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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을 사모하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9. 20. 16:00
최근 있었던 일본 참의원 선거와 관련해 몇몇 매체가 필자에게 취재를 요청해 왔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얘기를 했다. 단지, 배외주의적이고 호전적인 공약을내세운 정당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세계적인 흐름에 기인한 바, 일본만의 고유한 사건은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여느 나라든 일본과 똑같이 정치가 열화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하더라도 ‘참 기쁘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나, 그럼에도, 이 선거 결과가 세계사적 지각변동의 일부분을 노정하고 있다는 해석은 검증해 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정치에는 다양한 ‘층‘이 있다. 정치부 기자가 보도하는 내용은 그것의 표층이다. 분명히 사실을 전하고 있기는 하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는다.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쓰려면 극단적인 이야기 즉 ‘멀고 먼 옛날에 멀고 먼 어느 나라에서’ 하는 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밝힐 자수를 지면이 허락치 않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은 표층 면에서의 사실 보도만을 본다 한들 그 뜻을 알 수 없다. 단순히 ‘도의성, 지성에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대거 의원으로 뽑혔다‘는 사실 뿐이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해 ‘일본의 유권자는 바보다’ 하고 기가 죽은 채로 끝마친다면 그것은 속단이다. 미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 배외주의적 정당이 세를 급작스레 불리고 있는 사정만 놓고 보면,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도 그러하다. 비민주주적이며 강압적인 독재자가 지지받는 경우를 놓고 보면, 중국과 러시아, 인도와 터키가 그렇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 ‘전 세계 유권자는 바보다‘ 하고 실실 웃는다하더라도 현실을 이해하는 데까지 더 나아가지는 못하며, 개선을 향한 전망도 세울 수 없다. 좀 더 층을 깊게 파고 내려갈 필요가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는 기존의 시스템이 기능 불량에 빠졌을 때에 인간은 ‘동물적인 생명력‘을 강하게 사모하는 경향이 있고 그것이 역사적으로 수차례 일어난 끝의 회귀라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 지금, 각 나라의 국민이 선호하는 지도자는 ‘동물적인 생기가 넘치는 강한 리더’이다. ‘무기적이고 억압적인 시스템‘ 대 ‘동물적인 생명력’이라는 이항 대립으로 현상을 해석해 보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지성, 윤리성, 인권사상, 그리고 ‘정치적 올바름‘은 ‘동물적인 생명력’을 감쇄시키는 억압적 시스템의 ‘가담자‘로 여겨진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해사람들은 심심찮게 ‘악’을 택한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이것은 ‘괄괄하고. 강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옛날 풍의 ‘악’이다. ‘미나모토노 요시히라’나 ‘다이라 가게키요‘라는 이름에 따라다니는 ‘악’이다. 규범을 개의치 않고,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조소하며, 두려움을 모르는 공격성으로 말미암아 ‘시스템‘을 파괴하는 개혁자에 사람들은갈채를 보낸다.
말할 것도 없이, 이는 위험한 현상이다. 필자의 무도 스승은 ‘무언가를 부수는 데에는, 같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힘의 백분의 일밖에 필요치 아니하다‘고 가르치셨다. 따라서, 타인에게 위압감을 주려는 인간은 반드시 ‘악’이라는 장식을 몸에 걸친다. 자신의 힘을 백배 과시해 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승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사람들은 반드시 ‘파괴자‘로 등장하지, ‘창조자’로 등장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절대‘라고 단언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악‘을 사모하는 마음을 필자는 이해할 수 있다. 허나, ‘악’의 일본적 의미가 역사 속에서 어찌 천이해 갔는지는 알아두는 게 좋다. (주니치 신문 8월 5일)
(2025-08-09 10:54)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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