보니 정신과 의사 나코시 야스후미 선생한테서 ‘싸이코패스’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나코시 선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왜냐면 우치다 씨는 공감능력이 없잖습니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른 이의 감정에 전혀 공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이의 감정 표현에는 나름대로의 ‘데이터베이스’를 준비해 놓고 있으므로, 그럴듯한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정보로서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라고 합니다.

     

    얘기를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 젊었을 무렵부터 ‘정이 없다’ ‘차갑다’ ‘배려심이 없다’고 여친들로부터 끝없이 불평을 들어왔음에도, ‘우치다는 부탁을 잘 들어준다’는 정평이 난 건,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지만, 말해주면 알아먹는’ 인간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구나. 그렇다면, ‘친절한 싸이코패스’라는 제목으로 ‘나의 이력서’를 쓸 수도 있을 법합니다.

     

    으음, 이런 식으로 나의 여러 인격 형성 과정 가운데 어디를 조명하느냐에 따라, 내 이력서의 향취(taste)도 상당히 바뀐다는 말씀입니다. 이 책은 윗부분에 쓴 것과 같이, ‘직감에 따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고 살아온’ 내 특성을 유감 없이 드러낸(featuring) 이력서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만 읽고서 ‘우치다 다쓰루라는 인간을 모조리 알 수 있었어’ 같은 생각은 일절 하지 말기 바랍니다. (그럴 독자도 없을 것이지만.)

     

    그럼, 마지막 장까지 맘 편히 읽어주십시오.

     

    (2025-08-12 08:5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나만 믿고 따라와! 어떻게든 되겠지.

    "젊은이들을 편들어주는 책입니다." - 옮긴이 김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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