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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에서 떠올린 것 – 먼저 와 있는 미래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9. 14. 14:59

    지금 이탈리아에 와 있다. 유럽을 방문하는 건 코로나 이전 시기 2018년 이래 처음이다.

     

    많은 게 바뀌었지만, 가장 많이 바뀐 게 환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전에 왔을 때보다 40% 정도 일본 엔의 가치가 줄어들었다. 통화가 힘을 잃으면, 국력이 내리막길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금리 인하 정책을 기꺼이 추진해 왔던 노력의 성과가 이런 건가 생각해보면 참 누추하기 짝이 없다. 확실히 엔화의 가치가 이렇게나 떨어지면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에 쇄도할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인 젊은이가 해외로 나가는 게 매우 어려워졌다.

     

    80년대가 저물 무렵 얘기다. 여름방학 때 파리로 가면, 생미셸 거리를 내려가는 도중에 같은 학교 대학원생과 별안간 만나는 일이 있었다. 상대방이 아까 전에 지인과 만났다고 하기에, 돌아다니며 찾아내 세 명이서 점심을 먹었던 적이 있다. 여름방학 때 파리에 가면 누가 됐든 같은 나라 지인과 조우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유럽여행이 이렇게나 일본에서 캐주얼했던 시대가 왕년에는 있었다는 얘기다.

     

    필자가 이탈리아에 온 이유는 아이키도 스승이신 다다 히로시 선생이 이곳에서 6년만에 강습회를 여시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승님은 올해 95세이시다. 74세 된 제자가 고령을 이유로 빼먹으면 되겠는가.

     

    와보고서 놀란 점은, 일본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와 있는 아이키도가들의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그녀들이 세계 각국의 아이키도가들과 환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생경하다. 필자의 도장인 가이후칸에서는 14명이 참가했건만 남성은 두 명밖에 없다. 다른 도장도 엇비슷하다.

     

    여성들은 휴가를 내고 가족을 놔두고서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수행의 여정에 올랐다. 그러나 남자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일이 바쁘다는 건 알겠다. 유럽여행을 갈 정도로 여유가 없다는 점도 알겠다. 그러나 때로는 직장이나 가정을 잊고서 열흘 정도 수행의 길을 떠날 정도의 기개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마 수행하러 떠납니다하는 말이 농담(joke)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환경에 일본의 남자들은 놓여 있어서 그럴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시나노 마이니치 7 25)

     

    (2025-08-05 05:34)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합기도 개풍관 관장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