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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많다고들 하는데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9. 14. 16:51
요즘은 우리 나라 어딜 가나 외국인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친구들과 하코네 온천에 놀러 갑니다. 코로나 사태 당시 ‘문전냉락‘하던 때에 비하면 ‘상전벽해’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로 미어 터지는 것입니다. 호텔 레스토랑을 넌지시 보았더니 우리 일행 말고는 모두 외국인이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 오사카 신사이바시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오가는 대화는 중국어였고, 직원 세 명 모두 유창히 중국어를 하는 사람들만 있었습니다. 외국 도시에 있는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건 일본이 그만큼 ‘올 만한 나라’라고 봐도 좋을 겁니다. 관광 자원이 풍부하고, 음식 맛이 좋으며, 치안이 좋고, 물가가 싸기 때문에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마지막 ‘물가가 싸다’ 이거 하나만, 과거 30년 일본의 경제 정책 실패의 귀결이므로 그다지 기뻐할 일이 못 됩니다만, 나머지는 선인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노력해 온 성과이므로 자랑스러워해도 좋습니다.
해외 초부유층이 국내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언론은 입에 거품을 물고 보도합니다. 근데 그게 그렇게까지 용을 써가면서까지 화낼 만한 얘기일까요?
여러분은 한창 젊으시니까 아마 알지 못하시겠지요. 80년대에 엔이 진짜 최강이었던 무렵(그런 시대가 있었습니다), 일본인은 전 세계의 땅을 사들이곤 했습니다. 유럽에서 샤토(chateau)와 와이너리를 사고, 미국에서 마천루를 블록 단위로 샀으며, 호주 골드코스트와 스페인 코스타 델 솔에 돈많은 노인들을 위한 호화로운 은거지를 세웠습니다. 이전날 일본인이 세계 각지에서 했던 소행을 이제는 일본이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처지이므로, 일본인들은 ‘외국인의 부당한 처사’라고 말할 권리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느낍니다.
다만, 이대로 외국계 사람이 일본 사회에 늘어갈수록, 다양한 문제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는 외국계 사람들이 380만 명 있습니다. 총 인구의 약 3%입니다. 2015년이 1.5%였으므로, 십 년 동안 두 배가 된 셈이지요. 생산 연령 인구(15~64세)가 급감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1차 산업도, 제조업도, 서비스업도 외국에서 온 근로자를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유지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머지않아 5%가 되고, 10%가 될 거라고 합니다.
현재 외국계 주민이 점하고 있는 비율을 놓고 보면 미국이 14%, 프랑스 11%, 독일 30%입니다. 이 모든 나라에서 이민 배척을 내건 배외주의가 공공연히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일본에서도 외국인 배척 움직임이 막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외주의자들은 딱히 진심으로 ‘외국인 때문에 조국이 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들의 지성에 상당부분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사회가 잘 안 굴러가는 건, 모두 외국인 때문이다’ 하는 배외주의를 내걸고서, 그 단순한 사회관에 공명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 증오와 공포를 ‘지렛대’ 삼아 커다란 정치적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없어도 ‘힘을 갖고 싶다’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외국인 증가는 자신을 실제보다 커다랗게 보이게 할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이민 증가에 수반되는 배외주의에 적절히 대처했던 사례가 과거에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시민적 성숙에 달하는 게 어느 나라건 매우, 몹시 곤란하단 겁니다. 그럼에도, 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이 ‘어른이 되는 것’ 말고는 배외주의를 극복할 길이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형설시대 8월호, 7월 26일)
(2025-08-05 05:3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용기론』 『목표는 천하무적』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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