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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야망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9. 14. 14:28
얼마 전까지 트럼프 정권의 ‘정부효율부‘를 이끌며 연방정부기관을 해체하려 했던 일론 머스크가 이번에는 제3지대 ‘미국당’을 설립하여, 양당제를 흔들겠다고 선언했다.
머스크는 좀전까지 대통령 집무실에서 팔짱을 끼고 국무위원들을 무시하며, 사실상 ‘넘버 2’의 위신을 과시했다. 하지만 조만간에 두 사람은 싸우고서 결별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둘 다 돋보이길 좋아하기에 그렇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크고 아름다운 법안 (OBBBA)’이라며 자화자찬한 대형 감세, 국방비 증대, 이민 단속 강화 등을 꼭꼭 눌러 담은 법안이 통과된 와중에 전기차 보조금 삭감 항목이 들어간 데 격노한 머스크가 트럼프에 도전장을 들이미는 식으로 결별하게 되었다.
하지만 머스크가 어떻게 트럼프와의 싸움에서 이길 작정인지 잘 모르겠다. 머스크의 정책은 공화당과 다를 바가 없다(달랐다면 백악관에 입성했을 리가 없다). 트럼프와의 차별화를 이루려면 공화당 내부의 ‘반 트럼프 파‘를 끌어모아 ‘반 트럼프적 공화당 비슷한 것’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럼프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을 지지했던 의원들의 낙선 운동에 자금을 대갰다고 발언했다. 과연, 이러한 협박에 굴하여 머스크 신당으로 갈아탈 의원이 얼마나 있을까?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역린을 건드리는 게 두려울까, 머스크의 낙선 운동이 두려울까, 무엇을 두려워해야 할지 잠시 고민중일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이번 싸움은 머스크가 질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과거 100년 동안 제3당이 양대 정당을 능가하는 일은 없었다. H 로스 페로의 ‘개혁당’이나 랠프 네이더의 ‘녹색당’도 단명으로 끝났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몇몇 제3당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중 아무도 국정에 영향력을 끼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미국당’도 그 전철을 밟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주마다 복잡한 제도가 있다. 제3당 후보자는 그리 쉽게 선거에 출마할 수는 없다. 조지아 주에서는 신당 후보자가 출마하기 위해 선거구에서 우선 2만 7천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머스크의 경우 돈은 질릴 정도로 많지만 서명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뉴욕 주에는 ‘어메리칸’이라는 단어와 그 파생어를 당명의 일부로 하여 투표용지에 기재하는 일이 금지되어 있다. 머스크는 아마 그런 법률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당명을 정했을 것이다.
미국당은 8월 텍사스에서 ‘전미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으로, 내년 중간 선거에서는 ‘상원에서 2~3석, 하원에서 8~10선거구’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겠다고 말은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의석을 얻을 수 있을까? 필자는 적잖이 회의적이다.
그러나 머스크의 개인 자산은 (테슬라의 주식이 내려가서 다소 줄기는 했지만) 65조 엔이다. 올해 일본의 국가 예산이 115조 엔이다. 개인 재산이 중규모 국가의 국가예산을 뛰어넘는 것이다. ‘미국당’은 머스크가 자신의 뜻에 따라주는 의원을 연방의회에 심기 위한 장치이다. 공화당이 트럼프에 충성을 맹세하는 ‘트럼피스트’ 당이 된 것과 같이, 머스크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머스키스트’를 만들어 낼 작정이다. 연방 의회가 개인에게 지배당하는 ‘사병’들로 채워지는 미래를 머스크는 야망으로 삼고 있다.
머스크의 야망이 실현될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민주정을 거의 모두 부정하는 정치적 아이디어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물의 머릿속에 똬리를 틀었다는 건 기억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주간금요일 7월 14일)
(2025-08-05 05:32)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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